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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검사는 누가 잡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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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비리 검사는 누가 잡아가야 하나? [금태섭 칼럼]<3>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해법(3)
프레시안에 2회에 걸쳐 연재한 글에서 필자는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우선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을 폐기하고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게 한다. 그 다음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것을 전제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더욱 강화한다.

지금까지의 수사권 조정 논의는 대체로, 검찰의 수사권은 건드리지 않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축소시키자는 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이 글의 주장은 반대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강화 혹은 유지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근거는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리기 쉽게 되거나 혹은 더 나아가 스스로 사회를 재단하는 무소불위의 조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검찰이든 경찰이든 마찬가지다.

현재 경찰은 독자적 수사권이 없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고 있다. 설사 권한을 남용하려고 해도 검찰의 지휘로 인하여 한계가 있게 된다. 반면 검찰의 수사권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 대검찰청 중수부를 필두로 각 지방검찰청 특수부에서는 직접 범죄 혐의를 인지하여 수사를 한다. 일반 형사부에서도 고소, 고발 사건을 직접 수사한다. 정연주 KBS 전 사장 배임 사건,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 등 많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이 바로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행사한 사건들이다.

이런 무리한 수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검찰의 수사권'을 수술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런데 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그대로 두고 경찰의 수사권, 즉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손대려고 할까. 자칫 현재의 검찰과 같이 무소불위의 막강한 수사권을 행사하는 수사기관이 하나 더 탄생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이 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아래에서는 이 글의 주장과 같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강화하는 것이 어떻게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지 설명을 하고, 검찰에 남게 되는 보충적·2차적 수사권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본 후,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쟁점이 되었던 비리 검사에 대한 수사권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 따져보도록 한다.

1. 수사기관의 독립성 확보

ⓒ연합
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이루려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작업이다. 이론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리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제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방안을 채택하려면 그 방안을 시행했을 때 효과가 있을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원래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사에 관한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하나의 기관(검찰이든 경찰이든)이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건 처리를 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비판을 받았던 사건을 놓고, 현재 제시되는 여러 방안들이 실현되었을 때 과연 잘못이 시정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제대로 된 검증의 방법일 것이다. 여기서는 필자의 임의로 KBS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배임사건,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그리고 미네르바 사건을 예로 들어서 살펴보려고 한다.

만일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할 경우 위에서 든 사건들에서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위의 사건들은 경찰과 아무런 관계가 없이 검찰에서 직접 수사해서 기소한 사건들이다. 수사지휘권의 유무와 상관없이 검찰은 여전히 정연주 전 사장을 배임죄로 수사하여 기소할 수 있고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에 경제전망에 관한 글을 쓴 한 네티즌을 위헌 소지가 극히 높은, 수십 년 동안 적용된 일이 없었던 법을 근거로 기소할 수도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에 손을 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래 수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게 되는 매카니즘을 보면 양측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수사기관을(검찰을) 동원해서 일정한 목적(KBS 사장의 교체, 언론에 대한 탄압,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의 억압)을 달성하려고 한다. 이에 부응하는 일부 정치 검사는 정치권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인사상의 혜택을 보려고 한다. 공(?)을 세우는 검사에게 당근을 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다.

(이 글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비판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특정 사건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 그 사건에 관여했던 검사들이 정치적인 이유나 혹은 개인적인 출세욕으로 왜곡된 사건처리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논점이 흐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순전히 가정적으로, 만일 그와 같은 사건에서 검찰 지휘부나 담당 검사가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가지고 정치권의 요구에 응하려고 했다면, 너무나 쉽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뿐이다. 그러한 전제에서 아래 글을 쓴다)

검찰은 법원의 조정 권고에 응한 KBS 정연주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해서 기소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는 법원의 조정에 응한 것이 어떻게 배임죄가 될 수 있느냐, 만일 그렇다면 판사도 공범이란 말인가, 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만일 정권이 자신들의 뜻대로 사건을 처리하려는 의도를 가진 검사를 찾아낼 수 있다면 아무런 걸림돌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각각의 검사는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아무런 지휘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상급자의 결재는 받는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결재를 지휘 혹은 통제로 보기는 어렵다). 만일 어떤 검사가 권력의 요구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고 인사상의 혜택을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PD수첩 사건의 경우, 원래 사건을 담당하던 부장 검사는 장기간 처리를 미룬 채 버티다가 사표를 제출했다. 스스로 얘기를 하지 않아서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기소에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후 교체된 수사팀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고, 1심에서부터 무죄를 받았지만 어쨌든 애초에 고발을 한 측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만에 하나라도 교체된 수사팀이 정치적 편향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사건이야말로 어떤 기관에(이 경우에는 검사에게) 독자적인 수사권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권력은 얼마든지 수사팀을 교체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일 검찰에 수사권이 없다면 권력이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네티즌을 제압하기 위해서 동원할 수 있는 기관은 경찰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검찰이 아닌 경찰이 박대성씨에게 전기통신기본법을 적용해서 수사를 했다면 실제 사건처럼 쉽게 처리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정말 정부가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경찰을 동원하고 경찰이 그에 응한다면 결국 그 공은 담당 경찰관의 것이 된다. 바꾸어 말하면 수사권이 없고 수사지휘만 할 수 있는 검찰은 아무런 공(?)도 세울 여지가 없고, 이런 일에 협조할 요인이 별로 없게 된다. 정권은 직접 수사를 한 경찰에게 상을 내리지 단순히 수사지휘에만 관여한 검사에게 큰 혜택을 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통신기본법은 위헌 소지가 높아서 수십 년간 적용된 적이 없었던 법이고 실제로 나중에 위헌 결정을 받았다. 정권의 요구에 맞게 사건이 처리되더라도 그 공이 대부분 경찰로 돌아가는데 수사지휘를 담당한 검사가 그렇게 쉽게 그런 법의 적용을 방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경찰과 검찰 양측에 압력을 행사한다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검찰에만 힘을 쓰면 되는 현재보다는 훨씬 어려울 것이다. 수사에 관한 권한을 '직접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으로 나누어서 전자는 경찰에, 후자는 검찰에 주는 것에는 이러한 이점이 있다.

만일 현재의 논의처럼 검찰의 수사권은 그대로 놓아두고 경찰에 독자적인 권한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일부에서는 이러한 수사권 분배를 통해서 상호 견제를 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권의 입장에서는 그때그때 검찰을 동원할 수도 있고 경찰을 동원할 수도 있게 된다. 오히려 양 기관의 충성경쟁을 유도해서 훨씬 쉽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어느 기관에나 조직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기 마련이다.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쟁 기관이 있다면 상대방보다 잘해서(?) 권력의 눈에 들어보려는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다. 현재의 논의는 이러한 점에서 대단히 위험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2. 검찰의 보충적·2차적 수사권

만일 검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폐기할 경우 남게 되는 보충적·2차적 수사권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경찰을 배제하고 스스로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은 막는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어느 한 기관이 수사에 대한 주도권(initiative)을 쥐는 한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유일한 직접 수사기관이 되는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서 경찰 비리에 관한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검사의 사기, 혹은 사명감을 걱정하는 의견들이 있다. 검사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 즉 수사를 하기 위해서 검찰에 오려고 하는 것인데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면 검찰에 오려는 사람이 대폭 줄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수통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 중에도 만일 고위공직자수사처 등 검찰을 대신할만한 수사기관이 생기면 그곳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현재의 검사와 같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생긴다고 해도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수사를 하게 해야 한다. 지나친 권한 집중으로 인한 폐해는, 현재의 검찰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검사는 세계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해서 사회의 비리를 파헤치겠다는 순수한 꿈을 가지고 검사가 되려고 한다. 우리가 꼭 외국의 제도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검사들이 지금까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독립적으로 수사를 해왔다면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험은 실패했다. 검찰이 수사권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누리던 권한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에서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권한을 남용한 스스로의 책임이다. 한때나마 검찰에 평생을 바치려고 했던 사람으로서, 오늘의 검찰을 이 모양으로 만들고 결국 외부에 의한 개혁에 찬성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일부 검사들에 대해 원망의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3. 비리 검사에 대한 수사는 누가 해야 하는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일 때 경찰은 비리 검사에 대한 수사권만 주면 다른 모든 문제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조금 극단적인 주장이기는 했지만 상당한 여론의 호응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 검찰은 검사도 인권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과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를 했다. 필자의 주장대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면 당연히 비리 검사에 대한 수사도 경찰에서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검찰 비리를 검찰에서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는 법무부 소속 공무원의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할 수 없다는 법규정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구시대적 규정은 없어졌지만, 검사의 비리는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한다. 그런 관행이 고쳐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론적인 논의를 할 필요도 없이 실제 사건의 처리 결과를 보면 그렇다. '그랜저 검사' 때나 '벤츠 검사' 때나 검찰은 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대응을 하다가(실제로 무혐의 처분을 하기도 했다), 여론에서 문제가 되면 소위 '특임 검사'를 임명해서 수사를 하곤 했다. 그랜저 검사 사건 당시 특임 검사는 일반 형사부 검사는 특임 검사처럼 철저히 수사를 하기 힘들어서 무혐의 결정을 했다는 취지의 변명을 했다. 그러나 통상의 절차로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없다면 이미 검찰 스스로 수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법원의 내부 비리에 대해 법원 자체 내에서 조사를 하겠다고 하면 검찰에서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소속 검사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직접 하고 타 기관(경찰)이 관여하지 못 하게 한 것은 지금까지 검찰이 얼마나 통제받지 않는 권한을 행사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반증이다. 비리 검사에 대한 수사권을 달라는 경찰의 구호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무소불위의 힘은 이제 반납해야 한다.

4. 마치는 말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수많은 방안이 제시된다. 검사장 직선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다양한 쟁점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처럼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나와야 한다. 직접 수사권을 경찰에 맡기고 수사지휘권만을 갖도록 하는 것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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