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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 野 공조하면 160석…정의당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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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드루킹 특검' 野 공조하면 160석…정의당은 반대 박주선 "야4당 연석회의 하자"…한국당·평화당 긍정적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야권의 공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인 바른미래당이 "야4당 대표·원내대표 연석회의"를 공식 제안했고,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내용의 발언이 나왔다. 야권 내에서는 정의당이 반대하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특검 불용' 입장이지만, 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 3당만으로도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정부·여당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른미래 "야4당 연석회의"…한국·평화, 긍정적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20일 당 최고위원회 공개 발언을 통해 "지금 댓글 공작에 의한 대선 부정 의혹 게이트가 발생해서 과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냐, 과연 현 정권이 정통성·도덕성을 확보한 정권이냐는 국민의 회의와 의혹 제기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우리 당도 특검법을 바로 국회에 제출하고, 이 자리를 빌려 여당을 제외한 저희 바른미래당과 한국당, 평화당, 정의당 등 야4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연석회의를 가져서 실질적 특검 도입 및 국정조사 전략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당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은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로 지명됐지만 지금은 선거운동이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모든 야당이 지도부 연석회의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여론 조작 진상을 밝히는 공동행동을 시작하면 제가 그 자리에 나가 현 집권세력의 여론조작 실태를 고발하겠다"고 박 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안 전 대표는 회견에서 "드루킹 게이트는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다. 국민은 드루킹에 속았고 전국 이곳저곳에서 제2·제3의 드루킹 집단을 운용하며 댓글과 민심을 조작한 자들이 정권을 잡았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드루킹을 만난 사실이 없는가? 문 대통령은 드루킹의 공직 요구 협박 사건을 보고받은 적 있는가?"라고 문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작이 사라진 정치가 이뤄진다면 그것을 새 정치의 희망으로 남기고 저 안철수는 사라져도 좋다", "국민의 의심은 곧 분노로 번질 것이고 국민의 분노는 정치인의 비장한 결심을 불러올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후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바른미래당의 '야4당 연석회의' 제안과 궤를 같이하는 입장은 한국당·평화당 지도부에서도 나왔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 당 차원의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면서도 "안 할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고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연 현장 의원총회에서 "이미 정권 하수인으로 전락한 경찰에 사건을 맡기자는 청와대의 태도는 국민 우롱"이라며 "한국당은 이미 특검 수용을 국회 정상화의 기본 조건으로 제시했고, 바른미래당·평화당마저 수용을 촉구하는 특검을 민주당과 청와대만 끝내 거부하는 것은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오만"이라고 다른 야당과의 연대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평화당 김경진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경수 의원 본인이 특검 수사도 받겠다고 이야기다. 이미 특검법은 만들어져 있고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 선정에 관한 의결만 하면 된다"며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오늘이라도 합의하면 바로 특검이 임명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검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도 '특검 받겠다'고 이야기하고, 그 협상을 위해서라도 한국당이 원내로 등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평화당은 그간 특검 도입에 유보적이었으나, 전날 김경수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 이후 특검 찬성으로 선회했다.

이용주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애서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특검 찬성 입장이고, (야당 간의) 논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밝히며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을 할지, 별도 법안에 따른 특검을 할지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평화당은 상설특검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야3당 "검찰·경찰 수사는 비껴가는 수사, 직무유기"

한국당과 바른미래·평화당 등 야3당은 특검 도입 주장 이유로 검찰·경찰의 수사가 부실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드루킹 일당을 수사했다는 경찰이 핵심 증거인 느릅나무 출판사 은행 계좌만 그대로 둔 줄 알았더니 현장 CCTV마저 그대로 놔뒀다"며 "참으로 대단하고 철저하게 비껴가는 수사"라고 경찰을 비난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유승민 공동대표가 "수사의 ABC도 안 지키는 검찰에 수사를 맡기고 나가는 것은 권력의 위세를 업고 검찰·경찰에 '지방선거 전에 빨리 혐의없음 수사 결과를 내놓으라'고 강박하는 것"이라며 "경찰과 검찰의 은폐·조작·거짓말이 드러난 이상, 검·경은 본인들 스스로가 특검 수사 대상"이라고 했고, 김동철 원내대표도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검찰 수사는 직무유기라 볼 수밖에 없을 정도"라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두 달 동안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 핵심 증거 핸드폰 170대 대한 분석도 제대로 안 하고, 불법 자금 의심 계좌추적도 하지 않았으며, 김경수 의원을 소환조사하기는커녕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알리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평화당 김경진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지금까지의 경찰·검찰 수사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다. 수사가 상당히 미흡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어서, 저희들 입장에서는 특검이라든지 조금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 위원장은 "김 의원이 드루킹과 직접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내용은 없었다고 서울경찰청장이 마치 김 의원 변호인인 것처럼 기자들에게 설명했는데, 청장이 김 의원에게 유리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수사가 일방적 방향성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축소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많은 사람이 관련돼 있고 유령회사로 보이는 느릅나무 출판사의 자금 출처, 누가 들락날락했는지 CCTV (확인), 170대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내용 분석, 통신내역 조회 등이 수사의 기본"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경찰 수사가 상당히 더디게 가면서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원래 저희도 '검찰 수사를 좀더 지켜보고 특검을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까지 경찰 수사 과정을 상세하게 훑어봤더니 수사가 미진하기 그지없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드루킹 사건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놓고 검찰·경찰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 양상을 보이는 등,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경찰은 검찰과의 법률 검토 협의를 거쳐 수사를 진행했다고 하고 있는 반면, 검찰에서는 이전의 합의는 이미 송치된 '평창올림픽 기사 댓글' 부분일 뿐 김경수 의원 관련 부분은 막바지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물인 휴대폰 170점 중 130여 점에 대해 분석 절차 없이 바로 검찰로 넘겼다가, 이후 문제가 되자 다시 검찰로부터 이를 빌려 분석 작업에 나서는 등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절 김경수 의원과 같이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던 이력을 들추어내는 등 경찰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정의당은 부정적…노회찬 "지방선거 써먹겠다는 속내" 일축

다만 야당 가운데서도 정의당은 특검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이번에 드루킹이 벌인 일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며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면서도 "지금의 무차별적 정치 공세의 혼돈을 해결하는 길은 검찰·경찰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뿐"이라고 수사 주체를 검·경으로 못받았다. 이 대표는 "이미 김 의원은 어제 경남지사 출마선언에서 '특검까지 받겠다'며 수사 협조 의지를 밝힌 상황"이라며 "굳이 특검까지 갈 필요가 없도록, 검·경은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조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드루킹 논란은 검·경이 철저하게 수사 중"이라며 "거기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나면 그 때 특검을 논의해도 될 일을 처음부터 특검 논란으로 이끌고 가 지방선거 때까지 써먹겠다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야권의 특검 주장을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는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냐, 고용위기 지역 주민·청년들, 영세상인들, 재외국민들, 개헌을 기대했던 국민들"이라면서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특검 도입에 반대 입장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드루킹 논란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드루킹 일당의 유치한 소행을 정쟁화시켜 보겠다는 의도"라고 일축하며 "헛되고 헛된 일"이라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김경수 의원은 자신을 향한 무책임한 정치공세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드루킹 사건의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와 필요한 경우 특검에 나가 조사를 받겠다는 의향까지도 밝혔다"며 "저희도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는 데 두려움 없이 나아가겠다. 수사 당국은 관련 의혹이 한 점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홍준표 "특검 반갑다" vs. 민주당 "특검 안받는다")

청와대는 특검 논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청와대는) 아예 특검 자체를 검토해본 적이 없다"며 "저희가 (특검 도입을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지 않느냐. 청와대야 국회 결정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4월 현재 국회의원 재적 인원은 총 293명으로, 의석 수 분포는 민주당 121석, 한국당 116석, 바른미래당 30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무소속 4석 등이다. 특검 도입에 찬성 입장인 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 소속 의원의 수는 160석으로 과반 기준선(147명)을 훌쩍 넘는다.

다만 특검이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전례는 없는 만큼, 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상설특검이든 별도 특검법 통과든 야3당의 공동행동만으로는 특검 현실화는 쉽지 않다. 특히 별도 특검법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첫 관문인 법사위 의안 상정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임명 역시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4개 교섭단체(민주·한국·바른미래·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가운데 2곳만의 찬성으로는 본회의 상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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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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