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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5.18보다 더한 참사냐"를 '2차 가해'라 말 못한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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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태원, 5.18보다 더한 참사냐"를 '2차 가해'라 말 못한 인권위원장 이태원 유가족 "저런 말에 우리 아이가 세상 등져"…野 "안창호, 이충상에 가스라이팅 당했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이충상 상임위원이 했던 "스스로 즐기기 위해 몰렸다가 발생한 사고", "5.18민주화운동보다 더한 참사냐" 등 발언에 대한 입장 표명을 끝끝내 거부했다. 인권위는 재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낙인 찍는 행위를 '혐오 표현'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 위원장은 이 상임위원의 발언들을 '혐오 표현'으로 규정하는 대신 "이충상 상임위원의 발언 경위를 들어봐야 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어떠한 변명을 해도 이충상 상임위원이 2차 가해와 막말을 퍼부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안 위원장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국정감사 도중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 상임위원의 발언들을 두고 '2차 가해 맞느냐'고 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렇게 말하게 된 경위를 우리가 들어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다"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서 의원은 "명백한 2차 가해를 2차 가해라고 말도 못 하고 왜 이렇게 눈치를 보느냐. 이충상 위원에게 가스라이팅 당한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라고 지적하자, 안 위원장은 "눈치 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앞서 이 상임위원은 지난 2023년 6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 결정 논의 도중 "스스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가 넘어져 발생한 사고인 이태원 참사가 명백히 국가 권력이 시민을 고의로 상실한 5.18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인가"라며 이태원 참사와 5.18민주화운동을 저울질하는 발언을 했다.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제일 왼쪽) ⓒ연합뉴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각국 인권 기구의 등급을 심사하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SCA)는 인권위의 특별심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해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간리는 이 상임위원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참사 희생자에 대한 비하 발언 또한 서슴지 않았다"며 "참사 피해자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 상임위원은 간리 측에 "참사 희생자에 대한 비하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직접 답변서를 써 보냈다. 그는 "'5.18.보다 더한 참사인가?'를 '5.18보다 더 귀한 참사인가?'로 한 글자를 빠뜨린 발언이었을 뿐인데도(이 위원이 참사에 더 귀한 참사가 있고 덜 귀한 참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아닌데도) 이 한 글자가 빠졌다는 이유로 이 위원을 맹렬하고 과도하게 비방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귀한 참사'가 아닌 '더한 참사'라고 발언했다는 게 해명의 요지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민주화항쟁에 대한 5.18특별법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였다가 발생한 참사에 대한 이태원특별법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시 해당 장소에 체류하였던 사람 등을 포함시킨 피해자의 범위가 너무 넓고, 조사 불응 등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등이 명백히 위헌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송해진 씨. ⓒ국회방송
이 상임위원이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을 했던 전원위 회의를 직접 참관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이날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자신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번째 이재현 학생의 엄마'라고 소개한 유가족 송해진 씨는 "저희 아이가 저런 말들을 견디다 못해서 세상을 등졌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다.

"저희 아이는 이태원 참사 당시에 인파에 갇혀 있었다가 무사히 구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참사 현장에서 두 친구를 잃게 되었고 이후에 희생자나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로 괴로워하다가 참사 43일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중략)

그 당시에는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희생자를 보호해 줄 특별법이 필요했습니다. 그 간절한 마음으로 인권위의 의견 표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충상 위원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문건을 배포했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난 사고이다, 피해자의 권리를 명시하는 특별법은 없다, 참사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2차 가해성 발언을 시작하셨습니다. 극우 유튜버나 악성 댓글에서나 법한 막말을 인권위원에게 저희가 들었습니다. 저희 아이가 저런 말들을 견디다 못 해서 세상을 등졌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또 민주당이 무리한 조항을 넣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등 특별법의 내용을 왜곡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속기록에는 없지만 항의하는 유가족들에게는 '억지 부리지 말라, 어디서 저런 게 기어들어 왔느냐'며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까지 하셨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제시한 인권위의 <혐오표현 대항 안내서>. ⓒ국회방송
서 의원은 인권위에서 발간한 <혐오표현 대항 안내서>를 제시하며 "재난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 낙인찍는 행위 예를 들면 '자식 팔아 장사한다, 놀다가 죽었다', 이것은 명확한 혐오 표현"이라며 안 위원장에게 "이 규정에 대해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안 위원장은 "본인(이충상 상임위원)으로부터 이렇게 말하게 된 경위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 의원이 "눈치만 보고 방관이나 하고 있다"고 질타하자, 안 위원장은 "눈치가 아니라 진실을 말한 것이다. 양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이에 서 의원은 "왜 이렇게 비겁하냐. 인권위원장은 정의로워야 하지 않느냐"며 한탄했고, 안 위원장은 "나름대로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서 의원은 인권위의 재난피해자 권리보호 인권 가이드라인 권고사항 가운데 "재난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 등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에게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안 위원장은 "당연히 저희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서 의원이 "재발 방지책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하자, 안 위원장은 "그 부분은 의견이 상치되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이 긴리에 보낸 해명서 내용.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
서 의원은 이 상임위원을 향해서는 이 상임위원이 간리 측에 보낸 해명자료를 언급하며 "이걸 해명이라고 한 것이냐. 더한 것과 귀한 것이 무슨 차이가 있나. 인권으로서 대한민국이 망신을 산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이 상임위원은 "참사에 더 귀한, 덜 귀한 게 없다는 걸 제가 잘 안다. 한 글자 잘못 발음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송 씨는 이 상임위원을 응시하며 "이충상 위원은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상대로 말장난하는 건지 묻고 싶다"며 "어떠한 변명을 해도 이충상 위원이 2차 가해와 막말을 퍼부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인권위원회 탈을 쓰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인권을 짓밟은 언행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유가족과 국민 앞에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울먹이며 "아이를 이렇게 허망하게 떠난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나 그리움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에 많이 부친다. 이런 저희를 향한 이충상 상임위원의 2차 가해성 발언은 저희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고 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게 만든다"며 "약자와 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할 인권위원이 희생자를 향해 2차 가해성 발언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이충상 위원님 사과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상임위원은 "인간적으로 미안하다"면서도 "(이태원 참사 책임자 최고 형량이) 제 예상대로 금고 3년이 선고됐다"고 응수했다. 이에 송 씨는 절규하듯 "희생자들을 모욕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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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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