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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빵 버리듯 사회적 합의를 버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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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빵 버리듯 사회적 합의를 버리는 곳

[파리바게뜨와 헤어질 결심②]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정부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지 5년이 지났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제빵기사, 카페기사들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임종린 노조지회장이 53일 단식으로 했고, 이어 노조 간부들의 단식을 더하면 밥 굶는 시간 160일입니다.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국민 빵집'을 위한 연재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캠퍼스에 꽃이 피면 스물의 젊음을 상징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그들을 해석하는 새로운 단어가 쏟아진다. 한국 사회를 뒤덮는 생경한 음절의 단어들 때문에 무언가 다이내믹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지만, 청년의 먹고사는 문제, 하루하루 일상을 들여다보면 딱히 별다른 변화가 없다.

사회초년생이 진입할 수 있는 사회의 일거리는 여전히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서비스직이고, 그곳에서의 노동 방식도 여전하다. 물리적인 최저시급이 달라졌다고 하나 빅맥지수로 상징되는 소비자 물가를 상상하면 여전히 한 시간 일해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장 낮은 단계의 음식으로 허기를 때울 정도니.

조금만 시간을 뒤로 돌려 나의 스물로 돌아가도 풍경은 비슷하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진입한 많은 친구들이 파리바게뜨와 베스킨라빈스로 향했다. 그때도 그랬다. 이유 역시 지극히 스물의 낭만이었다.

갓 구운 빵과 쿠키의 달콤한 향이 가득하고, 축하와 위로의 의미를 담은 도넛과 커피를 판매하는 곳은 사회로의 첫걸음으로 삼기에 적절했다. 파리바게뜨에서 알바를 시작했던 친구들의 표정을 기억한다. 그 얼굴 모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의 힘으로 첫 돈을 번다는 설렘의 표정이었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 친구가 일한다는 이유로 파리바게뜨를 자주 찾았다. 빵으로 점심 끼니를 때울 겸 불쑥 찾아갈 때마다 친구는 없었다. 매주 일방적으로 달라지는 스케줄과 계속해서 쪼개지는 근무시간들.

친구들 모두 한 학기의 소비 계획을 세우고 그만큼의 수입을 얻고 싶어 노동을 시작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노동시간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끊어지고 또 끊어져 있었다. 결국 대학 내내 파리바게뜨에서 일했던 친구는 마지막에 퇴직금 문제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다른 친구는 주휴수당이라는 걸 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당시 그들과 함께 아르바이트가 정규노동인가 아닌가 고민하고, 왜 아르바이트가 4대 보험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지 논의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알바 청년을 존중하지 않는 파리바게뜨가 틀렸다고 말했다. 이후 부당한 임금체불과 간접고용이 사회문제가 되자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겠다는 합의를 들었다. 무언가 다른 흐름이 시작될 거라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합의사항마저 알바 시간처럼 쪼개고, 또 쪼갰다.

원자재 인상으로 빵값이 오르고, 우윳값 파동으로 생크림 가격도 오르는데 그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더디게 올라갔다.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는 1시간의 대가는 값싼 ‘사회초년생의 값’으로 계산된다. 파리바게뜨 유리창 너머 주방에서 빵을 굽고, 매대에서 빵을 판매하는 이들의 얼굴에선 그날의 친구들과 똑같은 설렘이 읽힌다. 그 설렘으로 우리 사회의 부당한 노동구조가 어떤지, 무엇이 당연한 것이고 무엇이 불합리한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소리쳐야 한다. 그때의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유통기한 지난 빵을 버리듯, 설렘의 유통기한이 사라진 청년들을 가벼이 바꾸는 파리바게뜨는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별도의 노조를 만들어 사람들의 연대를 쪼개는 파리바게뜨는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사회적 합의의 유통기한이 끝났다며 더 많은 사람을 고통으로 들이미는 파리바게뜨는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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