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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제도화 내건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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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검찰개혁 제도화 내건 빅딜? [김민웅의 인문정신] 조국 퇴진하면 검찰개혁이 된다?
서초동 촛불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검찰개혁의 기류가 일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일각에서 솔솔 안개를 피우는 이른바 "빅딜" 설이다. 패스트트랙 상정 법안 가운데 검찰개혁관련법안 우선통과와 조국 장관 거취를 맞바꾸려는 움직임이다. 조국의 명예퇴진을 내세워, 총선의 문을 여는 출구전략인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정치적 장난"에다가 여당과 문재인 정부 몰락의 시작이다. 무엇보다도 핵심 지지 세력의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어버리는 최악의 자충수가 된다. 그것은 진전이 아니라 명백한 퇴각이며, 두 달을 넘긴 정치적 내전에서 상대에게 승리를 안겨다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후 정국 주도권의 중심을 놓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떻게 하든 핵심지지 세력은 선거에 들어가면 결국 자신들의 편이라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1차 촛불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서초에 모인 이들의 적지 않은 층은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선상에 놓고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간 더불어 민주당이 이런 움직임에 대해 거의 아무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참고 있는 중이다. 촛불현장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목소리다.

서초에서 여의도로

이른바 빅딜이 현실로 작동할 경우 이들의 발걸음은 서초에서 여의도로 즉각 옮겨지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확실하다. 서초와 전국 각지에서 촛불이 타오른 것은 검찰 권력의 폭력과 언론의 기만에 대한 분노 못지않게 대의제의 정상작동이 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직접민주주의의 경고 성격이 강하다. 조국 일가가 겪고 있는 인권유린적 고초에 대한 공감은 이 모든 분노와 요구의 밑바닥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동력의 정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의 동일시는 검찰개혁의 외연확장에 한계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이로써 제도개혁의 문제를 인물논쟁으로 치환시켜 실질적인 검찰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라는 주장이 있다. 조국수호의 구호를 포기해야 조국에 대한 거부감은 있으나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논리는 중도층을 포괄하겠다는 정치공학적 전략의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바로 그 전략의 차원에서도 이는 중대한 맹점을 지니고 있다. 중도세력은 설득하거나 아니면 놓고 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핵심 지지 세력이 요구하는 바를 뒤로 하고 어느 정치세력도 앞으로 진전할 수 없다. 이들의 집단적 의사와 맞서면 역풍을 맞을 뿐이다.

조국 퇴진하면 검찰개혁이 된다?

조국수호 포기 또는 더 나가서 조국퇴진을 토대로 하는 검찰개혁의 제도화는 검찰개혁의 의지를 중대하게 붕괴시킨다. 수사의 내용이 대강 나오는 시기이자 의회에서 제도로 정착되는 검찰개혁을 이룬 뒤이기 때문에 조국장관의 퇴진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는 본질적으로 이 정도 했으면 정치적 폐기처분이 답이라는 "토사구팽" 논리라는 점에서 야만적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개혁의 예봉이 꺾이는 것이다. 법과 제도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사후점검을 철저하게 하면서 검찰의 정치문화자체를 바꾸는 시간까지 철저하게 관리해야 성공한다. 법과 제도는 있는데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한 까닭이 무언가? 그 적용의 현장에서 지휘자가 제대로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이 제도화가 된다면 도리어 마음껏 검찰개혁의 실천을 구석구석 완료하는 명분이 생긴 것이지, 퇴진을 다음 경로로 설치하면 그런 제도화는 검찰 내부에서 힘을 잃게 마련이다. 무서운 개혁주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누가 그걸 따르겠는가? 그러니 천하의 바보짓은 하지 말 일이다. 지금 조국만큼 모든 걸 걸고 검찰개혁의 현장을 맹렬하게 지휘할 사람이 있다고 보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검찰개혁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듯이 매우 두려운 일이다. 온갖 피의사실 공표로 상대는 짓이겨놓고 자기방어권을 허무는 자가 자신에 관계되는 일은 즉각 고발 조처하여 검사들이 자기 상관을 위해 수사대상에 전력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수사기록을 공개하는 순서가 먼저다. 절제있는 움직임을 요구한 대통령의 말과 완전히 배치되는 절제없는 태도다. 윤석열 검찰총장 이야기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검찰개혁안이라고 내놓고 상관인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언론에 브리핑하고 있다. 지휘체계를 근본적으로 능멸하는 자세이며,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난 권력의 오만이다. 당연히 개혁 대상이다. 그는 인권유린적 수사에 대한 관련자 처벌도 입 밖에 내놓은 바가 없다. 엄벌 없는 개혁은 물방망이일 뿐이다.

인권유린, 헌법적 권리 방치한 검찰개혁?

제도봉합으로 조국을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은 한 가족이 온 나라가 보는 앞에서 철저하게 인권유린 당한 상황에 대한 정치적 비정함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에 대해 분노해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에게는 결코 용납되지 못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첫째, 이는 지금까지 검찰개혁 저지를 목표로 조국을 공격한 세력에게 정치적 승리를 의미하게 되고 둘째, 조국장관 임명을 통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전략 실패라는 낙인이 생겨난다. 셋째, 조국 수호 포기 또는 조국퇴진은 헌법적 권리의 유린을 본질로 하는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검찰개혁의 관성을 소멸시킬 위험이 높으며, 넷째, 강력한 검찰개혁 의지를 가진 인사라고 할지라도 이번의 과정을 경험한 상태에서 청문회 과정에서 일신상의 두려움 때문에 그 누구도 선뜻 나설 수 없어 검찰개혁의 예봉이 꺾이고 만다.

다섯째, 가장 강력한 검찰개혁 의지를 지닌 인사를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검찰개혁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충실할 열정을 뿜어낼 사람을 찾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진다. 여섯째,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시하면서 서초동 촛불집회에 모인 가장 적극적인 지지 세력은 이로써 아주 빠르게 이탈하여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는 정치공학적 차원에서도 예상할 수 없는 부담이 되고 말 것이다.

정치적 내전은 촛불혁명의 과정

국론분열이라는 소리가 있다. 국론이란 국가주의의 산물이다. 지금은 격렬한 전투의 과정을 피할 수 없는 국면이다. 결국 전투력으로 판가름 나는 상황이다. 전투력 강화를 날로 더 해나가는 노력과 단결이 적폐세력을 정치적으로 무장해제시킬 수 있다. 정치적 내전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혁명은 그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라가 두 쪽이 났다고 한다. 혁명과 적폐는 한 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와 폐기된 과거가 하나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앞으로 가는 이와 발목을 잡는 자가 어찌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을까?

타협과 합리적 논의를 위한 중간지대는 지금은 없다. 그런 구조는 이미 물리적으로 붕괴되어버린 것을 우리는 의회 내 풍경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광장의 직접민주주의의 동력이 강력하게 압박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그로써 합리적 논의의 물리적 공간이 재구성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당은 피동적 상태에 머물러 소극적 방어에 그쳤다. 스스로 여론장악력을 쟁취하려 들지 않았다. 이는 촛불혁명의 성과를 정치적으로 독점하다시피한 정당과 정권으로서는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이다. 대의제는 직접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제의 보완이거나 들러리가 아니다. 이 인식이 분명하지 못하면 대의제는 몰락하게 되어 있다.

수수밭을 지켜야

서초동 촛불현장이 그토록 목이 터져라 외친, "조국수호, 검찰개혁"의 구호가 어찌 그리 일사분란하게 거대한 함성이 되었는지 모르면 빅딜이라는 자기가 판 함정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될 것이다. 진정한 출구는 이 목소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열린다.

오랜 세월 권력의 도구였다가 스스로 권력이 되고, 무엇보다도 재벌경비대의 역할을 해온 정치검찰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이들이 보호하고 있는 친일정치세력, 사회경제적 특권체제, 분단냉전세력의 혁파는 어렵다. 무얼 해도 이들이 가로막고 지켜주고 이들이 정치세력이 되어 법과 제도를 만들어 우리를 권력 카르텔의 노예가 되게 하고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민담에 담긴 호랑이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라는 말에 당대의 민중들은 그 말이 기만인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호랑이는 떡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피를 봐야 끝장이니까. 그래서 결국 민중이 호랑이를 끝장내었다. 떡 하나 주는 식으로 부디 "명예"라는 기만적인 미끼를 던지지 말라.

썩은 동아줄을 잡다 수수밭에 떨어진 호랑이는 그 약한 수숫대에 찔려 피흘려 죽는다. 수수가 붉게 된 연유에는 바로 이 민중의 거사가 암호처럼 숨겨져 있다. 촛불시민들이 해낼 것이다. 수수밭을 무시하는가? 그 결말이 어떻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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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미국 진보사학의 메카인 유니온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화독법>, <잡설>, <보이지 않는 식민지>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 했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연재를 꾸준히 진행해 온 프레시안 대표 필자 중 하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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