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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뇌관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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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뇌관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원희룡, 전세사기 피해자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특별법이라는 게 지금의 법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에 만드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저는 피해자로 인정도 받을 수가 없나요?"

무릎 꿇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절규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정부여당의 전세사기 특별법안을 두고, 피해자들은 가슴을 치고 있다.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등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책은 없고, 6가지 피해자 선별 요건을 발표하면서, 피해자를 기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요건은 '전세사기 의도' 입증을 요구하는 등 모호하면서도 까다로워서, 피해자 구제가 아닌 걸러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기준을 4가지로 줄여 발표했지만, 여전히 피해구제의 사각지대가 넓은 실정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할 상황에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문제해결에 임하는 정부의 인식 수준과 태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별법 발표 다음 날 "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면서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세사기 특별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전세사기, 사회적 재난이라는 인식

수천 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은 무자본 갭투기를 노린 조직적 사기꾼들에 의해 일생을 애써 모은 보증금을 잃고, 약탈적인 경매장사치에 의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태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다리다 세 명의 피해자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까지 했다. 일련의 사태를 무력하게 목도하면서도 전세사기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뻔뻔함이 개탄스럽다.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다. 재난이 무르익는 과정에 정부 정책이 있다. 시장에 공급만 늘리는 주택공급정책은 건설기업과 부동산업자의 배를 불렸다. 등록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에게는 각종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을 제공했고 규제를 풀어줬다. 다주택자는 양산되었고 집값은 폭등했다. 집 없는 국민에게 정부는 대출 중심 정책을 폈다. 집 없는 국민은 '빚' 내서 집을 사거나, '빚' 내서 전월세로 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은행 등 금융기관은 정확한 심사 없이 무분별한 대출 장사를 했다. 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 본연의 역할은 방관했다.

헌법적 권리인 국민의 주거권은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부동산 시장만 바라본 정부 정책 토양 위에 무자본 갭투기가 뿌리내렸다. 깡통전세가 양산되었고,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이 무르익었다.

깡통전세, 뇌관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올해 7~8월이면 9000채 이상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에 계약한 전세의 만기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가가 전세보증금에 육박하거나 낮아서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전세' 우려 지역이 전국 25곳에 이르는 실정이다.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깡통전세는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크다. 전세 문제는 조직적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 없는 국민 모두가 직면한 문제다.

따라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와 깡통전세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방책을 마련하는 일은 집 없이 세입자로 살아가는 무수한 국민을 보호하는 일과 직결된다. 전세사기·깡통전세를 사인 간의 거래로 일축하여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을 포함하는 실질적 구제책을 마련하고, 지원 대상 사각지대도 해소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부양 일변도의 정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대출 규제와 전세가율 관리,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충 등 투기와 탐욕으로 얼룩진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는 인식은 "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면서 사기 피해 뒤에 '평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미사여구처럼 붙여 쓰는 원희룡 장관의 문장구사력만큼 황당한 일이다.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에 선을 그은 원희룡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을 포함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정책을 주거권 정책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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