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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효율적으로 기금 운용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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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효율적으로 기금 운용을 하고 있나? [기고] 국민에 '더 부담하라' 하기 전에...
지난주 중반, 2017년 국민연금 수익률이 저조하고 연금고갈시기가 앞당겨질지 모른다는 기사가 난 후, 주 후반부터 해결방안으로 연금보험료 인상과 연금개시시기 연기안이 신문지상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논의 전개에 수긍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자신의 연금을 국민연금에 지불하면 국민연금(정확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은 기금을 운영하여 수익을 내고, 미래에 기금 적립금과 운영수익금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연금을 돌려준다.

즉,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연금을 국내와 국외 주식, 채권 및 부동산 등에 잘 투자한 후 수익을 많이 내서 적립금을 더 높이고 이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만약 국민연금이 천문학적 수익을 낸다면, 이론상으로는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가 감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작금의 논리는 고령화 등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니 국민들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구조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 “과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환경이 되어 있다면, 이들은 제대로 기금을 운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

국민연금의 대담한 투자

필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부동산/도시계획 박사 취득 후 보스톤 소재 상업용부동산 리서치회사 (Property & Portfolio Research, Inc, 현재 CoStar)에서 유럽과 아시아 상업용부동산시장 모델링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다년간 근무하였다. 담당 업무는 글로벌 도시의 오피스 시장 가격과 공실률의 미래 전망을 예측하는 것이었고, 여러 도시의 오피스건물과 쇼핑몰에 투자하는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회사들이 주요 고객사였다. 2007년부터 근무를 시작하였기에 2008년 전세계 경제가 붕괴되는 한 가운데 있으면서 미국 경제가 어떻게 급락하는지를 체감하였다.

2009년 서울대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서울에서 행해지던 많은 개발사업들의 허황된 분석 그리고 뉴타운개발과 같이 거주민의 이익을 도외시하는 개발에 분노하였고, 2011년 출간한 책을 통해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고 실제로 2013년 용산국제업무지구는 파산했다.

2010년대 초반, 국내 대형 개발 프로젝트 진행 수준은 매우 형편없었음에도, 해외에서 국내기관들이 진행한 투자들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었다.

2009년과 2010년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오피스, 리테일상업시설 그리고 물류창고 등)은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2008년 미국 글로벌 쇼크가 유럽으로 옮겨 붙으면서 유럽의 경제 상황이 안좋았고 특히 리테일 상업시설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경기가 안 좋기에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았고, 소비를 하지 않기에 쇼핑몰에 입점한 가게들의 장사가 안 되고 가게들은 쇼핑몰 운영자에게 임대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매우 대담한 투자를 하였는데, 2009년 11월 런던 HSBC 건물을 8000억 원에 2010년 베를린 소니센터를 8000억 원에 매입하였다. 그리고 이 투자들은 엄청난 투자 수익을 창출하였다. 런던 HSBC는 2014년 1조8000억 원에 베를린 소니센터는 2017년 1조4000억 원에 매각되었고, 수익률이 2배에 이른다.
▲ 독일 베를린의 랜드마크인 ‘소니센터’. ⓒ연합뉴스

2009과 2010년 투자 시점, 필자는 해외 지인들(해외 금융회사 근무자 혹은 연구진)로부터 많은 이메일을 받았다. 당시 국민연금의 해외인지도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필자의 지인들은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연금(NPS: National Pension Service)이 누구냐?", "(비꼬는 뉘앙스로) NPS는 지금 유럽상황이 어떤데 이런 투자를 하냐?", "(NPS는 듣보잡이기에) NPS가 이런 거대 계약에 투자할 돈은 진짜 있냐?"라는 이메일 등이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불쾌한 이메일이 많았다.

하지만, 해당 투자들은 대한민국 NPS의 실체를 전세계에 각인시켰으며, 대한민국 국격을 한 단계가 높였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후 NPS 는 해외부동산투자분야에서는 글로벌 슈퍼 갑으로 등극했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 뿌려진 자금들은 NPS와 해당 회사들의 신뢰를 매우 단단하게 하였다. 부동산 투자는 시장 분석과 투자도 중요하나, 그 전 단계인 물건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평창동같은 부자 동네의 고급 주택은 일반인 상대 중개업소에 공개되지 않고, 소수의 믿을 수 있는 – 즉, 매입 여력이 있는 수요자를 확보한 중개업소에만 정보가 제공된다. 당연히 몇 천억 몇 조 단위의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물건 확보가 너무나 중요하기에 좋은 물건 정보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전세계가 총체적 위기인 상황에서 좋은 투자자를 만난 회사들은 해당 투자자와 끈끈한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투자자가 전세계 3대 연기금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좋은 물건과 투자정보가 NPS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7년 이후 지금의 국민연금은?

그런데 2017년 이후 작금의 NPS상황을 살펴보자. 1년 이상 기금운용본부장이 공석이다. 여기서 기금운용본부장이라는 직책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행정파트라 할 수 있는 조직의 수장인 국민연금 이사장이 있고, 국민연금 650조원을 운영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이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그야말로 금융 등에 박식한 전문가로, 이사장으로부터 독립된 직위다. 타이틀이 본부장이어서 일반회사 본부장급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NPS 기금운용본부는 글로벌 금융회사 중에서도 갑에 속하는 조직이기에, 기금운용본부장은 대단한 자리다.

(업종이 약간 달라 정확한 비교라 보기는 어려우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라는 직위는 골드만삭스 회장 정도와 비견된다. 그런데 골드만삭스 회장 자리가 1년 이상 비어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며, 이런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리라고 보여지나?

NPS 기금운용본부에는 크게 6실(주식운용실, 채권운용실, 국내대체실, 해외대체실, 해외증권실, 운영지원실, 전략실)이 존재한다. 그런데 2017년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가면서, 당시 6실의 실장이 모두 조직을 떠났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해외대체실장은 무려 1년 6개월간 공석이었다가 최근 내부인사를 실장으로 승진시켰다.
우리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다른 돈도 아니고 국민들의 미래 수익원인 국민연금을 본인과 삼성 관련 일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분노의 내면에는 국민연금 자금은 결코 헛되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있다. 즉, 국민연금은 너무 소중하기에 함부로 사용되어서도 안 되며, 마땅히 제대로 된 전문가 그룹에 의해 제대로 운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운용을 담당하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회장 자리가 1년 이상 비어있을 뿐 아니라, 주요한 부서의 책임자마저도 공석이다.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런 심각한 문제(6개 실 실장과 역량있는 내부 직원들의 퇴사)는 201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서 전주시로 옮긴 후에 발생하였다.

금융회사 본사는 전국에 산재해서 위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굴지의 금융회사들은 여의도에 집중적으로 위치한다. 주식과 채권 투자를 위해서는 다른 기관들과 오프라인 상 미팅을 자주 가지면서 고급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경우는 좋은 물건을 오프라인 상에서 소개 받아야 한다. 네트워크 시대이니 온라인상으로 회의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지 모르나,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몇 천억짜리 딜을 수행하려고 하는데, 투자자들이 서로 대면도 하지 않은 채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몇 억 원의 아파트 거래를 할 때에도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대면 접촉하면서 그 사람이 어떤지를 유심히 살핀다. 계약금은 제대로 낼지, 물건 상태는 정말 괜찮은지, 중간에 갑작스럽게 다른 위험이 튀어나오지는 않을지 등 아파트 거래에만도 생각해야 할 거리가 산더미다.

국내외 경쟁사와 협력 기관들이 서울에 위치하는데, 국민연금 혼자 전주에 있으면서 소중한 연금 수입 증가가 가능하리라 보나? 해외 대형 금융회사들은 본인의 투자 물건 홍보와 권유를 위해 한국 방문시 대개 하루 또는 이틀 정도 머문다. 이들은 아시아지역 (중국, 일본, 호주 등)을 투어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데, 한국에 오랜 기간 머무르지 않는다. 짧게 머물 뿐인데, 짧은 시간 이들은 다양한 국내 회사들 – NPS, KIC (한국투자공사), 삼성생명, IGIS, 미래에셋 등과 미팅을 한다. 그런데 다른 회사들은 다 서울에 있는 전주에 가서 NPS를 만나고 싶을까? 하루를 다 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은 분초를 다툰다.

국민연금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주로 국내 업무를 다루기에, 전주에 있어도 된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주식과 채권 등 고급 정보가 시급하게 필요하다면 마땅히 해당 국가의 가장 핵심 지역에 위치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 세 가지

국민연금안을 개편하려는 원인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 저출산 고령화와 이로 인해 연금가입자 풀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당연히 무언가를 조치해야 한다. 그런데,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우리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을 통해 연금고갈문제를 일부라도 해결하는 것이다. 즉,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필자가 틀릴 수 있으나, 크게 3가지를 시작해야 한다.

첫째,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를 다시 서울로 이주시켜야 한다. 대신 전주에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된다. (현) 국민연금 김성주 이사장은 (전) 국회의원으로 지역구가 전주였다.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연금이지, 특정 지역의 연금이 아니다.

둘째, 기금운용의 내부 포트폴리오 비중 (채권, 주식, 대체투자 비중)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만약 수익률이 문제라면 채권 비중을 낮추고 공격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현재 채권 비중이 50%인데, 이는 다른 투자회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물론 경제가 안좋은 시기라면 채권 비중을 높여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맞으나, 경제가 좋은데 채권이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해당 기관에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셋째, 포트폴리오 조정과 같은 금융 전략을 결정하는 기구에는 최고 금융전문가들이 포진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 최고의사결정위원회에 금융전문가가 소수이고 시민단체 대표들이 들어있는 상황은 이치에 맞지 않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국민연금 이사회 멤버로써 국민 복지에 의견을 내는 것이 합당할지 모른다.

국민연금 자금 고갈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국민들에게 "당신들 연금 더 내시고 연금을 조금 나중에 타세요"라고 신문지상에 설파하는 것은 국민에 의해 탄생한 촛불 정신을 외치는 정부가 할 자세가 아니다.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해 국민연금 기금운영이 어떤 문제와 마주하고 있는지부터 살펴 봐야 한다. 그리고 문제점이 있다면, 국민에 부담을 지우기 전에 국민연금 정책에 대한 혁신, 즉 정부 혁신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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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부동산/도시계획) 취득 후,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환경대학원)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부동산 금융과 도시/부동산개발이며, 현재는 20세기 초 경성의 도시개발과 사회적기업과 경제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Urban Hybrid (비영리 퍼블릭 디벨로퍼)의 설립자겸 고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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