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재창출에 목을 맨 대통령(예컨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별 관심이 없어 보인 대통령(예컨대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내 생각에 문 대통령은 정권재창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일 것이다. 정권재창출에 실패하고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빼앗긴 대가가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 절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정권재창출에 실패해 결국 절친 노무현을 잃은 경험이 엄청난 트라우마일 것이다. 진보개혁정부가 연속해서 집권하면 남북관계를 비롯해 대한민국이 크게 좋아질 것이란 확신도 문 대통령에게 있을 것이다.관건은 정권재창출의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정부가 보인 스탠스와 행보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재창출의 방법으로 사회경제 부문의 현상 유지(?)와 남북 관계(결국 북미 관계)의 획기적 개선 조합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포용국가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목놓아 외치며 소득주도성장을 추동하는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 부문의 현상유지에 급급하다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방선거 이후 급락을 거듭하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관련기사 : )을 보면 시민들 대다수는 문재인 정부가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에 나선다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봐도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바닥을 모르고 폭락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아니더라도 '사회경제개혁의 현상유지+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 조합'으로 정권재창출을 하는 게 녹녹한 일이 아니다. 이미 사회경제 부문의 양극화는 사회통합과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일체감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수준(현상유지도 어려울 뿐더러 , 현상유지로는 희망이 없는 시민들이 너무 많다)이며, 남북관계는 너무나 많은 통제불능의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실수도 있었고, 미숙함도 있었고, 낮은 지지율과 좌우협격에 내내 시달렸지만 사회경제부문의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했다(노무현 정부는 2005년 5.4대책에서 당시 0.13~0.15%였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2017년까지 1%로 강화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부동산 공화국과 정면대결했다.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은 고작 0.16%에 머문다). 또 원대한 국가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분투했다(2006년 8월 30일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 장병완은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비전 2030 보고회의'에서 "한국이 2010년대에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해 2030년에는 '삶의 질' 세계 10위에 오른다"는 내용의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 한국'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담긴 복지 분야 재정의 비중이 2005년 25.2%에서 2030년 약 40%까지 높아질 것이란 내용은 지금 봐도 담대하다).
참여정부를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수준의 사회경제 개혁의지와 비전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건 심히 유감이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사회경제부문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면대결+남북 관계 개선'조합을 정권재창출 솔루션으로 취해야 할 것이다. 그게 문재인 정부도 살고, 대한민국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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