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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부자인데, 우버 기사는 부자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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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부자인데, 우버 기사는 부자가 됐을까? [민미연 포럼] 우울한 노동 전망, 대비를 해야 한다
지난해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허용 문제를 두고 수만 명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카풀 서비스가 출퇴근 시간에 한정적으로 도입된다고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머지않아 전면 도입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자신들의 생존권에 치명적인 위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들의 행동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상당 부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카풀서비스를 도입하는 카카오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바로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2017년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출범,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 내비, 카카오 택시, 카카오 드라이버 등 자사가 보유한 서비스와 연동하여 축적된 데이터를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에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카카오 카풀이나 카카오 택시는 형태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우버나 리프트로 대변되는 차량 공유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택시업계에서 문제 삼는 카풀 서비스는 우버 등이 시장 진입 초기에 기존의 택시 업체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취한 행동과 유사하다.

운전자가 남는 좌석을 카풀로 채우며 부업으로 돈을 버는 형태는 소위 공유경제의 전형으로, 공유경제를 혁신적인 비즈니스로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가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공유경제 서비스(특히,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는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형태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여 더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의 시장을 대체 잠식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이 사용하는 집의 남는 방을 임시로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여 전업으로 단기 임대를 한다면, 그것이 기존의 숙박업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출퇴근길에 남는 시간과 좌석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업으로 돈을 받고 손님을 실어 나른다면, 그 서비스는 또 기존의 택시서비스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차별점이 있다면, 기껏해야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해 (노동자 등에게 부담을 더 떠넘겨) 더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하는 정도가 아닐까?

우버 등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각국의 택시 업체와 기사들은 직접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남는 시간에 남는 좌석을 공유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처음 주장과는 달리, 차량 공유 서비스가 기존의 택시를 대체하여 더 싼값에 더 편리하게 선택하는 대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체되고 있는 기존의 택시 기사들의 소득과 처우가 악화되었으니, 차량 공유 서비스로 돈을 버는 소위 우버 기사들은 소득이 늘었을까? 현실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지난해 3월 MIT 에너지 환경 정책 연구센터가 조사한 결과, 우버 등 소위 차량 공유 서비스 기사의 수입 중간값은 시간당 평균 8.55달러였고, 그들 중 54%는 자신들이 일하는 주의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금액을 벌고 있었다. 더구나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더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면서도, 이들은 임금노동자가 아닌 독립사업주로 간주되어 노동자라면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이나 실업급여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플랫폼 제공업체와 교섭을 위한 노동조합 결성도 불가능하다. 자칫 밉보이면 재계약을 못 할 수도 있다. 그 결과 더 많이 일해도 소득은 더 낮아지고 처우는 더 열악해진다.

카풀이든, 차량 공유 서비스든 플랫폼에 의한 비즈니스가 도입된 이후의 시장은 우버나 리프트가 일반화된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승객들이야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게 될 테지만, 택시 업체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로 대체될 것이고 택시 기사들은 열악한 처우에 더욱더 불안한 고용으로 내몰리게 된다.

따라서 택시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과는 별개로, 뻔히 보이는 결말에 택시 기사들이 저항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시간과 상황은 택시 기사들 편이 아니다.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장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는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택시의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량 택시의 상용 서비스가 아직은 소수의 예약된 인원과 제한된 지역에 한정된 상태라지만, 제조사의 책임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미국에서 요금을 받는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자율주행차량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구글 이외에도 GM, 우버, 리프트, 벤츠 등 다수의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량 택시의 상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대수의 자율주행차량 택시의 상용화 서비스가 보급된다면 자율주행차량 택시가 한국은 물론이고, 여타의 나라들에 상륙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지금 카카오 카풀을 저지한다고 해도 수년 내에 더 큰 파도가 다가올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택시 기사들이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투쟁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에 대한 저항으로 보기 쉽다. 안 그래도 불친절함과 난폭 운전 등으로 택시 기사들은 소비자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감정만으로 결정하기에는 카풀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그리고 당연히 우리 사회에 미칠 여파가 너무나 큰 사안이다.)

카카오 카풀은 공유 차량 서비스의 단계를 거쳐, 결국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택시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다. 그중 초기 단계인 공유 차량 서비스조차 이미 여러 나라에서 플랫폼 사업자(대자본)만을 살찌우고 노동자의 처우를 심각하게 열악하게 만든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거기에 더해, 현재 공유 차량 업체들은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작은 몫조차 부담을 덜어내고자 경쟁적으로 무인 자율주행차량 택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무인 택시 서비스가 일반화된다면, 운전으로 먹고사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2018년 11월 발표된 '2017년 기준 운수업 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철도운송업을 제외한 한국의 육상운송업 종사자의 수는 무려 87만7000여 명이다. 자율주행차량이 보급되고 일반화된다면 이들 대부분은 생계 수단을 잃게 될 것이다. 카풀 서비스의 도입은 이들의 생계를 앗아갈 자율주행차량 택시 서비스로 가는 시작 단계이다.

생각해보라. 수년 전 발생한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실직 사태, 최근 군산 GM공장 폐쇄로 인한 수만 명의 실직도 감당 못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부와 사회의 현주소이다. 수만 명의 실직도 감당 못 하면서 수십만 운송업 종사자들의 실직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비를 해도 제대로 된 대응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인지했다면, 시장의 흐름을 인식하는 안목이 있다면, 정부 당국자가 택시 기사들을 향해 내뱉었던 '공유경제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받아들이라는 취지의 공개적인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정부가 준비는커녕 문제 인식조차 없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경제를 관리하고, 계획하고, 궁극적인 책임을 지는 주체이며, 국가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일자리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량은 어떻게 보아도 운전에 관련된 대부분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잡 킬러(job killer)'이다. 더구나 자율주행차량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들 대부분은 전문화된 기술자나 지식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카풀 서비스가 결국에는 자율주행차량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며, 그것이 대규모 실직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략적으로 나마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러나 택시노동자들에게는 '공유경제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받아들이라고 하는 정부는 정작 자율주행차량 시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 인식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본 필자는 '자율주행 차량 시대, 천국일까 지옥일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율주행차량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그로 인해 대규모 실직사태가 발생할 것임을 경고한 바가 있다. 정부가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비하여 기업들의 지원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자동화로 인한 대규모 실직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일자리에 대한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기술에 의해 밀려난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자율주행 차량 시대, 천국일까 지옥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현재로서 유일한 대안은 예상되는 실직 규모와 분야를 예측하고, 재교육을 통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 그때의 제안을 다시 해본다.

자동화 기술로 인한 대규모 실직사태 시 정부의 대응 프로세스


△ 자동화 기술의 개발 동향 파악과 구체적인 시장 도입 시기의 예측
△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분야 분석 및 예측
△ 해당 분야의 예상 실직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를 작성하여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
△ 각각의 분류에 따라 (아직 자동화되지 않은 분야로의 이직을 위한) 맞춤형 교육 과정 개설 및 준비
△ 대규모 실직이 발생 시 실직자들에 맞춤형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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