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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의료' 대신 시장과 탐욕이 판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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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의료' 대신 시장과 탐욕이 판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민건강논평] '돌보는 의료' 상상하기
돌봄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였다. 사회정책 영역만 두고 보더라도 돌봄은 지난 30년 간 한국 사회의 '나라 만들기'의 핵심 과제였다. 본디 돌봄의 사회화는 우리 모두 돌봄이 필요하며, 따라서 서로 의존적인 존재임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불평등한 젠더 관계에 기반하여 여성에 의해 주로 수행되던 '보이지 않던' 돌봄 노동을 가시화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변혁적 과정이다. 그 결과로, 사회의 자원과 권력은 돌보아지는 이와 돌보는 이 모두에게 정의롭게 배분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돌봄의 사회화는 역시 경제 원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예컨대, 돌봄의 공공성 강화보다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 아래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확대가 이루어졌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를 사업화했고, 당연히 돌봄의 필요는 단지 '기능적'으로 충족되었을 뿐이다. 돌봄의 사회화는 기능적으로 새로운 '사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데 국한하지 않는다. 사회의 여러 조건, 규범, 이념, 권력 관계, 제도를 모두 포함한 체제를 돌봄을 중심으로 재편할 때 우리는 비로소 돌봄국가, 혹은 돌봄민주주의를 상상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건강 돌봄'의 사회화를 생각해본다. 건강을 '단순히 질병과 장애가 없는 상태'로 좁게 정의할 때조차 돌봄은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아픈 몸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은 진작 제도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보건의료제도라고 부르는 이것 역시 사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시장과 상품으로 가득 차 있다. 더욱이 보건의료제도에서 돌봄은 '간병'으로 축소되는 한편, '전문 지식과 기술'에 기반한 의료 및 치료와 분리된다.(☞ 바로 가기 : <한겨레21> 2021년 7월 3일 자 '')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돌보는 의료'를 상상하는데 실패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간호법' 논의 역시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한다고 본다. '돌보는 의료'를 상상하지 못하는 지금, 간호법을 둘러싼 논의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 또는 '일자리' 경쟁으로 축소되어 보건의료 전문가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더군다나 그 투쟁은 보건의료 및 돌봄 시장 내에서 그들의 경제 권력과 전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이다. 간호사 단독 개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생각해보라.(☞ 바로 가기 : <라포르시안> 6월 3일자 '')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지역의사제를 통한 공공보건의료 영역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된 저항의 논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 권력의 크기가 다를 뿐, 간호법과 관련된 전문가 집단 간 갈등 역시 그 본질은 이 권력을 둘러싼 투쟁이다. 우리가 이해하는 바, 간호법의 핵심에는 간호 인력의 처우 개선과 사람 중심의 돌봄이 자리한다. 첫째, 간호 인력의 노동환경 개선,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인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은 돌보는 이를 돌보는 일이다. 태움, 병원 내 권력 위계에 의한 폭력, 과도한 업무 등에 대한 대안인 동시에, 양질의 돌봄에 대한 대안이다. 간호 인력의 노동환경 개선은 환자에게도 이롭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둘째, 사회구성원의 보건의료 및 돌봄 요구에 대한 간호부문의 역할 제고는 환자 혹은 사람 중심의 돌봄에 관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질병을 앓고, 치료하고, 회복하는 과정에 필요한 돌봄에 대한 분담,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의 배분은 돌봄의 민주성과 보편성을 강화하는 그 길이기도 하다. 셋째, 이 모든 것은 의료와 돌봄 서비스 생산체제의 공공성으로 연결된다. 생산체제의 공공성은 생산된 서비스와 이를 공급하는 체계의 공공성을 담보한다. 그러므로 돌봄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체제를 재편하는 것은 결국 공공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럴진대 정부는 보건의료와 돌봄을 스마트 의료 및 돌봄 시장으로 규정하는 등 경제 권력을 강화하고 가속화하는 데에 계속 힘을 싣는다. 힘이 기울어진 지금, 보건의료 전문가 권력 내부의 미시적 권력 이전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간호법 논의가 '돌보는 의료'를 상상하고 그 밑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돌보는 의료'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시장과 상품, 탐욕이 판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는 간호법과 관련된 논의의 축을 사람을 중심에 두는 '돌보는 의료'의 생산 및 공급의 공공성 강화, 이를 위한 보건의료전문가 내부의 민주적 권력관계 재편을 중심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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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민건강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비영리독립연구기관입니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하는 '시민건강논평'과 '서리풀 연구通'을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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