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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권위, 퀴어축제 대관 막은 서울시 산하기관에 "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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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권위, 퀴어축제 대관 막은 서울시 산하기관에 "시정하라" "반대 시위 우려한 대관 거절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불합리한 조치"
국가인권위원회가 보수 기독교단체 등의 반발이 우려된다며 퀴어문화축제 행사 대관을 막은 서울시 산하기관의 결정이 성소수자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28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인권위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측의 대관신청을 불허한 서울역사박물관장과 서울특별시 공익활동지원센터장에게 추후 성소수자 관련 행사의 시설 이용 신청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승인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지난달 20일 권고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일환으로 해외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초청 강연회를 열기 위해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 서울역사박물관에 시설 대관을 신청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다음달 두 기관 모두에게 대관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관들은 사회적 갈등 유발이 우려되는 행사 또는 상업적·정치적·종교적 행사에 대해 대관을 거부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을 근거로 들었는데, 이를 두고 조직위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와 여의도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개최한 가운데 한 참가자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기관들은 퀴어문화축제 행사 자체가 아닌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가 기관 운영을 방해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강연회 자체는 대관을 불허하는 규정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학부모 단체, 보수 기독교단체 등과 갈등·마찰을 겪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부속 프로그램임을 감안했다"고 해명했으며, 역사박물관 또한 "반대 단체의 시위와 충돌 등으로 인해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행사로 판단했을 뿐이며, 진정단체에 대한 어떠한 차별적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관련해서 인권위는 "진정단체의 강연회 행사 개최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반대 단체들과의 갈등과 마찰을 일으킨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소명이 없는 바, 이는 성소수자 단체에 대해 '갈등이나 민원을 유발하는 단체'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행사장 앞에서 반대시위가 발생해 공간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 원인을 진정단체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바 조치의 합리성을 찾기도 어렵다"며 "경찰에게 시설보호요청 등을 통해 반대단체에 의한 관람 등의 방해를 제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음에도 진정단체의 대관신청을 불승인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불합리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진정인이 진정단체의 시설 대관신청을 불승인한 것은 성소수자 관련 행사라는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배제한 것으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각 기관 센터장에게 재발방지대책을 주문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일대에서 개신교계 임의 단체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결정을 두고 인권위가 여러 우려 속에도 여전히 '인권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서울역·여의도 등지에서는 보수 기독교계가 연합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동성혼 합법화 및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23만5000여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다수의 역차별 조장' '에이즈 감염 90% 이상 동성 성관계' 등의 팻말을 들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집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상 축사를 통해 "할렐루야!"라며 "소외된 이웃에게 위로와 소망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퀴어문화축제 측이 공공장소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열지 못하는 현실을 짚는 토론회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개최하려 하자 '행사 내용'이 달라졌다며 행사 일주일 전 대관 승인을 취소해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된 바 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 또한 지난 6월 발간한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 "에이즈, 항문암, A형 간염 같은 질병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 등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을 드러낸 바 있다. (☞관련기사 : [단독] 안창호 "차별금지법, 신체 노출 따른 성 충동으로 성범죄↑")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는 "기관들의 불승인 통보는 성소수자 차별임이 명확했지만, 인권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번 판단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과 권고에 따라 기관들이 혐오의 목소리에 눈치 보지 않고 원칙대로 차별 없이 운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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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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