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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가치 없는 건물은 철거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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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가치 없는 건물은 철거해도 되는가 [기고] '슈퍼스타 을지로' 되어가는 세운상가 일대 젠트리피케이션 운동
경실련도시개혁센터, 도시연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가 주최한 '세운상가 일대 산업생태계와 역사문화,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세운상가 일대 재정비촉진사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나서 열린 첫 토론회였습니다. 전 그 토론회 청중의 일부였습니다. 많은 메모를 해왔습니다. 그중에 하나를 공유합니다.

이러다가 '슈퍼스타 을지로' 열리겠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의 메시지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의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됩니다.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을 지키자!' 을지면옥, 독립운동가의 집터, 제조업 장인의 공동체 등은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니 보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본 주장은 배제와 맞닿아있습니다. '특정 건물이나 공동체에 특별한 가치가 있으므로 지켜야 한다!'라는 주장은, '특별한 가치가 없는 건물이나 공동체는 철거, 해체되어도 된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세운상가 일대 재정비촉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서울시의 대책 설정 방향이 '보존할 건 보존하는(즉, 밀어버릴 건 밀어버리는)' 쪽으로 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의 메시지에 서울시가 '제대로' 응답한 겁니다.

만약 지금의 대책 수립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해당 사건의 생존자가 되길 희망하는 이들은 모두 '가치 투쟁'에 나서야 합니다. 본인 또는 우리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서울시 등에 증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모든 가게를 보존할 수는 없다'는 조건이 더해지면, 가치 투쟁은 '보존 티오(정원)'에 들기 위한 '가치 경쟁'으로 변합니다. 그럴 경우 우승이 유력한 건 (당연히) 이름이 알려진 을지면옥 등입니다. 이상의 연유로 전 메모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러다가 '슈퍼스타 을지로' 열리겠다!"


세입자 피해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현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의 주력 논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세운상가 일대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어떤 특별한 가치가 훼손된다! → ②그 특별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방금 살핀 것처럼, 이 논법은 필연적으로 '③특별한 가치가 없는 건물이나 공동체는 철거, 해체되어도 된다!'라는 명제를 도출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논법이 순전히 엉터리인 건 아닙니다. 어떤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을 보존하는 건 역시 좋은 일입니다. 이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안건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상의 논법은 사안의 본질을 건들지 못합니다.

세운상가 일대 재정비촉진사업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이것입니다. '불공정한 자원 배분으로 인한 세입자 피해.' 재정비촉진사업은 공익사업입니다(서울시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사업의 이익은 토지 등 소유자가 거의 독식합니다. 한편, 세입자 대부분은 삶터를 잃는 등의 큰 피해를 입습니다. 요컨대,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얻는 토지 등 소유자의 이익은, 세입자의 피해에 기초합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의 주력 논법은 원래 이랬어야 합니다.

'①세운상가 일대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애꿎은 세입자가 피해를 입는다! → ②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렇게 세입자 피해 문제에 집중하게 되면, 세입자와 토지 등 소유자의 이해충돌이라는 현행 재정비촉진사업의 모순 관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더불어 누가 가해자고(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자인지도(손해를 보는지도) 드러나니, (공범이 누구인지도 드러납니다) 과연 누가 양보를 해야 하는 지도 확실해집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메시지의 결을 바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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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기
'나는 나와 내 친구, 우리 이웃이 왜 돈에 쪼들려 사는지를 연구합니다'를 모토로 하는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상위 10%의 부자들이 아닌, 90%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금융, 보험, 부동산, 소비연구 및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합법적으로 임차인을 내쫓아드립니다> <당신이 믿고 가입한 보험을 의심하라> <월급을 경영하라> <우리는 왜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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