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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감사원의 낯 뜨거운 '4대강 감사'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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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단독] 감사원의 낯 뜨거운 '4대강 감사' 자화자찬 감사원 실무 부서는 왜 직원들에게 별도 설명해야 했나
지난 16일 감사원 건설환경감사국 제3과(이하 건설환경감사국)가 "안녕하십니까. 감사원 직원 여러분"이라는 제목으로 인트라넷 망에 글을 올려 정치 감사 논란에 대한 내부 해명에 나선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특정 사업의 감사를 담당한 감사원의 실무 부서가 직원들을 상대로 해명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감사원 주변의 평이다.

세 차례에 걸친 4대강 사업 감사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감사를 담당한 부서가 내부 직원들에게 모종의 '해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프레시안>이 단독 입수한 A4 8페이지 분량의 이 글을 통해 건설환경감사국은 "감사 결과 발표 후 언론 등 외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돼 실시된 세 차례의 감사와 금번 감사 결과 중 3차 감사 건의 지적 취지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환경감사국은 또 "감사원의 지속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 오해는 불식되지 않고 오히려 정권이 바뀌자 감사 결과도 달라진다면서 4대강 감사 결과를 정치·코드 감사로 치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건설환경감사국은 "심지어 감사원이 2010년 감사 때부터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해 둔 사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국토부 내부 문건을 면밀히 검토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고 언론 등을 향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지난 2010년 진행해 2011년 1월 그 결과를 발표한 1차 감사를 통해 "5119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자화자찬까지 하고 있다. 이미 22조 원이 허공에 사라진 후다.

건설환경감사국은 이 글을 통해 "더욱이 감사원을 권력의 눈치를 보는 집단인 양 비유하는 등 4대강 사업 감사로 인해 그간 쌓아온 감사원의 위상 및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어 직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간 실시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감사 배경 및 경위 등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감사원 실무 부서가 직접 밝힌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염두' 적발 과정은?

▲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4대강 사업 관련 일부 지엽적 사안에 대한 감사를 제외하면, 감사원 감사는 크게 세 번 있었다. 2010년 1월 25일부터 같은 해 2월 23일까지 있었던 '4대강 살리기 사업 세부 계획 수립 및 이행 실태' 감사다(이하 1차 감사). 두 번째는 2012년 5월 14일부터 같은 해 9월 11일까지 진행됐던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 실태(이하 2차 감사)'다. 세 번째 감사가 '대운하 전환 계획'이 드러났던 감사로 지난 1월 7일부터 3월 21일까지 진행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 시공 일괄 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 실태(이하 3차 감사)'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1차 감사와 3차 감사의 결과가 사실상 다르다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구 친이명박계는 현 감사원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 및 시민사회 단체 등은 감사원이 과거에 정치 감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1차 감사 결과는 당시 시민사회 단체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대운하 사전 작업 여부' 등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사실상 4대강 사업에 날개를 달아준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해 건설환경감사국은 "1, 2차 및 3차 감사는 사업 진행 상황과 감사 대상 및 감사 중점이 전혀 달라 감사 결과도 감사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도, 외부에서는 1차 감사 때는 '아무 문제 없다'고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가 2차, 3차 감사 때는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말을 바꾸었다'며 감사원을 비난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며, 4대강 사업이 운하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하게 됐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당초 건설환경감사국은 국토부가 턴키 담합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국토부의 관련 부서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건설환경감사국은 "사안의 경중을 고려할 때 이들 (4대강 사업 관련 부서) 사무용 컴퓨터 일부를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봉인, 제출받아 위 자료의 출처 및 작성 경위 등 확인이 필요했다"고 판단했음을 전제한 후 "그런데 위 컴퓨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수립 중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보고 후 지시 사항을 정리한 내부 문건(기획단 안, 중간 보고안 등)을 발견한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환경감사국은 "참고로 위 내부 문건들은 국토부에서 정식 공문서로 등록 관리했던 것이 아니고 MP(마스터플랜) 수립과 관련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일부 직원들이 비밀리에 파일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어서 지난 1, 2차 감사 시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건설환경감사국은 "다만 이 사실을 감사 결과로 발표할 경우 감사원이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 당연하고 왜 이제 와서 이러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냐는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했다"며 "국민들에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진실을 밝히고 공론화"하는 것이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 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국가와 국민이 감사원에게 부여한 의무이자 역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차 감사 당시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한 것이라는 문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1차 감사 자체의 전반적인 부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 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 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4대강 사업 감사 담당 부서의 '변명', 그리고 수많은 '허점'들

먼저 건설환경감사국은 1차 감사와 관련해 "준설 등 재해 예방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가 국가재정법 위반인지 여부 등 법적 절차 위배 여부는 이미 사법부 판단에 맡겨져 있어 타당성 여부에 대한 감사가 어려웠기 때문에 확정된 MP 계획 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 낭비, 부실 요인 제거에 중점을 두고 감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1차 감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이 같은 주장은 '변명'으로 들린다. 2010년 진행된 1차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1년 1월 20일 현재 공사 진척률이 48.8%(목표 대비 104.1%)로 정상 추진 중"이라며 "예비 타당성 조사, 환경 영향 평가, 문화재 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하여 검토한 결과 예비 타당성 조사의 경우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13조 등의 규정에 따라 면제된 재해 예방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이행(12건)하였고 (…) 절차 이행 등에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같은 감사가 있기 직전인 2009년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이슈는 국가재정법 위반 논란이었다. 이 논란의 핵심 내용인 예비 타당성 무시 여부에 대해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다"는 취지로 감사원이 결론을 내린 것이다. 즉 "이미 확정된 MP 계획 하에서 감사를 실시했다"고 한 건설환경감사국의 내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1차 감사 결과와 관련해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는 2011년 2월 11일 자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1년여 동안 진행된 감사 결과는 적어도 4대강 사업의 타당성 부분에서는 한마디로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자료를 꼭두각시처럼 받아 적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국토부가 제시한 사업 타당성이 적절한지를 따져야 함에도 감사원 자료는 이를 간과하고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설환경감사국의 이어진 해명들은, 오히려 1차 감사가 부실했다는 정황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건설환경감사국은 이 글을 통해 "당시 준설량 및 수심과 관련된 물 부족량의 적정성에 대해 검토했으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정 용역을 실시(2008년 12월~2011년 10월) 중에 있어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검토 기준 등을 확정하지 못해 2차 감사와 같은 불합리한 준설 계획을 지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해명도 변명에 가깝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정 용역을 맡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바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만든 곳이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영혼 없는 학자들"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기관이다. 김진애 전 의원실에서 4대강 사업을 집중 추적했고 현재 '4대강 사업 백서' 출판을 준비 중인 신우석 씨는 "말 그대로 '장기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오히려 '단기 사업'인 4대강 사업 내용에 따라 변경됐다는 의혹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환경감사국의 주장은, 감사가 실제 이뤄지던 당시에는 바뀌지도 않았던 국토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바뀌기를 기다리느라 감사를 못했다는 취지의 '자기 고백'에 다름 아니다.

건설환경감사국은 이 글을 통해 국토부가 자료 협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했다. 1, 2차 감사에서 '6m 준설의 비밀'을 포착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변명'인 셈이다. 건설환경감사국은 "물론 불합리한 준설 계획을 수립하게 된 배경 및 원인에 대하여 확인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국토부는 낙동강(하구~구미)의 경우 3가지 안(최소 수심 2.5m, 4m, 6m) 중에서 이상 기후에 대비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현재의 준설 계획(최소 수심 6m)으로 결정하였다고 답변하는 등 국토부의 자료 협조 및 관련자들의 진술 확보가 곤란하여 그 원인은 밝히지 못하였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위대'에 해당하는 부처였다. 건설환경감사국의 이러한 '고백'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행정부처의 벽에 부딛힐 정도로 무능했다는 자기 고백에 불과하거나, 국토부 등 행정부에 휘둘려 '부실 감사'를 했음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토부의 '거짓말'도 눈에 띈다.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수심 6m를 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에는 "이상기후에 대비"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 4대강 보 건설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민단체 회원들. ⓒ프레시안(최형락)

감사원 내부 문서, 감사원 개혁이 필요한 이유 절실히 보여줘

건설환경감사국의 이러한 '내부 해명'은 '무능했다', '억울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 나와야 할 정도로 감사원을 흔들어 왔던 전 정부 핵심 인사들의 태도는 '적반하장'에 가깝다.

1차 감사 당시 감사원장을 지내다 총리로 발탁되는 '파격'의 주인공이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양건 감사원장 시절 진행된 2차 감사 결과에 대해 "총리실 주도로 감사원의 감사를 검증하겠다"는 초법적 발상까지 내놓아 구설에 올랐다. 1차 감사 부실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이 두 명 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심지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치인 출신 은진수 씨를 감사위원에 앉혀 놓는 '기행'까지 저질렀었다.

이런 식으로 감사원을 흔들어 놓고, 뒤늦게 나온 4대강 사업 감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이들에게 있는지 의문이다. 감사원 역시 사실상 1차 감사 결과를 3차에 와서 사실상 뒤집은 것과 관련해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환경감사국의 '해명'은 오히려 감사원 개혁이 현재 절실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친이명박계가 주장하는 식의 '개혁'이 아닌 진짜 '개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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