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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코로나 시대에 부응하는 역사적인 결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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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후위기와 코로나 시대에 부응하는 역사적인 결단을 기대합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38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조명래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면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찬식이라고 합니다. 장관님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학자로서의 장관님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전입니다. 제가 행정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90년대 중후반에 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펴내는 <공간과 사회>라는 학술지를 통해 장관님의 글을 종종 접했으니까요. 데이비드 하비를 읽게 되었던 것도 장관님의 글을 통해서였다고 기억합니다. 이른바 맑시스트 지리학자였던 데이비드 하비가 우리나라 도시계획에 대해 자문을 하고 세종시 건설 당시 국제공모 심사위원장까지 맡았을 때는 내심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 뒤에도 조명래 교수님이 계셨지요. 교수님은 그러면서도 이미 노무현 정부 시설에도 IMF 이후 전통적인 개발주의에 신자유주의가 접목되는 현상을 신개발주의라고 규정하고 날카롭게 비판을 가하셨지요. 4대강 사업 등 토건국가의 색채를 훨씬 뚜렷하게 드러낸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더 맹렬한 비판을 보내셨고요. 이래저래 학자 조명래는 저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관이 되기 얼마전인 2018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으로 계실 때 제주도의회 의원모임 초청 강연 내용을 뉴스로 접했을 때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육지사는제주사름'이라는 단체의 대표로서 2016년과 2017년 '제주다음포럼'이라는 행사를 개최하였는데, 포럼의 핵심주제가 국제자유도시 전략으로 대표되는 신개발주의와 과잉관광 문제였습니다. 저명한 학자이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라는 주요한 기구의 원장이신 조명래 교수님이 그 문제를 정확히 짚어주셨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명래 교수님이 지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를 책임지는 환경부의 수장으로 계십니다. 물론 행정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학자로서의 소신을 온전히 견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법적, 제도적인 규정과 그 안에서 주어진 권한을 넘어설 수는 없을테니까요. 또한 정무직인 장관으로서 정부 전체의 정책기조와 흐름, 정치적 상황 등 정무적 고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을 두루 헤아리더라도 장관님께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할 수 있는 근거와 여건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의 근거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취지와 기준에 있습니다

얼마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여부는 환경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변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권만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말씀하신 거라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동의 또는 부동의를 결정할 수 있는 법률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경부에서 낸 전략환경영향평가 매뉴얼에는 "지역환경용량, 생태용량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즉, '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의 조화'를 위한 친환경적인 개발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인데,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대부분의 사업이 타당성 조사와 병행하여 실시하지 않고 계획이 확정된 후 사업실시단계에서 주로 오염의 저감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입지의 타당성 등 근본적인 친환경적인 개발의 유도에 한계"가 있어서 "각종 개발계획이나 개발 사업을 수립시행함에 있어 타당성 조사 등 계획 초기 단계에서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토록" 하기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한 검토사항에는 "환경보전 측면, 경제적 측면, 기술적 측면, 사회적 측면 등을 고려한 복수 대안지구의 비교 분석의 적정성 검토" 항목이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할 근거와 기준은 여기에 있습니다. 환경부와 장관님께서는 이러한 제도의 취지와 검토사항에 비추어 제2공항 건설사업이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갖추었는지 평가하여 동의 여부를 결정하시면 됩니다. 그 협의 결과에 대해 사업주체인 국토교통부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제주 제2공항은 '지역환경용량과 생태용량이 허용하는 범위의 지속가능한 개발'이 아닙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환경부 매뉴얼에서 제시한 제도의 취지, 근거와 기준에 비추어 몇가지만 요약해서 말씀드리려 합니다. 첫째, 제2공항 건설사업이 '지역환경용량, 생태용량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보장할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시설 제주도의회 특강에서 장관님께서 이미 진단을 내리신 바 있습니다. 장관님은 강연에서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한 개발자치 10년의 결과로 인구재정 급증, 관광객 급증과 투기적 관광화, 홍가포르(홍콩+싱가포르) 대신 오버투어리즘의 섬, 생태환경을 초과하는 과잉 난개발이 나타났다고 진단하셨습니다. 장관님의 진단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201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서 전문가 68.6%가 제주도가 오버투어리즘의 중기 또는 말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했고, 심각도가 보통 이상이라는 응답이 무려 93.7%였습니다. 그리고 경기연구원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오버투어리즘을 경험한 장소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제주도가 24.5%로 북촌한옥마을(10.5%), 전주한옥마을(9.5%), 부산감천문화마을(5.2%)과 같은 국지적인 관광지를 제치고 단연 1위로 꼽혔습니다. 제주도민 사이에서도 2015~16년을 즈음하여 쓰레기와 오폐수 대란, 교통체증, 범죄증가, 지가폭등 등의 폐해들을 체험하면서 과잉관광과 과잉개발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관광수용력에 대한 초보적인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의 측면에서 제2공항이 타당하냐는 제기에 대해 국토교통부에서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환경수용력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론과 제도가 없다고 합니다. '지역환경용량, 생태용량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담보하기 위해 도입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방법론과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것이 중요한 이슈로 제기된 이상 방법론을 개발하고 과학적인 조사연구를 해서 평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경수용력은 물리적, 생물학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조사와 분석에 기초해서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지역환경용량 및 생태용량의 허용 범위'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연구와 평가도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해야 할 첫번째 이유입니다.

제주도의 항공수요를 과도하게 초과하는 과잉시설로 적정성을 잃은 계획입니다

둘째, 계획의 적정성 문제입니다. 공항 개발계획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에는 "환경보전 측면, 경제적 측면, 기술적 측면, 사회적 측면 등을 고려한 복수 대안지구의 비교분석의 적정성"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복수 대안지구 비교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 제주공항 활용대안에 대한 분석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장관님도 아시겠지만, 2015년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당시에 세계적인 공항 설계감리업체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서 현 제주공항의 관제개선과 보조활주로 활용을 통해 당시 예측한 장기수요 연간 4500만명을 처리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4년 동안 그 사실을 은폐했다가 2019년에야 빗발치는 공개요구에 떠밀려 마지 못해 공개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ADPi는 보조활주로를 교차활주로로 활용하여 시간당 60회 이상 운항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국내 여건상 불가능해서 채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에 그런 검토를 한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설사 그렇다 해도 그 이후 예비타당성 검토와 기본계획 단계에 와서 장기수요예측은 연간 4,10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ADPi는 4500만 명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4천만 명도 처리하지 못할까요? 사실 당시 ADPi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진도 현 제주공항에 근접평행활주로를 건설하거나 보조활주로를 연장하여 교차활주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제시한 용량은 운항횟수 기준으로 시간당 50회, 연간 236,000회였습니다(물론 이 수치는 그 당시까지의 국내 기준과 관행에 따른 것일 뿐이고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관제시스템의 혁명적 발전에 비추어 보면 과소평가된 용량입니다). 공항분야 예비타당성 지침에 따라 지난 5년간의 평균 여객수 174명을 적용하면 연간 4,1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평균 탑승객 165명으로 잡아도 연간 3,900만 명입니다. 농지와 녹지 200만평을 갈아엎고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현 제주공항을 활용하는 방안(국내 연구진이 검토할 것처럼 보조활주로를 600m 연장한다고 해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훼손을 가져온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제2공항 건설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에도 현 공항의 보조활주로를 연장하는 방안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 7천억원 정도로 거의 5조원에 가까운 제2공항 건설 비용의 1/3 수준으로 추산했습니다. 사회적 측면도 그렇습니다. 공간환경을 연구한 장관님이 잘 아시겠지만, 도시와는 다르게 농촌지역의 주민들에게 익숙한 자연환경과 공동체적 관계망은 삶과 정체성의 본질적인 구성요인입니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살던 곳에서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고통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환경보전 측면, 경제적 측면, 기술적 측면, 사회적 측면"에서 현 제주공항을 활용하는 대안과의 비교분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계획의 적정성과 관련하여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는 규모의 적정성입니다. 설사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장기 수요예측과 기술적 측면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제2공항의 규모는 적정 수준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과잉시설입니다. 2019년 단기대책 1단계 사업이 완료된 결과 현 제주공항의 수용능력은 이미 연간 3,200만명으로 확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2025년까지 수요를 대비해 연간 3,9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단기대책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습니다. 현재의 수용능력만으로도 연간 800만~9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면 충분합니다. 운항횟수로 따지면 연간 5만회 내외로 무안공항(연간 14만회, 81만평)만큼도 필요 없고, 여수공항(연간 6만회, 40만평), 울산공항(연간 6만회, 28만평) 규모의 보조공항을 건설하면 됩니다. 그런데 제2공항은 현 공항보다도 규모가 더 큽니다. 두 공항을 합치면 무려 6천만~7천만 명 규모가 되는 것입니다. 심상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따졌는데 국토교통부에서는 "6천만명은 단순히 양 공항의 터미널 용량을 합한 것으로 터미널 용량만으로 공항수용력을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합니다. 전혀 사실과 다른 거짓말입니다. 제2공항은 터미널도 현 공항보다 훨씬 크지만, 현 공항에는 1본뿐인 평행유도로가 2본이고 계류장도 현 공항보다 넓습니다. 그래서 전체 부지가 현 공항의 1.5배에 이르는 150만 평 규모가 된 것입니다. 결국,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국토부의 수요예측을 50% 이상 초과하는 과잉시설로 불필요하게 환경을 훼손하고 국가재정을 낭비하는 계획입니다. 현 공항 활용방안 등 복수대안에 대한 적절한 비교분석이 결여되어 있고, 수요예측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규모라는 점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부동의되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입지 타당성은 보완조사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셋째, 공항예정지 성산의 입지 타당성 문제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입지적 타당성이 낮기 때문에 다른 입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그동안 검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잘 아시겠지만, 성산지역은 동굴과 숨골이 밀집되어 있는 곳입니다. 동굴과 숨골은 문화재적 가치나 지반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지하수 함양, 홍수 예방 등 중요한 환경적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구좌 하도리에서 종달리, 오조리, 신산, 표선으로 이어지는 철새도래지 벨트이기도 합니다. 환경부에서도 공항 운영의 안전성과 제주의 환경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동굴, 숨골, 철새도래지에 대한 부실한 조사로 여러차례 보완을 요구했고, 국토교통부에서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실한 조사를 보완한다고 해도 동굴, 숨골, 철새도래지 등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 수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공항부지를 조성하기 위한 절토와 성토 과정에서 동굴과 숨골은 메워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규모의 공사만으로도 물이 말라버린 월대천의 사례에서 보듯, 동굴과 숨골 등 물길을 막을 경우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예측하고 대비를 세우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철새도래지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입지적 특성은 동북아시아의 시베리아와 중국의 동북부, 그리고 호주 및 일본 등지로 이동하는 법정보호종을 포함한 많은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자 월동지로서 생태보전적 가치를 지니므로 입지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성산 입지를 그대로 둔 채 조류충돌 우려 해소와 생태보전적 가치 유지를 조화시킬 대책이 있을 수 있습니까? 또한 세계문화유산인 일출봉과 동부 오름군락 사이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게 되는데 그로 인한 경관가치의 훼손에는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습니까?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중요하게 제기된 이러한 사항들이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에 입지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과 기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공항건설 분야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적 측면에서 복수 대안지구 비교분석의 적성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중요한 환경요소들에 대한 복수 대안지구 분석이 완전히 결여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어떻게 동의할 수 있습니까? 성산 후보지가 환경측면에서 입지 타당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 복수대안지구 비교분석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다는 점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부동할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이유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도민의견수렴 결과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넷째, 주민수용성의 문제입니다. 환경부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검토의견에서 "본 계획으로 인하여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관련된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주민수용성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가장 일차적인 이해당사자는 물론 제2공항이 건설될 경우 피해를 입게 되는 지역 주민입니다. 그러나 입지 선정 이전에 공항 확충의 규모와 방안에 대해서는 제주도민 전체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 간 목숨을 건 단식을 포함하여 지난한 투쟁을 벌여온 피해지역 주민들은 갈등해소를 위해 도민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물론 공항 확충 문제가 도민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들로서는 하기 어려운 결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제주도의회가 중심이 되어 도민의견수렴을 위한 절차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4차례의 연속토론에 이어 9월에는 이틀 동안 4시간씩 8시간의 심층토론까지 진행했습니다. 도민의견수렴의 진행과 결과는 직접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정책결정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러나 환경부 역시 무관하지 않습니다. 환경부는 주민수용성 확보를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중요한 사항으로 명시한 바 있고, 현 상황에서 주민수용성의 관건은 도민의견수렴의 결과에 대한 존중입니다. 따라서 환경부는 제주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동의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로 삼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제주 제2공항을 멈춰세우는 것은 기후위기와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대전환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성산에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가 발표된 지 5년이 흘렀습니다. 강정 해군기지의 일방적 강행이 초래한 갈등과 그것이 강정마을은 물론 제주 지역사회에 남긴 상처를 장관님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벌써 십수년이 지났지만 갈등과 상처는 치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전철을 되풀이할 순 없습니다. 이제 5년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입니다. 장관 조명래에게 학자적 소신만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계획이 결정되기 전에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에 대해 큰 틀에서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살려달라는 것입니다. 그게 교수가 아닌 장관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지역의 환경·생태용량과 지속가능성, 계획의 적정성, 입지 타당성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모든 측면에서 부동의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고도 넘치는 사업입니다. 물론 아무리 제도의 취지와 사실에 근거해서 결정하더라도 이른바 '국책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결정이니만큼 정치적 파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런 파장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시대입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는 교수님께서 명명한 '신개발주의'를 멈추라는 분명한 자연의 경고가 아닙니까? 너도나도 대전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 때,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멈춰세우는 것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전환의 방향과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역사적인 결정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먼 미래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학자적 소신에 못지 않은 장관님의 정무적 판단과 뚝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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