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 개편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주 6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산업재해를 인정 받은 경우가 9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6일 근로복지공단으로 제출받은 '최근 4년 뇌심혈관질병 업무시간별 산재 승인 및 유족급여 승인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주 60시간 이상 일한 그룹의 산재 승인율은 최대 93.4%에 이르렀다. 반면,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산재승인률은 10%대로, 80%가까이 차이가 났다. 뇌심혈관질병은 대표적인 과로사 질병으로 꼽힌다. 추이를 살펴봐도 주 6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 중 뇌심혈관계질병으로 사망한 이들의 산재 승인률은 89.6%(2019년), 93.5%(2020년), 91.8%(2021년), 93.4(2022년)을 기록하며 90%를 웃돌았다. 즉, 주 60시간을 일하다 과로질병인 뇌심혈관질병으로 숨져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산재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이 경향성은 주 52시간 이상~60시간 미만 일한 그룹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주 52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가 뇌심혈관계질병으로 사망했을 경우 산재 승인률은 81.2%(2022년), 77.7%(2021년), 77.1%(2020년), 74.6%(2019년)을 기록했다. 반면,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사망 산재승인률은 10%대로 급격히 낮아졌다. 52시간 미만 일한 노동자가 뇌심혈관계빌병으로 사망했을 경우 산재 승인률은 지난해 17.3%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13.3%를 기록했다.
결국, 뇌심혈관계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산재승인율이 10%대에 머물렀지만 52시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70%대로 급증하더니 60시간을 초과하자 승인율이 90%대에 다다른 것이다.
'장시간 노동' 비판을 받으며 노동시간 개편안을 추진 중인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위험은 인지하고 있었다. 노동부는 고시를 통해 이미 과로사 인정 기준이 4주 평균 64시간이라고 고지를 하고 있다. 노동부 고시에 따른 과로사(뇌심혈관 질병 등) 인정기준은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 또는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 일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다. 또한 주 평균 노동시간이 60에서 64시간을 넘어가는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이 매우 강하다고 명시했다. 거기에 더해 '주 평균 52시간만 넘어도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이 증가한다'고 적혀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정부의 구상과는 달리 '몰아서 일하고 기절한다'는 '기절 근무표'가 청년들 사이에서 유머처럼 돌았지만, 산재 통계를 통해 이는 더이상 '유머'가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이정식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의에서 거듭 현재 노동시간 개편안이 "건강권과 선택권, 휴식권을 통해 실제 일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실노동 시간을 줄이면서 시대흐름에 맞게 탈법과 편법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 김주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근로시간의 선택권 확대'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근로시간을 늘리기 위해 입맛대로 산재 기준을 골라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다"며 "2023년 현재까지도 장시간 노동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시간을 줄이지는 못할지언정 정부가 앞장 서 과로사회로 국민을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공식 통계에 잡힌 최근 5년 뇌심혈관 질환 사망자만 2,418명에 이른다"며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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