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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없는 검찰 권력,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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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견제 없는 검찰 권력,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기고] 독일을 통해 본 사법시스템 개혁방안 ①

지난 여름 독일의 정치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독일고등연구진흥원(DAAD)의 지원을 받아 독일 중서부에 있는 라인란트-팔츠주(州) 주도(州都)인 마인츠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주 의회와 주 정부를 찾아 주 의원 및 고위공무원과 인터뷰를 통해 평소 궁금해하던 사항들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과 검찰을 포함한 사법시스템의 개혁방안,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한 경찰시스템의 개혁방안,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방안, 주 정부시스템의 분석을 통한 지방분권의 강화방안, 다선의원의 문제 해결방안, 독일식 선거제도(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방안 등을 통해 한국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필자)

사법시스템의 개혁방안

사법개혁의 과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문제이다. 법원과 검찰, 판사와 검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의 사법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형사소송법과 같은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아니라, 일반인의 시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점을 독일 사례를 통해 찾아보겠다. 그 주요 내용은 판검사의 재취업, 판검사에 대한 인사권 독점, 법원과 검찰의 중앙집중, 검사의 과도한 권한,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 법조인 수의 부족 문제 등이다.
▲20일 서울중앙지검 모습.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상대로 범죄 사실과 이 대표의 연관성 규명에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1) 판사·검사의 재취업문제 : 독일에서는 판사나 검사가 변호사를 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어쩌면 바닥인지도 모른다. 주변에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재벌이나 권력자에 대한 사건이나 재판에서 여전히 그런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판사나 검사가 중간에 그만두거나 퇴직한 후에 변호사로 개업하거나 유명 로펌(법무법인) 또는 대기업의 변호사로 취업하여 높은 수임료나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천문학적 숫자의 보수가 오간다고 한다. 여기에서 과거의 사건 수사나 재판에서 행해진 은밀한 거래에 대한 보상이나 전관예우의 특혜가 작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먼저 대다수 판사나 검사는 일반적으로 자기가 선택한 자리에서 은퇴할 때까지 일하고, 퇴직 후에 변호사로 개업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라인란트-팔츠주 법무부 고위공무원과 인터뷰에서 이 내용을 질문했을 때, "판사나 검사는 오랫동안 판사나 검사로만 일했을 뿐이다. 그들은 변호사 일을 잘 모르고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변호사 개업을 하느냐?"라고 나에게 되물었다. 혹시 판사나 검사가 대기업의 변호사로 가는 사례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경우를 본 적은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판사나 검사의 과거 관련 기록을 모두 다시 검토하여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서는 물어보는 것 자체가 부질없어 보였다.
▲ 루벤 토믹(Ruben Tomic) 라인란트-팔츠주 법무부 대외협력과장 Ⓒ 조성복

2) 판사·검사에 대한 인사권 문제 : 독일에서 판사나 검사의 임명·승진·이동은 매번 공개모집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에서 재판거래와 같은 사법농단, 편파/부실 수사 또는 재판이나 수사에 대한 상급자의 영향력 행사 등의 문제는 판사와 검사에 대한 승진이나 이동 등 인사권이 대통령이나 대법원장, 검찰총장 등 소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03조에 따르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처럼 헌법에 따라 독립성을 보장받는 판사(법관)조차도 사법연수원의 기수와 성적에 따라 서열화된다. 판사는 단독판사, 부장판사, 고등 부장판사, 지방법원장, 고등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쳐 대법관이 되는 것이 승진순서이다. 이 과정에서 판사 내부에 주류와 비주류가 생겨나고, 주류에 들어가려면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법원장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 검찰의 문제도 법원과 유사하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아래 모든 검사가 위계적 구조하에 놓여 있어서 상급자의 잘못된 지시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검사도 평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청장, 지검장, 고검장, 검찰총장으로 서열과 위계가 확실하며, 학연, 지연 등에 따라 줄을 잘 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문제와 더불어 한국에서 판사와 검사가 상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매번 정기적으로 근무처를 옮기는 인사이동 시스템이다. 그런 과정에서 불이익을 안 당하기 위해 모두 상급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독일에서는 판사나 검사가 근무지를 정기적으로 옮기지 않는다. 판검사의 인사이동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들이 그렇게 매번 옮겨 다니면, 그 가족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그가 나에게 거꾸로 되물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판사나 검사의 임용이나 승진, 이동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자리가 공석이 되면 주 법무부에서 공개모집(공모)을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판사나 검사가 승진을 원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싶다면, 그는 반드시 그러한 공모를 이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자리 이동은 단순히 판검사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무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공무원의 일하는 모습과 승진이나 이동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공무원의 직무설계를 전반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방이나 주 판사법에 따라 구성된 '판사선출위원회'가 판사의 승진이나 이동을 결정한다. 그런 결정은 연방이나 주 법무부의 공모에 따라 자격을 갖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라인란트-팔츠주의 '주 판사법'에 따른 판사선출위원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4조는 판사선출위원회가 판사의 임용, 승진, 이동을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15조는 판사선출위원회 위원의 구성 방법을 정해 놓았다. 8명의 주 의원, 2명의 판사(상임위원), 2명의 판사(비상임위원, 일반, 노동, 사회, 재정, 행정법원 중 해당 법원의 판사 인사에 참여), 1명의 변호사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제17조에 따라 8명의 주 의원과 1명의 변호사는 주 의회에서 선출된다. 현재 8명의 라인란트-팔츠주의 주 의원은 사민당 3명, 기민당 3명, 녹색당 1명, 독일대안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8조에 따라 2명의 상임위원 판사는 주(州) 소속 모든 법원의 판사들로부터 선출되며, 종신직이다. 2명의 비상임위원 판사는 해당 법원의 판사들로부터 선출된다. 위 13명의 위원을 선출할 때 그를 대신할 수 있는 각각의 대리인을 같이 선출한다. 판사선출위원회의 업무는 주 법무부가 관장하고, 위원장은 주 법무부 장관이 맡는다. 하지만 위원장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 <표> 라인란트-팔츠주 판사선출위원회(Richterwahlausschuss). 라인란트-팔츠 '주 판사법(Landesrichtergesetz)' 참조.

3) 법원과 검찰조직의 단일화(중앙집중) 문제 : 독일의 법원과 검찰조직은 연방과 16개 주 정부에 분산되어 있다

우리의 법원이나 검찰은 하나의 단일 조직으로 일원화되고 서열화되어 있어서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법원의 구조가 연방과 주 정부로 나뉘어 있으며, 주의 판사를 임명하는 주체는 연방정부와 연방의회가 아니라 각각의 주 정부와 주 의회이다. 사법 권력의 수직적 분산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법원이 일반, 노동, 사회, 행정, 재정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있어서 각각의 법원은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진다. 이러한 법원 구성은 연방법원(우리의 대법원)이나 주 상급법원, 주 법원, 지원 등 모든 단위에서 동일하다. 이는 사법 권력의 수평적 분산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법기관이 서로 독립성을 갖게 되어 다른 재판이나 판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의 행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중앙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고 서열화되는 폐단이 없어지고 명실상부한 사법권의 분산과 재판의 독립이 보장된다. 독일에서 이처럼 독립된 사법권이 가능한 이유는 주 정부(우리의 광역자치단체)도 자체적인 '주 헌법'을 가지고 입법/행정/사법권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경우도 법원과 동일하다. 독일에는 '연방검찰청' 이외에 16개 주에 24개의 '주 상급검찰청'(우리의 고등검찰청과 유사하지만, 모두 주별로 하나의 독립된 조직이다)이 존재한다. 이들에 대한 인사권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보통 주 법무부)에 있다. 독일이 16개 주로 구성되어 16개 주 상급검찰청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24개가 있는 까닭은 인구가 많은 주에는 1개가 아니라 2~3개씩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권위주의적 사법시스템을 개혁하는 문제는 단순히 법원이나 검찰의 작은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의 중앙집권적 정치시스템을 바꾸는 것과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연방제의 도입과 같은 지방분권의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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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복
조성복 교수는 1986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7년 30대 중반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2000~2007년까지 쾰른 및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2007년 쾰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베를린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후 2010년에 귀국하여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국회 정책연구위원 등을 지냈습니다. 저서로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독일 사회, 우리의 대안> <독일 연방제와 지방자치>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등이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조교수의 사치'를 통해 우리 사회현상과 정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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