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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의 '조용한 쿠데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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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의 '조용한 쿠데타'인가? [김민웅의 인문정신] '정치적 순진함'이 지금 우리에게 적이다.
새로운 유형의 '정변(政變)을 우려 한다

위중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검찰의 '조국 수사'가 표면적으로는 사법 논리를 담고 있지만 가장 농도 짙은 정치행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의 정치적 집합체인 문재인 정부는 이로써 퇴로가 막힌 채 매우 어려운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조국 대전(大戰)'의 전세(戰勢)가 과연 검찰개혁의 본령을 지켜낼 수 있는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위기로 이어질지 모두가 날카롭게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국 수사 전격 돌입'은 얼마 전부터 솔솔 연기를 피우는 기미는 보였으니 시기는 허를 찌른 기습작전이 되었고, 벌써부터 보다 강도 높은 정치적 논란의 장이 되고 있다. 그 흐름의 귀결이 어디를 향하는지가 의문이고, 그 과정 또한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도, 검찰의 최고 수장이 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신도 당혹한 기색이 완연하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사태를 모아보면 하나 분명해져가는 것이 있다. 이번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에 대한 전격 수사행위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는 충격을 주지 않는 가운데 감추어진 장막 안에서 결정적으로 권력의 판도를 바꾸는 이른바 '조용한 쿠데타(Silent Coup)'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는 군사 쿠데타와는 다른 유형의 '정변(政變)'이다. 일종의 '궁중 쿠데타'인 셈이다. 아직 이렇게 결론내리기 애매한 지점이 있다 해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단,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세력의 반격 시동은 걸렸을지 모르나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은 아직 남아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내외적인 반발은 민주주의 체제의 틀 안에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사태의 본질과 경과를 예리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분석이 과도한 정치적 상상력에 의한 시나리오 작성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 대한 일정한 기존의 신뢰로 인해 아직 검찰조직이 개혁의 진통을 겪고 있지 않다는 점을 놓친다면, 사태의 본질이 은폐될 수 있다. 따라서 윤 총장의 의지와 검찰조직의 역사적 성격이 동시에 분석되어야 한다. 개인의 의도와 조직의 행동논리는 어느 지점에서 동일하나, 그 지점을 넘는 순간부터 각기 독자화되고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지한 보수적 가치와 결합한 개혁반대세력의 선제공격?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로 이루어지고 있는 '조국 수사'는 일단 일차적으로는 '의도의 순수성에서는 문제가 없는 사건'으로 보여진다. 윤 총장의 문재인 정부 수호의지와 함께 비리, 부패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이 강한 그의 진지한 보수적 가치가 만나 이루어진 사태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 진행되는 사태는 "검찰개혁 반발 세력의 반격성 선제공격"으로 그 본질이 압축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언론보도를 포함해서 알려진 바로는, 윤석열 총장은 사석에서 그리고 가까운 지인에게 검찰 내부의 조국 수사 요구가 들끓고 있다는 발언을 해온 바 있다고 한다. 또한 자신도 이런 난마와도 같은 상황을 만든 조국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이러다가 문재인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물론 당사자 확인이 필요하나 이런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것은 가볍게 볼 수가 없다.

또한 전언(傳言)에 따르면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니 여권의 공세나 대통령의 정치적 의중과 맞설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시사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청와대를 비롯하여 여당과 이미 그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거론한 내용은 발언의 정확한 인용은 아니나 윤 총장의 이러한 태도는 지금 공개해서 밝히기는 어려워도 증언할 수 있는 관련자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깊이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의 이러한 의식과 태도는 직접 확인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간 형성된 언론의 '조국에 대한 일방적 매도'의 흐름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검찰내부의 줄기찬 기득권 수호에 따른 '범죄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온 결과라고 보인다. 사건이 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형사부에서 기소확신이 큰 특수부로 이관된 것도 혐의 쪽으로 기운 내부 움직임의 반영이다.

지난 2주 넘게 벌어진 조국 논란으로 인해 이런 흐름이라면 '검찰의 지휘수장으로서의 조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검찰내부의 기득권 세력은 방향을 정리했다고 보인다. 이른바 '이런 조국'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윤총장이 이미 대통령으로부터 수임 받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명분으로 그를 앞세워 전격적인 선제공격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결국 출발점과 경로가 어떻든 '윤석열 총장의 작품'이다.

그런데 전체 판은 윤 총장이 짰으나 현실은 우리가 짐작할 뿐인 그의 의도를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조국 자르기라는 '차단전략'으로 문재인 정부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고 생각했을지 모를 윤 총장이 계산에 고려하지 못했다고 보이는 것은 (1) 그런 사태 자체가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2) 여권의 정치적 위치를 흔들면서 (3) 이 모든 상황이 자한당의 정치적 승리로 정리될 수 있고, (4) 결국에는 검찰개혁의 본부가 결과적으로 실종되고 말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을 위한 "정치장교"의 절실성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의도했던 아니던,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가 검찰개혁 완결과 관련한 강력한 조처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전격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것은 검찰에 의한 일종의 선전포고이자 청문회 효과 무산전략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해도 현 정세의 맥락 상 그런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정치적, 역사적, 조직 외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휘본부'가 없는 상태의 검찰조직과 검찰총장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조직 내 논리로만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고 철저한 기관이 자정(自淨)의 동력을 갖기는 애초부터 어렵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조국-윤석열 조합이 개혁의 역동적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같은 사태는 조직 내부의 논리에 충실해질 수밖에 없는 검찰출신 총장의 한계이자 개혁의지가 강력한 권력의 중심에서 파견한 훈련되고 준비된, 검찰 외부의 '정치장교'가 지휘하지 않으면 개혁이 불가능한 조직이 오늘날 한국 검찰임을 우리로 하여금 보게 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조국'이라는 정치장교를 거부(Veto)한 검찰의 전략이 주도하는 국면이다.

애초에 예상한 대로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미확인 또는 관련도(關聯度) 없는 정보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고, 청문회 자체의 존립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미로(迷路)에 빠져 들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정리는 대단히 곤혹스러운 지경에 들어서고 있다. 사전에 기밀일 수 있는 압수수색 현장에 기자가 사진을 찍고 보도하는 상황은 수사원칙을 벗어난 검찰통제 불가능의 실태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비선출기관인 검찰이 선출기관인 의원들의 비판에 격렬한 대응을 보이는 것도 심상치 않다. 국민적 관심사가 크다는 이유로 검찰수사의 일차적 명분을 삼았는데, 정작 관심사의 비중이 높았던 사안에 대해 꿈쩍도 하지 않은 예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도 검찰의 행태는 의문의 대상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이 된다고 해도 이런 조건에서는 검찰개혁의 지휘권이 원천적으로 박탈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검찰의 수사가 무혐의로 결론이 나도 '짜 맞추기'라는 비난이 나올 것이며 혐의로 발표하는 순간부터 정국은 또 다른 위기국면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를 임명한 대통령의 책임이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쪽이든 검찰개혁의 지휘체계는 엄청나게 흔들린 상황이다. 검찰개혁의 구도 복원이 중대한 난관에 직면한 것이다.

청문회, 반드시 이루어져야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검찰개혁 없는 검찰의 중립/독립은 없다. 현재는 개혁 국면이다. 즉 정치적 결정이 보다 우선시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고체계를 허물 뿐만 아니라 피의사실을 불법적으로 유출하는 검찰에게는 그 책임을 엄중하고도 강력하게 물어야 한다. 그것은 외압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부의 정국 관리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 보좌진영도 강력한 재구성이 필요하다. 대응의 능력이 안이한 느낌이다.

둘째, 검찰의 중간발표는 청문회 이후로 못 박고,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 조국 법무부 후보자에게 발언의 기회를 충분히 주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체의 검찰 수사내용이 밖으로 유출될 경우 전격적인 인사조처를 취해야 한다. 이는 검찰의 명백한 정치행위로 단정되어야 하고 개혁에 대한 반기를 다스리는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셋째, 미증유의 사태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예측하지 못한 "조국 사태"의 폭풍에 대해 임명권자로서 사과하고 (여기서 '사과'란 임명 자체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이번을 계기로 제도화되어 있는 특권타파의 요구에 보다 민감하게 정책을 펴지 못했던 점에 대한 사과이며 그런 까닭에 이번 법무부 장관 임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바랐었다는 요지) 국민들의 인내를 진지하게 요청하면서 사실관계에 따른 엄격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한 채 정권의 위기는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론에 의해 폭력적인 매도를 일방적으로 당해온 조국 법무부 후보가 청문회를 통해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고 그 진실이 깊은 울림을 가질 수 있다면 개혁의 임무에 나설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와 충분한 공간을 만들고 지켜내는 일, 이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청문회는 '정치적 도살장'이 되고 말 것이다.

검찰개혁이 이번에도 좌초되고 '조용한 쿠데타'가 촛불혁명의 붕괴로 이어질 경우 암담한 시대가 되풀이 되고 만다.

이상(理想)과 함께 냉철한 현실주의가 절박한 시점이다. 어수룩한 논점에 기댄 안이한 분석과 소모적인 논쟁은 지금 무의미하다. 희망적 관측과 기대에 올라선 '정치적 순진함'은 지금 우리에게 최대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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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미국 진보사학의 메카인 유니온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화독법>, <잡설>, <보이지 않는 식민지>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 했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연재를 꾸준히 진행해 온 프레시안 대표 필자 중 하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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