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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대치 'D-Day'…한국당 "특검만 받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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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 본회의 대치 'D-Day'…한국당 "특검만 받아달라" 민주·정의 "의원 사직안 분리처리" vs. 한국·바른미래 "특검도 동시에"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사직안 처리 시한인 14일, 여야가 본회의 개최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汎)진보개혁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일명 '드루킹 특검' 등 정치권 쟁점 사안과 별도로 사직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보수 성향 야당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특검법 처리 없는 본회의 개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4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정례 회동에서 의원 사직안의 본회의 처리 문제와 드루킹 특검법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회동에서 정 의장과 민주당은 의원직 사직안의 조속 처리를 촉구했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드루킹 특검 없는 국회를 인정하지 않는다(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라며 맞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민주당은 어떤 경우든 특검을 수용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원내대표가 들어섰지만 특검 회피 술책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장을 나와 기자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만 했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된 내용이 없다"고 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오후 1시 30분부터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정 의장이 '오후 4시에 본회의를 소집해 오늘 중으로 (사직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평화·정의 "분리 처리 불가피", "조건 없이 본회의 참가해야"

민주당 등 여권은 '참정권 차원의 문제'라며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및 교통방송(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사직안) 처리를 하지 않으면 4개 지역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분들의 선거구에서 1년 동안 선거를 못 하게 된다"며 "오늘은 좀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말고, 국회법에 따라서 사직서는 당연히 처리해야 되는 거니까 이것을 하고 빠른 시일 내에 본격적인 협상을 하자"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 문제만 처리하고 나면 나머지 문제를 조율하는 데는 밤을 새서라도 빠른 시일 내 합의에 도달해야 된다"며 "지금 정부로서는 추경이 너무나 급하기 때문에, 사실은 특검보다도 추경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되어야 된다"고 거듭 분리 처리를 주장했다. '추경이 급하다'는 홍 원내대표의 말은 '굳이 사직안 처리가 아니라도 특검과 교환할 카드가 남아 있다'는 대야(對野)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홍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에 대해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인터넷상 민주주의 왜곡 문제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논의하는 것에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대선을 부정하는 듯한, 지난 대선에 불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런 특검으로 지금 야당이 요구하는 게 있다"며 야당 안(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의원직 사직안 처리는 6.13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후보로 출마하는 여야 국회의원 4명에 대한 것이다. 민주당 김경수(경남 김해을), 박남춘(인천 남동갑), 양승조(충남 천안병) 의원과 한국당 이철우(경북 김천) 의원이 제출한 사직서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해당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다. 만약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가 되지 않으면 이 지역 보궐선거는 내년 4월에야 치러지게 되고, 이 경우 올해 추가경정(추경)예산이나 내년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해당 지역구민들의 이해를 대변할 의원이 원내에 없게 된다.

원내 5당인 정의당은 민주당과 거의 흡사한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대표단 회의에서 "국회는 오늘 중으로 본희의를 열어 의원 사직안을 통과시켜야만 한다. 그 어떤 이유로도 4개 지역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이 문제는 정치상황과 무관한 민주주의 문제"라고 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 참정권을 위해 이 문제만큼은 별개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정의당 입장"이라며 "(한국당, 바른미래당) 두 당은 특검법 처리 등 여러 현안 처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오늘을 넘기게 되면 특검법이나 추경안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사직서는 처리를 못 하게 되고 내일이나 모레는 합의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 되기 때문에 분리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원내 4당인 민주평화당의 입장도 대체로 유사하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늘 본회의가 열리면 보궐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원 사퇴서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건 없이 참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다만 평화당 지도부에서도 조배숙 대표는 "국회가 의원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날 본회의 처리에 힘을 실으면서도 "민주당은 특검을 받아들이고, 한국당·바른미래당은 사직서 처리에 동의해야 한다"며 두 사안을 동시에 언급하기도 했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기본 원칙은 본회의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라며 "당론 참여 여부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바른미래, 동시처리 주장…"강행시 저지"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본회의가 개최될 경우 반드시 드루킹 특검법도 함께 처리돼야 하며, 만약 특검법 처리 없이 의원 사직안만 처리하는 본회의가 개최된다면 저지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의장 주재 회동에서 "의원 4명의 사퇴 처리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댓글 조작, 정치공작에 의한 민주주의 훼손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 긴급 의원총회에서 "드루킹 특검법안과 의원 사퇴처리안을 동시에 실시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한국당은 의원직 사퇴 처리에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당이 원하는 것은 국민 참정권을 보장하는 만큼 알 권리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실상 그동안 특검만 받아들여진다면 추경예산이든 민생법안이든 민주당이 원하는 안건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는 것을 누차 강조해왔음에도 민주당은 온갖 핑계와 꼼수로 어떻게든 특검만은 피해가겠다는 속내를 여러 차례 보여왔다"며 "무엇이 두려워서, 무어 그리 숨겨야 할 구석이 많아서 특검을 특검답게 하자는 단 하나의 요구조차 회피하느냐"고 공세를 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주장대로, 이제 특검법이 국회에서 처리된다고 해도 특검 임명 절차와 사무실 개소 등 준비 과정(을 감안하면, 수사) 진행은 6.13 지방선거를 넘어서야 될 수 있다. 선거 걱정하지 말고 이제 특검법을 수용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공식 논평을 내어 "한국당은 특검법 상정 없는 본회의는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이를 강행할 시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저지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본회의장 문 앞을 막고 앉아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도 같은 입장이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의원이 공석이 되면 법적 절차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보궐선거가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검 문제 역시 보궐선거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짐과 똑같이 중요한, 나라를 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와 같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서는 오늘 처리하려고 하면서 특검에 대해서는 합의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정세균 국회의장이 민주당을 위해 '원포인트 국회'를 여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고 여당에게 보은을 하려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은 드루킹 일당에 의해 벌어진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협에 대해 어떻게 특검을 도입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이 '연좌농성 등 본회의 일방 처리 저지에도 동참하느냐'고 묻자 "우리는 그런 것은 안 한다"며 선을 그었다.

14일 본회의, 일방 강행? 극적 합의?

여야 입장이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면서, 정 의장과 여권이 보수 야당의 참여 없이 의원직 사직안을 일방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나오고 있다. 본회의에서 사직안이 처리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292명) 과반(147명)의 참석과 참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14일 현재 국회 의석 분포 현황은 민주당 121석, 한국당 114석, 바른미래당 30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5석 등이다. 다만 바른미래당 의석 30석 가운데에는 소속 당과 정견을 달리하며 사실상 평화당과 행보를 같이해온 비례대표 의원 3인(이상돈·박주현·장정숙)이 있다. 무소속 5석 가운데 정세균 의장과 손금주·이용호 의원은 범여권으로 분류되고, 강길부·이정현 의원은 한국당 출신이다.

정 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어 의원 사직안을 처리하려 할 경우, 민주당이 현역 국무위원 등 의원 전원(121명)을 동원하고 여기에 평화·정의·민중당 소속 의원 전부(21명)와 정세균·손금주·이용호·이상돈·박주현·장정숙(6명) 의원까지 모두 끌어모아야 재적 과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기게 된다.

다만 이같은 일방 강행 처리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기에, 여당 지도부가 야당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본회의 개최 합의를 끌어내려 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때문에 본회의 개의 시각으로 당초 예정됐던 오후 2시나 정세균 의장이 원내대표 회동에서 수정 예고한 오후 4시를 넘겨서까지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이 이어질 전망도 제기된다. 평화당-정의당 공동 원내교섭단체 대표인 노회찬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늘 밤 12시까지가 시한이기 때문에, 오늘 중으로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 간에 회동이 다시 열려서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합의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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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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