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을 돌아보세요. 미친 듯이 치솟은 물가로 살던 집도 내쫒기듯 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외식은커녕 식재료 쇼핑도 무서워서 할 수가 없어요. 급등하는 금리와 물가는 저와 같은 서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어요. 민주당에게 묻고 싶은 게 이겁니다. 정의를 외치고 다양성을 주장하고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하지만 정작 서민들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나요? 민주당이 한 일이라고는 트럼프에 대한 격렬한 비난과 조롱 외에 기억나는 게 없어요. 트럼프 욕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데 말이죠. 오바마를 열렬히 지지했던 저는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요."
데이비드를 만난 다음날 백악관 인근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였다. 마침 뉴스에서는 지난 26일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을 자위권 차원이라며 두둔하는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인터뷰를 다루고 있었다. 결국 시위는 점점 과격해졌고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 일부가 체포되기까지 했다. 현재 미국은 2개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시작과 함께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3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1130억 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종전의 기미는커녕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핵공격 가능성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해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레바논, 이란 등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데니스(Denise, 70대 여성, 사업)는 이번 대선처럼 지지할 후보를 정하기 힘든 선거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체할 인물을 찾지 못해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또다시 내세운 공화당이나 집권기간 동안 민생에서부터 국제 전략에 이르기까지 정책적 무능함을 보여주는 민주당 모두 딱히 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서민의 삶이 무너지는 데도 잘하는 건 트럼프 비판 밖에 없는 민주당과 미국의 근간인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데도 밀 수 있는 후보가 트럼프 뿐인 공화당 사이에서 미국 사회는 국민들이 뽑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할 거라는 '정치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 온갖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약진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현상이 바로 이를 보여준다. 도덕성을 상실하고 유능함마저 잃어버린 미국의 정치를 보며 관심과 기대를 저버린 미국 국민들은 1992년 클린턴의 대선 구호였던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정치인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을 것 같다. 한 단어만 빼고. 'It's the Politics, stupid!'(바보야, 문제는 정치야!)11월 5일 있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 중인 신정현 전 경기도의회 의원(모두를 위한 정치연구소 온 소장)의 글을 게재합니다. 신 전 의원은 세상을 바꾸는 꿈을 품은 청소년운동가에서 세대와 계층, 마을을 연결하는 공동체조직가로 활동하다가 2018년부터 4년간 경기도의원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새빛남매의 아빠로, 프로육아러가 주업이 된 부업 정치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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