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1. ‘저 말 못 하는 생물들을 위해 말하지 않는다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수십명의 강정마을 주민들이 그의 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가 하얀 국제 활동가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 순간은 섬광처럼 뇌리에 남았다. 2009년 10월 20일 또는 그 즈음의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체포와 구속을 무릅쓴 투쟁에도 불구하고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었다. 연산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제주새뱅이, 기수갈 고동, 남방큰돌고래 그리고 구럼비 바위와 바위틈의 용천수와 강정바다를 집으로 삼았던 수 많은 생물들을 우리는 지켜주지 못했다. 그들은 죽거나 강제로 떠나야 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친구가 한 장의 사진을 보냈다. 한 공사장 노동자가 건설 현장인 구럼비로부터 양동이 하나를 들고 나았다. 더러운 양동이에 몇 마리의 멸종위기 붉은발말똥게가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2011년인가 한 건설 업 직원은 직접 행동으로 공사를 막는 몇 제주해군기지 반대자들을 지극히 혐오하며 ‘시멘트에 같이 공구리 하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 공구리 된 것은 구럼비의 수많은 생명들이었다. 멸종위기 생물들이 빠짐 없이 이주되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설령 이주 되었더라도 그들이 안녕하다는 말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바다 환경 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주 일대를 수영으로 완주한 50 대 호주 여성 쉐린의 말은 진지했다. 그 역시 10년이 넘은 일이다. 남방큰돌고래 들이 떠난 바다에 미핵잠수함이 온 것은 3 년 전의 일이다. 민군복합항 크루즈 터미널에 첫 공식 입항을 한 것은 크루즈가 아니라 미핵항공모함이다. 2년 전의 일이다. 생명과 평화의 바다는 호르무즈 해협 포함 아덴만 일대로 파병되거나 하와이로 공격적인 군사 훈련을 떠나는 군함들의 연기로, 해군사관학교 학생들의 전세계 72일간 순항훈련 출발을 축하하는 소음들로 대치되었다. 노을을 감싸던 구럼비의 곡선은 면도날 처럼 날카로운 군함의 직선으로 대치되었다. 6년 전 제주해군기지에 올 과적 철근을 실은 세월호는 지금도 사건의 진실이 은폐된 채 304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터무니 없이 큰 수산 시장 건물이나 찾아올 사람 없을 것 같은 마리나 시설이 항구에 세워지고 서귀포 시민의 70% 식수를 제공하는 강정천 옆에 군사기지 진입도로가 추진 중이다. 마을은 타협의 자리를 해군에게 내주었고 민군상생협약이란 이름아래 마을이 군의 공식 식민지가 된 것이 불과 두 달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말 못하는 생물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과제는 남아있을 뿐 아니라 확대되었다.2. 강정의 심장 구럼비에 꽂힌 제주해군기지
지난 10년간 제주 강정 마을의 군사기지 반대 투쟁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국가가 한 마을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며 ‘식민화’ 할 때 우선적으로 하는 것은 그 곳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폄훼하여 소멸의 근거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 장소가 소멸될 때 절멸의 위험에 처하는 것은 우선, 그 장소 안의 수많은 이름들이다. 군사기지에 반대한다는 것은 그러한 장소들과 그 장소들과 관련된 기억들의 강요된 소멸에 대한 투쟁을 포함한다. 연산호가 있는 유네스코 지정 바다를 마주한 강정마을 해안 구럼비는 1.2km 길이 하나의 커다란 통바위였다. 수많은 용천수가 존재했다. 한 용천수는 ‘할망물’로 불리웠다. 그 물은 마을 주민들이 새벽에 지내는 제사의 정한수로 쓰였다. 그 물은 또한 저항 공동체의 밥물로 쓰였다. 수많은 부드러운 구름들의 형상을 한 구럼비는 뭇 생물들의 서식지요, 아이들의 놀이터요, 공동체 모임을 위한 장소요, 마을의 신성한 제단이었다. 구럼비는 ‘제주 4.3 항쟁과 학살’ 기간 (1947, 3,1-1954, 9, 21) 때 학살을 피해 몸을 숨긴 사람들의 피난터이기도 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가 발파되기 직전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한 중년 남자는 말했다. “그것 아시나요? 강정이 구럼비고 구럼비가 강정이요” 석양이 그의 눈물을 검붉게 비추고 있었다. 구럼비는 강정의 심장이자 제주의 몇 안되는 해안 절대보전지역의 하나였다. 그러나 당시 도의회는 국가와 기득권 세력에 타협하여 그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강제로 해제했다. 국가는 기지 건설을 위해 부셔도 좋은, 제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의 바위라고 말하며 구럼비를 틀 지웠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구럼비와 비슷한 곳은 전 세계에서 3곳 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구럼비는 그 곳의 생명들과 함께 사라졌다. 해군은 기지 안에 구럼비의 매우 적은 부분을 남겨놓고 사실 괴기하고 비극적이게도 ‘공원’이라 이름 지었다.3. 평화의 섬은 어떻게 평화를 배신하는가?
제주는 평화의 섬이다. 그러면 제주에 군사기지를 짓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러 이유들 중 한 가지를 말해본다. 2005년 1월 27일 당시 노무현 정부는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 으로 지정하였다. 선언은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가 삼무(三無)정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평화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이 세계평화의 섬 선언에는 1990년대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러 번 거론된 ‘비무장’ ‘비핵’ ‘중립화’의 단어들이 담겨있지 않았다. 세계 평화의 섬 논의는 2005년 한미군사동맹이 강조되는 가운데 왜곡과 변절의 길을 걸었으며 비무장을 논했던 초기의 주창자들은 해군기지와 평화가 병행가능하다는 궤변을 내세웠다. (참조: 비무장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2013년 창립 취지문). 또한 주목할 것은 평화의 정의가 ‘개발’과 ‘신자유주의’의 중앙정부 실험실인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에 의해 조건지어졌다는 것이다. 자본과 개발에 의해 규정된 평화, 무장과 등치된 평화는 평화를 배신하고 소멸시킬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국제 관함식에서 제주해군기지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겠다 했듯 군사주의는 평화의 가면을 쓰고 나왔다.4. 질병, 투옥, 그리고 저항
김종환(63)은 마을에서 태어난 자랐다. 구럼비는 그의 삶의 핵심이었다. 구럼비가 콘크리트로 발라지고 그 위에 기지가 건설된 이후에도 그는 그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기지 옆 투쟁 공동체 식당에서 시위자들과 연대자들의 식사를 만들기를 자원했다. 그 것이 10년이 되었고 그는 그 10여 년간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한다. 술을 마셔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구럼비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그는 최근 큰 수술을 받았다. 하필이면 그 날은 기지 건설을 위한 펜스가 강제로 세워지고 구럼비로 가는 길이 막히던 9주기였다. 그가 병원으로 떠났던 날은 그 이틀 전, 마을이 해군과 기만적인 민군상생협약을 맺던 날이다. 질병은 보이지 않는 몸의 저항이라고… 나는 말한다. 송강호(62)는 강정 싸움에 같이 한 지 10년이 다 된다. 그는 올해 구럼비 발파 8주기를 기억하는 3월 7일, 동료 활동가 류복희와 함께 기지에 들어갔다. 3월 30일 수감되었고 9월 24일, 실형 2년을 선고 받았다. 류복희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송강호로서는 강정해군기지 반대 투쟁으로 인한 네 번째 구속이다. 2020년 10월 16일은 그가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지 2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의 수감번호 219는 바깥 세상으로부터의 편지를 기다린다. 강정의 질병과 투옥의 서사는 정부가 2015년 제주 동쪽 성산에 제2 공항(공군기지)을 짓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 곳으로도 이어졌다. 성산 난산리에서 태어난 김경배(52)는 제2공항 반대를 위해 이제까지 네 번의 노숙 단식을 진행했다. 그 중 두 번은 각각 42일, 38일 이었다. 추석 전에 환경부/ 국토부 건물 앞에서 19일 단식을 하던 그는 추석 휴일 기간을 고향에서 보내고 다시 그 자리에 서 있다. 그의 집은 공항 예정지 안에 있다. 집의 정원에는 멸종위기 2급 맹꽁이와 천연기념물 송골매가 있다. 그들의 소멸을 막는 것, 그가 저항하는 한 이유다.5. 소멸에 대한 저항
그 말을 두 도의원으로부터 똑똑히 귀로 직접 들었다. 국토부와 제주 도정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공군은 남부탐색구조부대(공군 기지)를 “반드시” 짓고자 한다. 유엔 우주 조약에 위배하여 우주군 창설을 꿈꾸는 공군이 군사화 백년 대계를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공동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항공우주 박물관을 대정 안덕면에 지은 것은 2014년이다. 공군 갤러리는 박물관 1층에서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띠며 사람들을 맞는다. 아래의 이야기 나눔으로 글을 맺는다. “미 뉴 멕시코 주 클로비스 하이랜드 낙농장(Highland Dairy)의 소유주인 아트 샤프는 독특한 종류의 재앙에 직면하고 있다. 그는 매일 15,000 갤론 우유를 버리고 있으며 40여 명의 피고용인들을 떠나 보내야 했다. 그는 4천 마리 암소 모두를 죽일 계획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그의 13개 중 7개 우물이 캐논 공군기지(Cannon Air Force base ) 근처 지하수로 흘러 들어간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들 polyfluoroalkyl substances(PFAS)이라 불리는 독소들에 의해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샤프는 그의 삶을 뒤집을 물질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의 소와 송아지들이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샤프 자신이 그의 혈류에 정상치 PFAS 의 8-10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도 같은 운명에 직면하게 될 것 같다. 게다가 군대는 미국의 많은 곳을 과염소산염 (perchlorate)으로 오염시켰다. 그 독소 물질은 상추와 암소 젖에서 자주 발견된다. 과염소산염은 고체 로켓 연료와 미사일 연료의 폭팔 하기 쉬운 주요한 요소로서 필수적인 호르몬들을 만드는 갑상선의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 레벨 교란은 태아, 유아, 어린이들에게 지능 저하, 정신 지체, 듣고 말할 능력의 상실, 그리고 운동기능 결함을 가져올 수 있다.최성희는 지난 10여 년 전 부터 제주 강정 마을에 산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는 것을 보았다. 최근에는 군사기지 진입도로 건설 계획에 의해 위협받는 강정천 옆 천연 기념물 담팔수의 큰 몸의 일부가 태풍과 관리 소홀로 스러진 것을 보았다. 군사기지가 어떻게 트러우마를 남기는 것을 보았다. 기지의 완공은 투쟁의 끝이 아니라 투쟁해야 할 과제를 계속 증폭시킨다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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