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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공무원연금 통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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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공무원연금 통합, 가능하다 [민미연 포럼] "연금 통합, 총선 핵심 아젠다로 부각되길…"
국민연금 개편 방향을 논의하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단일안을 합의하지 못하고 결국 복수 안을 제출했다. 2018년 재정추계에서는 분명 2057년 국민연금 기금 소진과 부과식 전환 시 향후 30%를 넘는 보험료율을 후세대가 감당해야 한다고 데이터를 도출해 제시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선'을 제시하며 생산적인 연금 논의 자체에 장애물이 놓인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을 이어받은 국회는 이어지는 21대 총선 정국 속에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개혁은 어느 나라에서나 어려운 문제였다. 특히나 연금제도가 성숙해질수록 개혁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 우리의 경우도 2006년에 진행된 국민연금 개혁의 경우 엄청난 소득대체율 삭감이 진행됐지만, 당시 18년 짧은 국민연금 역사와 이해관계자들의 조직화 미비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제도개혁이 완료됐다. 반면 시행 54년이었던 공무원연금은 2014년과 15년에 걸친 개혁에서 국민연금보다 강도도 낮고 가입자 수도 소수였지만 저항 강도는 국민연금 개혁 때보다 월등히 컸다.

분명 2018년 재정추계를 통해 국민연금의 '건강진단 결과표'는 나왔다. 이대로 두면 쌓인 돈은 다 쓰고, 짧은 소진 시기로 금융시장 충격도 예상되며, 후세대들은 지금보다 몇 배에 이르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간신히 유지된다는 결과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국민들의 반감을 설득할 자신도 용기도 없는 정부의 합작으로 '국민연금 제4차 재정추계'란 진단 결과는 개선을 위한 지표가 아닌 한낱 종이 쪼가리로 남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민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원래 사람이란, 가난함보다 불공평함에 더 분노하기 마련이다.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직업이 공무원 교사 직업군인이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대다수 국민들의 은퇴 후 삶의 격차는 엄청나다. 그리고 격차의 핵심은 공적연금이다. 특히나 한국은 OECD에서 압도적인 노인빈곤율 1위인 나라이다. 분명 자신과 비슷하게 살던 이웃이나 친척이 노인이 되면(사실 중장년이라도 은퇴 후) 국가로부터 수백만 원씩 받는데 자신은 20만 원 남짓의 기초연금에 연연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그 억울함은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할 때 급여 차이는 능력이나 운으로 치부될 수 있고, 처지의 변화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지만 노후의 삶을 좌우하며 공공자금이 원천인 '공적연금'은 국가가 사회보장 정책으로 지급하는 것이기에 박탈감이 더 큰 것이다. 이미 많은 국민들, 그리고 노후세대가 직접 체험으로 연금 차별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기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이 합리적으로 개혁될 수 있는 합의 도출은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국민과 공무원(특수직역)연금 격차를 바로잡는 문제는 단순히 차별시정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노후보장제도의 새판 짜기를 위한 개혁 동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최근 크게 여론의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논의하는 '공적연금 통합방안 토론회'가 지난 8월 27일 국회에서 열렸다. 개별 의원실이 아닌 원내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이 당 정책위원회와 정책연구원 차원에서 준비한 공식적 토론회였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사실 연금통합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반대 논리가 '엄청난 재정소요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단적으로 지금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재직 공무원들이 국민연금으로 바뀌면 보험료 수입은 거의 반 토막이 날 것이며, 가뜩이나 많은 '적자보전금'은 폭증한다. 그렇기에 연금통합 얘기만 나오면 반대 제1 논리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14년 발표한 '공무원연금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비롯해 많은 선행 연구에서 현행 공무원연금을 유지하는 것보다 연금을 통합하는 것이 장기적 재정지출 측면에선 부담이 훨씬 덜한 것으로 도출된 바 있다.

▲ 그래프 1과 2는 한국개발연구원 KDI의 '공무원연금제도 개선방안 연구' 중 공무원의 국민연금 통합과 민간 수준의 퇴직금 지급 개편 시 재정부담(일명 '대안4')를 추계한 것임을 밝힙니다.

그래프 1과 2에서 알 수 있듯,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퇴직수당을 민간 퇴직금 수준으로 늘릴 경우 단기적인 부담은 상당히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론 특수직역연금 '적자보전금'은 0원이 되고, '총재정부담률'도 하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매가 무서워 피하다간 나중에 더 큰 재앙과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고 끝내는 게 훨씬 낫다. 참고로 미국은 신규공무원 국민연금 가입, 연방 공무원 퇴직연금과 저축계정은 별도 운영하는 방식으로 개혁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은 장기 국채 발행으로 해결했다.

국민-공무원연금 통합, 어떻게 해야 하나

연금 일원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크게 단일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방안과 별도의 연금공단을 운영하지만 제도는 동일하게 하는 방안으로 나눌 수 있다. 본 글은 현재의 공무원, 교사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자들도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통합'을 전제로 작성했다.

1) 재직자·신규자 공통으로 9% 보험료율 국민연금 가입

재직·신규 상관없이 현재의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이 국민연금 가입자로 전환한다.

2) 가입과 함께 국민연금 제도 적용

기 납입한 공무원연금은 현재도 운영 중인 '공적연금 연계제도'를 준용해 인정한다. 단, 현재의 연계제도와 달리 과거 생성된 연금수급권의 지급 주체도 국민연금공단으로 바뀐다. 그 외 수급연령을 비롯한 모든 제도는 국민연금 규정을 일괄 적용한다. 예를 들어, 1972년생이면서 1995년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현행 규정상 50대라도 퇴직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으로 '소속 변경'이 되면서 기존 국민연금 규정(1969년생부터 65세 수급)을 적용받는다.

3) 특수직역연금 각 공단/기관은 <퇴직연금공단>으로 조직통합

현재 존재하는 공무원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 등은 '퇴직연금공단'으로 통합된다. 연금통합은 공무원, 교사 등에게도 민간 수준의 퇴직(연)금을 보장하는 걸 전제로 하기에 정부 및 사용자(학교법인 등)는 급여의 8.33%를 퇴직연금공단에 의무 납입한다. 퇴직연금공단은 해당 자금을 운용해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더불어 퇴직연금공단은 공무원,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 직장인, 민간기업에도 가입을 개방(IRP 포함)한다. 더불어 약 29조 원에 이르는(2018년 말 기준)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연기금은 승계 받아 운용자금으로 활용한다.

4) 특수성 있는 직종에 대해 퇴직연금공단 당사자 계정에 정부예산 추가 불입

현재의 공무원, 사학, 군인연금은 기초+국민연금 기능에 퇴직연금, 그 외 직종에 대한 보상 측면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직역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을 정당화하는 역할도 했다. 예를 들어 인사 정책상 군인이나 경찰, 소방직에 대해 추가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용자(정부)는 '퇴직연금' 당사자 계정에 8.33%가 아닌 더 많은 납입으로 직종의 특수성에 따른 보상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5) 공무원 등의 고용/산재보험 가입

기존 공무원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각종 모성보호와 재해보상, 각종 직무능력 교육 등은 정부 일반예산을 통해 지출했다. 연금 통합의 과정을 통해 공무원들도 일반 민간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고용/산재 보험에 가입해 동일한 가입자 혜택을 제공하도록 한다. 관련한 예산 지출은 고용/산재보험 보험료 부담으로 대체한다.


6) 기존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지급, 국민연금공단 담당

제도 통합으로 이미 은퇴하여 공무원연금을 받는 수급자의 연금 지급 주체는 국민연금공단으로 바뀐다. 당연히 국민연금 가입으로 인해 '보험료율'은 줄어드는데, 이미 재정이 고갈 난 특수직역연금 특성상 국민연금은 상당한 지출 증가가 예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매년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에서 국민연금으로 전환된 이들의 보험료 수입과 지출액 사이의 차액만큼을 국민연금공단에 ‘보전금’으로 지급한다. 보전금의 재원은 원칙적으로 일반조세와 '재정정화기여금' 수입, 장기 채권발행 등으로 충당한다.

7) 기존 공무원재해보상법 폐기 또는 전면개정

현재 공무원 등은 산재보험이 아닌 '공무원재해보상법'의 적용을 받는다. 공무원도 산재보험 가입과 함께 동일한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고, 기존의 '순직' 제도는 직업과 신분에 상관없이 공공의 안녕을 위해 희생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가칭 '순직 및 의사상자 심의위원회') 더불어 순직자에 대해선 기존 산재보험 유족급여 외(外) 순직유족보상금은 산재보험과 별도로 국가 예산으로 지급한다.

8) 통합 이후 신규 국민연금 수급자부터 '공적연금상한제' 적용

연금이 통합되더라도 이미 상당 기간 공무원연금을 납입한 재직자들은 월등히 많은 연금이 '예정'되어있다. 이는 연금이 통합되더라도 오랜 기간 상당한 재정부담과 노후소득의 엄청난 격차를 초래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적연금 '상한액'을 정하고, 초과 보험료 납입액에 대해선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해 지급한다. 예를 들어 '상한액'이 200만 원이라 가정하자. 퇴직을 목전에 둔 A라는 사람이 총 보험료(본인기여금과 국가부담)로 2억1000만 원을 납부했고, 예상 연금액이 300만 원이라면 200만 원은 연금으로 지급받고, 초과분 100만 원에 해당하는 보험료 납입액(2억1000만 원의 3분의 1) 7000만 원은 수익비 1을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받는다. 현재 각종 보험사들의 '즉시연금' 상품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9) '재정 안정화 기여금' 도입

향후 수급이 예정된 이들에게는 '공적연금 상한제' 로 과도한 수익비 특혜를 어느정도 방지하겠지만, 낸 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연금을 받고있는 현재 수급자들은 어떻게 책임을 함께 할 것인가? 그렇다고 이미 약속된 금액 삭감은 어렵기에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재정 안정화 기여금' 도입이 합리적일 것이다.

재정안정화기여금 방안은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 방안1 : 일정 금액 초과분에 대해 구간별 누진 적용 방식(소득세 방식)
△ 방안2 : 수급 기간에 비례해 다른 요율 적용

방안1은 세금처럼 수급액 크기에 따라 구간별로 누진으로 걷는 것이며, 방안2는 수급 기간에 연계하는 것이다. 수급 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누린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보험료 납입액 대비 수익비, 수급 기간에 따른 절대금액 등)

연금상한제 및 재정안정화 기여금 등이 도입된다면 연금통합에 따른 재정부담의 크기가 예상에 비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특히나 연금상한제의 경우 가입자 본인의 권리는 보장하면서, 일정 금액 초과분까지 과도한 수익비가 보장되는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점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판단된다.

길은 여러 개라도 '종착지'는 연금 통합

국민-공무원(특수직역)연금의 통합 및 차별폐지는 연금제도의 합리적 개편과 노후 차별의 근원이 되는 불합리한 연금제도를 바로잡는 핵심과제다. 그러나 일본식으로 상호 제도를 조금씩 바꿔가며 통합해가기에 이미 국민-공무원연금의 간극은 엄청나게 벌어진 상태다. 더불어 이를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바로잡기에 한국의 공적연금 구조는 이미 위험단계에 돌입했다.

분명 길은 여러 개일 수 있다. 본 글에서 제시된 내용보다 더 편안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는 통합해야 한다'는 막연한 당위만으로 연금 통합(또는 제도일원화)를 장기 과제로 미루는 게 아닌, 명확한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가 연금개혁의 핵심 담론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구체적 입법 과제로 도출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바른미래당의 '공적연금 통합방안' 토론회를 기점으로, 연금 통합이 21대 총선의 핵심 아젠다로 부각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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