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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속았지만, 건설사는 '대운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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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은 속았지만, 건설사는 '대운하' 알았다" [MB 대운하, 5년 비망록 ①] 건설사 문건으로 본 국민 사기극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의 '전단계'였다는 것이 최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게 됐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22조 원이 투입된 거대 사업이라 이권이 걸려 있는 업계나 인사들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제기된 불법 논란들만 봐도 핵심 쟁점이 수십가지는 된다.

이명박 정부 내내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논란을 지켜본 인사가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현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진애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신우석 씨다. 그는 국회 내에서도 자타 공인하는 '4대강 전문가'다.

신우석 씨가 <프레시안>에 보내온 글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나,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밝혀진 것 등과는 또다른 '결'을 보여준다. 신우석 씨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민간 건설사 등의 각종 보고서에도 주목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드러난 정부 측 보고서와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복잡한 '퍼즐'을 짜맞춰, 몇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의혹들을 짚어내고 있다. <편집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운하 추진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감사원의 발표(7월10일)는 진실 규명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안도와 함께 만시지탄의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 관련기사 : 드러나는 MB發 악취…"4대강 사업은 대운하") 이런 아쉬움은 녹조와 수질악화로 몸살을 겪고 있는 4대강을 바라보는 국민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4대강 사업이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던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이름을 바꿔 국민을 속이면서 추진한 사업이라는 것과 함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입찰 담합 의혹이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발표를 보면서도 '과연 4대강 입찰담합의 핵심적인 문제까지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담합 문제는 표피적인 수준에서만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담합 문제는 단순하지만 이번 사건은 훨씬 복잡한 상관관계가 있다. 또 담합의 배경을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담합의 배후에 갑문, 터미널 등의 2단계 대운하 민자사업 추진계획이 있었다는 사실과 국토부가 담합을 인지한 차원을 넘어 공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감사원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에서 외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4대강 턴키 담합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22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책사업이 있는데 업체들끼리 입찰 경쟁을 하다보면 공사를 전혀 따내지 못할 위험과 공사를 따내도 경쟁 과정에서 낮은 낙찰률로 수주해 수익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이런 위험을 피해 안정적인 공사물량 확보와 높은 수익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었고, 4대강 사업은 공사 규모가 커 나눈다고 해도 상당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대형건설사들이 사전에 미리 모여서 공사를 나눠 맡기로 공모하고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계획대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통해 통상적인 낙찰률보다 훨씬 높은 평균 93.4%의 낙찰률로 공사를 낙찰 받을 수 있었다. 이는 국가재정사업에 막대한 혈세 낭비를 초래하였고, 담합 건설사들의 부당이득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대형 건설사들 배를 불렸다는 얘기다.

이런 정황은 지난 2012년 8월 31일자 공정위의 4대강 담합 조사 이결서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8. 6월부터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이 국민들의 반대여론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결국 포기되고, 2008. 12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새로이 추진되면서 사업방식도 민자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위의 현대 등 14개사 건설사는 민자사업을 위한 건설사 컨소시엄을 해체하지 않고 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였고, 2009. 1∼4월에는 에스케이, 포스코, 현산, 금호, 롯데 등 5개가 순차적으로 참여하여 총 19개사 협의체를 형성하여 4대강 재정사업과 관련된 논의를 지속하였다."

"2009. 4월까지 현대 등 상위 5개사, 에스케이 등 5개사, 한화 등 9개사가 모여 19개사(이하 '현대 등 19개사'라 한다) 모임이 구성되었고, 이들은 6개사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 6개사'라 한다)의 조정 하에 한반도대운하 건설사업 추진시 합의된 지분율을 바탕으로 하여 4대강 살리기 사업 지분을 현대는 9.0%, 에스케이, 대림, 대우, 삼성, 지에스 5개사는 각각 8.0%씩, 포스코 6.9%, 현대산업 6.0%, 금호, 롯데 등 2개사는 각 4.2%씩, 한화 등 9개사는 각 3.3%씩 나누어 갖는 것으로 재조정하여 합의하였다."



▲ 감사원 감사로 공개된 국토부의 '비밀 문건'들

4대강 담합 의혹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의 핵심은 2008년 12월 14조 원 규모의 국가하천종합정비계획이 국가재정사업으로 발표되었고 12월 말에 착공식까지 가졌는데 대운하사업 민자사업 제안을 준비하던 현대컨소시엄은 그 체제를 유지하며 2009년 1월에는 오히려 다른 컨소시엄 구성했던 업체들까지 끌어들여 4대강 사업 지분나누기를 공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족하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근본적인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이 더 필요하다.

첫째, 건설사들의 담합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둘째, 담합을 공모하거나 도와준 다른 세력은 없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은 결국 국정조사나 검찰수사 등 강제성을 가지는 국가기관에 의해 밝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조사나 수사를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며, 이 글에서는 이미 밝혀진 사실이나 정황을 통해 향후 확인돼야 할 의문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4대강 담합의 출발점은 대운하 컨소시엄

건설사들의 담합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질문과 관련해 핵심은 2008년 6월 대운하 포기선언 이후 대운하 컨소시엄은 왜 해체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정위의 조사결과에서 확인한 것처럼 4대강 사업의 담합이 대운하 민간제안 컨소시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4대강 담합의 근간구조였던 대운하 민간제안 컨소시엄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공정위의 4대강 담합조사 의결서에 첨부된 문서(쌍용건설, 2009년 1월 3일)를 보면 이 또한 명확해 보인다.

ⓒ신우석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9일 만인 2007년 12월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은 BIG5 건설사 CEO와 조찬회동을 가진다. <연합뉴스>는 2008년 1월 1일 당시 한반도 대운하 태스크포스(TF)의 한 핵심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작년 12월 28일 국내 5대 건설사 사장들과 조찬모임을 갖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상세히 설명하고 사업참여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민간업체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형 건설사들에게 상업논리에 따라 대운하 사업의 사업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 건설업체들은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대운하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고 "정부는 기업들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 원활한 기업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 (2008.1.1 <연합뉴스>)

결국 인수위와 재벌그룹의 대형건설사들과의 첫 만남은 대운하 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자리였다. 특히 인수위의 대운하 TF팀장과 'BIG 5' 건설사 사장이 동시에 한자리에 모인 조찬 모임에서 건설사의 참여를 확인했다는 의미는 대운하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형건설사간의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한 공동 참여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조찬회동 보름 후인 2008년 1월 14일 5개사는 경부운하 건설사업 공동추진 협약서에 날인하였으며, 2월 11일에는 추가로 8개사가 경부운하 건설사업 공동추진 협약서에 추가 날인한다. MB가 대통령에 취임도 하기 전에 이미 4대강 사업 담합의 골간구조가 되는 대운하 사업 컨소시엄(대운하 컨소시엄)은 탄생한 것이다.

이 컨소시엄은 대운하 포기 선언이나 국가재정에 의한 국가하천 정비 계획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었으며 오히려 현대 컨소시엄에서 배제되어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대형건설사들까지 2009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현대 컨소시엄(대운하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다. 편의성을 위해 이하 글에서는 이 컨소시엄을 '대운하 컨소시엄'으로 통일하겠다.

갑문, 터미널 등 '2단계 대운하 민자사업' 계획 있었다.

그 다음 의문. 그런데 2008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에도, 대운하 컨소시엄은 왜 해체되지 않았을까? MB의 대운하 포기선언이 있은 직후 국토해양부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연구용역을 중단하고 운하 사업 준비단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상황이 그렇다면 민자사업 제안을 준비해왔던 건설사 컨소시엄도 당연히 해체돼야 마땅하다. 당시 현대 컨소시엄의 관계자의 인터뷰다.

22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대운하 사업제안을 위한 연구 용역이나 보고서 작성이 끝나진 않았지만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면 사업제안서를 완성해도 제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달 내에 컨소시엄 참여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TF를 해체할 것"이라고 말했다...컨소시엄의 또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용역비로 사용한 돈만 200억원에 육박하는데 사무실 운영비 등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함께 모여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각 사에서도 철수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08년 6월 22일 <연합뉴스>)

대운하 컨소시엄은 표면적으로 해체하는 것으로 보였다. 'BIG 5'를 필두로 한 대형건설사와 설계용역회사 등 관련회사들과 공동으로 운영하던 강남의 합동사무소는 실제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던 당시 보도나, 관계자의 인터뷰가 무색하게도 현대컨소시엄은 해체되지 않았으며, 훗날 공정거래위원회가가 확인한 것처럼 한남동에 새로운 합동사무실을 운영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의 담합의 골간구조를 이루게 된다.

더 이상 모여 있을 필요도 없는 상황인데다, 각 사에서 철수 지시까지 내려왔다는 상황에서, 무슨 특별한 정보 혹은 상황이 있었길래 현대 컨소시엄은 존속될 수 있던 것일까? 공정위 조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물론 6개월 뒤에 있었던 4대강 사업이 결국 민간 제안이 아닌 재정 사업으로 발표됐기 때문에 재정 사업 발표 이후에 해체가 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대운하컨소시엄은 한남동에 별도의 사무실을 내고 무엇을 도모한 것일까?

대운하 컨소시엄, 그들은 무엇을 알고 있었길래 해체하지 않았나?

여기서 잠깐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입수된 한진의 '4대강 유역개발 민간투자사업 출자지분 변경의 건' 제목의 문서를 살펴보자.

ⓒ신우석

이 문건에서 첫 번째 주목해야 할 것은 '4대강 유역개발 민간투자사업(당초 경부운하 건설사업)'이라는 사업명이다. 놀랍지 않은가?

대통령은 이미 2008년 6월 대운하 포기를 선언했고, 대한민국 정부는 2008년 12월 국가재정으로 4대강 정비사업을 한다고 발표하였으며 총리실까지 나서서 4대강사업은 대운하와 무관하다고 밝힌 상황인데,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그룹 계열사들은 2009년 4월에도 당초 경부운하(대운하) 건설사업이었던 4대강 유역개발을 '민간투자 사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비슷한 시기의 쌍용의 보고문서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한국의 재벌그룹의 핵심 계열사이기도 한 굴지의 대형건설사들이 국가에서 14조의 예산을 들여서 재정사업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4대강 사업을 '민간 투자 사업'으로 불렀던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발표내용을 잘 듣지 못했거나 정보가 부족해서였을까?

혹시 국민들은 몰랐던 또 다른 사업이 계획되고 있는 상황까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담합은 새로운 협정을 통해 지분율을 담합하는 것이 아니라 당초 경부운하 현대 컨소시엄의 지분율에 SK컨소시엄 업체가 추가로 참여하여 지분율을 조정하는 담합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쌍용건설 문서의 향후 추진사항에 나타나는 "턴키(T/K) 공사의 경우 4대강 유역개발 민간 투자 사업 참여사들로 지분 구성 예정" 이라는 대목인데 존재하지도 않는 민간 투자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들에게 턴키 공사의 지분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결국 최소한 대형건설업체들은 대운하(경부운하) 사업과 4대강사업이 동일한 컨소시엄을 통해 추진가능한 동일한 사업으로 판단했던 것이고 민간투자 부분이 포함된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었으며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턴키 공사의 지분을 가진다는 것으로 보인다. 진실은 무엇일까?

대운하 컨소시엄의 제안과 놀랍도록 닮은 대운하 계획

감사원 자료를 보면 2008년 6월 대운하 포기선언이 있었지만 대운하 컨소시엄은 그 이후에도 무척이나 분주했다. 2008년 7월에는 대운하 연결구간(조령터널)을 제외한 "한강·낙동강 물길 살리기" 제안서를 마련했고, 9월에는 운하와 연관이 있는 "낙동강 물길 살리기" 제안서를 마련하였으며 10월부터는 정부에서 하천 정비 사업으로 추진하고 운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시설인 갑문, 터미널 등만 민간자본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끊임없이 운하 재추진을 준비하고 있었던 시점, 즉 국토부가 4대강 비밀 TF를 구성해 국가하천정비를 추진하는 시점인 2008년 10월 정부가 구상한 계획과 절묘하게 맞닿아있다.

대운하 컨소시엄의 2008년 10월 국가하천정비 추진은 우연의 일치이며 대운하컨소시엄만의 구상이었을까? 계속되는 제안서는 도대체 누구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최근 확보된 자료를 통해 그 구체적인 실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확보한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 기획단에서 만든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2009. 2.16)' 자료에 의하면 "대운하 측은 최소 수심을 6.1m로 하는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하여 본격 발주('09.9월)이후, 즉시 대운하 관련시설(갑문, 터미널, 및 교량 개축 등)을 민자(民資)로 추진하자고 주장"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보고 자료에는 대운하컨소시엄 측과 국토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 측 두 개의 안의 내용과 주장을 비교 설명하고 있으며 마스터플랜에서는 대운하 측 제안이 대부분 포함되어 결정된다.

이는 2개월 후인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2009. 4. 8)'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유람선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계획 중인 보에 갑문을 설치하고 주요도시에 선착장 필요, 유람선용 갑문 8개와 선착장 15개소(20km당 1개소) 설치에 약 4,200억원 소요 전망"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4대강 정비와 함께 민자(民資)를 통한 갑문, 터미널 등 대운하 2단계 계획이 실존했었기에 대운하컨소시엄 또한 해체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4월까지 갑문, 터미널(선착장) 등 2단계 운하 사업은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기획단에서 실제로 논의가 되고 있었고 그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대운하 민자컨소시엄도 함께 존속했었다. 또한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는 일은 "턴키공사의 경우 4대강 유역개발 민간투자사업 참여사들로 지분 구성 예정"이라는 한진 보고서의 내용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 말처럼 실제로 담합이 진행되었으며 1차 턴키사업은 온전히 그들에게 돌아갔다.

이제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MB의 대운하 포기선언으로 컨소시엄을 해체하려던 대형건설업체들은, MB의 뜻이 대운하 포기가 아니라는 것과 사업형태를 변경해 재추진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문에 컨소시엄을 해체하지 않고 유지했다고 보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이런 의혹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확인돼야 할 것이다.

감쪽같이 국민 속였지만 건설 자본은 '대운하' 계속될 것 미리 알았다

종합적으로 재구성을 해보자. 정부 자료에 의하면 국토부는 대운하 포기선언 3개월 후인 9월부터 국가하천종합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기본구상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MBC> PD수첩 '수심 6m의 비밀' 편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수심 확보를 압박했다고 언급된 국가하천종합정비 비밀 TF도 10월에 활동했었다.

이 비밀 TF에는 하천 설계용역을 수행하는 엔지니어링사들의 인원이 포함된다. 4대강과 같은 대규모 하천에 대한 설계가 가능한 인력을 보유한 엔지니어링사가 많지 않은 현실도 있겠지만 이런 대형엔지니어링사들 대부분은 이미 컨소시엄과 대운하 용역 계약 관계였으며, 심지어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으면 설계용역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이미 현대컨소시엄 등 대형건설사들과 설계용역 관계에 있던 엔지니어링사들도 국가하천정비 비밀 TF에 참여하고, 이후 4대강 마스터플랜 용역에도 참여한다. 결국 국토부 비밀TF나 건설기술연구원의 4대강마스터플랜 용역의 내용은 수시로 대운하 컨소시엄에게 전달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4대강마스터플랜이 발표되기도 전에 이미 대형건설업체들은 담합을 통해 본인들이 참여할 공구를 나눌 수 있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나왔다. 대운하 포기선언으로 해체를 준비하던 대운하 컨소시엄은 해체되지 않고 계속 유지됐다. 국가재정사업으로 4대강사업이 발표된 이후에는 컨소시엄에서 배제되었던 나머지 대형건설사들까지 끌어들여 담합을 준비했다. 이는 '건설자본'이 이미 대운하 혹은 궁극적으로 대운하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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