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대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노동 시간 개편안에 대해 야당은 "과로 사회로 내모는 정책"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답변에 나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히려 개편안이 "실노동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설계한 것"이라며 맞섰다. 이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자꾸 근로 시간이 늘어난다고 주장하는데 지난 2018년에 주52시간제가 급격히 들어오면서 공짜·편법 노동, 투잡·쓰리잡이 생겨 실 노동시간이 안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노동 시간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6일 현재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 활용 규제를 완화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제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 장관은 지난 주 청년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으나 청년 노동단체는 입을 모아 근로시간 개편안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포괄임금제 등으로 인해 노동 시간은 늘어나지만, 임금은 늘지 못한다는 우려가 청년층에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몰아서 일하고 몰하서 쉰다'는 정부의 구상과는 달리 '몰하서 일하고 기절한다'는 '기절 근무표'가 인터넷에 등장하기도 했다. 한 유튜브 채널은 이러한 상황을 풍자하는 영상으로 185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노동시간 개편안을 거듭 옹호했다. 그는 "법적으로 노동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건강권과 선택권, 휴식권을 통해 실제 일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게 한 축"이라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을 못 쓰는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등, 실제 일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들이 만든 '기절 근무표' 대신 노동부가 만든 '올바른 나만의 가상 근무표'라는 카드 뉴스를 언급하며 "노동 총량이 같아도 몰아서 일하면 심혈관계질환 발병률이 높고, 집중력이 떨어져 산재사고 발생률이 높다"며 "몰아서 일하고 아프거나 다쳐서 쉬면 이것은 휴식이 아니고 요양"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노동부에서 만든 '올바른 나만의 가상 근무표'도 "극단 적인 것"이라고 반박하자, 강 의원은 "이거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장관은 "극단적인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드린 것"이라며 "실노동 시간을 줄이면서 시대흐름에 맞게 탈법과 편법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노동시간 개편안을 권고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언급하며 "미래노동이라고 하면 주 4.5일제나 주 36시간을 지향하는 게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다고 본다"며 "(개편안은) 철회하시는 게 맞다"고 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 시간 개편안이 시행되면 장시간 노동으로 산재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한다는 평가내용을 고시하지 않았다"며 "주 60시간 이상 근로 시간대의 산업재해 승인율이 94.2%인데도 근로 시간을 늘리는 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 이 장관은 이 답변에 "자꾸 근로 시간이 늘어난다고 주장하는데 지난 2018년에 주52시간제가 급격히 들어오면서 공짜·편법 노동, 투잡·쓰리잡이 생겨 실 노동시간이 안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노동 시간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방청석에 있던 다른 의원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할 얘기가 아니다", "노동부가 그렇게 얘기하면 어떡하냐"고 탄식했다. 한편,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주장한 120시간 노동 발언에 대해서도 "그게 가능하겠냐"면서도 "일이 몰릴 때는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120시간 근로 발언을 기억할 것"이라며 이에 동의하는지 물었고, 이 장관은 "그게 가능하겠나", "왜 120시간 근로를 해야하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 의원이 "대통령이 후보시절 한 말에 장관이 동의하는 거냐 묻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자 이 장관은 "일이 몰릴 때는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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