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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 1년, 역사의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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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 정권 1년, 역사의 후퇴 [주장] 저버린 민초의 '역사적 의지'
***노무현 정권 1년, 역사의 후퇴**

지난 2월 25일로 집권 1주년의 기간을 편협한 정파주의의 득세에 바친 노무현 정권은 2002년 대선 당시의 근본 기조를 거의 모두 스스로 파기해버린 정치적 기만을 그 최대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보다는 자파세력의 확장에 골몰한, 철학 없는 권력자의 정략이 가져온 비극적 사태였다.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과 민족사적 진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폐해를 지금 끼치고 있다.

***1주년 노무현 정권**

대선 당시 후보 노무현에 대한 지지 세력의 기대는 첫째, 서민대중의 정치경제적 권리에 대한 주체적 확보, 둘째 분단극복을 최대의 과제로 삼는 민족사의 자주적 해결 영역의 확대, 셋째 지역주의 등 내정(內政)의 분열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극복하는 일등으로 압축되었다. 이른바 <노풍>으로 집약된 정치적 상징은, 그가 한국사회의 기득권 질서로부터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저항해온 것으로 인식되었던 개인사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나갈 것이라는 시대적 희망을 품게 했던 것이다.

당연히 후보 노무현은 이러한 일들을 자신이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를 지지한 대중들은 그와 같은 약속을 굳게 믿고, 그가 냉전수구세력의 반동적 공세 앞에서 이 시대의 미래형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치열한 정치적 접전을 벌인 끝에 감동적인 역전(逆轉)의 결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것은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상황을 현실로 만들어낸 이름 없는, 그러나 날카롭게 각성된 역사의식을 가진 민초(民草)들의 혁명적 희생이 만들어 낸 승리였다.

따라서 대통령 노무현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떤 난관과 역경이 있다 해도 자신을 지지한 대중들의 <역사의지>를 신뢰하고 그와 함께 민족사의 진전을 이룩하는 노력을 위력적으로 과시하는 것이었다. 2002년 대선 승리는 정치적 현실론을 무력하게 만든 새로운 시대적 잣대였으며 노무현 정권은 그 잣대 위에 자신의 명운(命運)을 걸어야 하는 원초적 의무와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민초의 '역사적 의지' 저버려**

그러나 대통령 노무현은 “막상 대통령이 되고 보니 판단이 달라졌다”면서 자신의 집권을 가능하게 한 민초들의 '역사의지'보다 자신이 보는 현실론을 우위에 놓고 정략적 판단과 민주적 논의구조의 봉쇄, 기득권과의 결탁 등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하였다. 민초들의 혁명적 희생은 자연인 노무현에게 단지 집권의 수단이 되었을 뿐 하등 이 나라의 장래를 감당하기 위한 위대한 지침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역사보다 그의 판단이 언제나 우월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를 뽑은 민중들은 대통령 노무현보다 열등하단 말인가? 어느새 지고(至高)의 권력자가 된 그의 “경박한 오만”이라면 지나칠까?

대통령이 된 그가 맨 처음 한 것은 민족사의 자주적/평화적 해결을 위한 내부적 역량 통합이 아니라 그에 대한 정파주의적 분열정책과 파괴였다. 우선 대북 송금 특검은 거대 야당 한나라당과의 상생을 위해 소수파 정권으로서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관철하여, 6.15 남북 정상회담이 내면화한 이 시대의 역사의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너무나도 무서운 사실은 이를 기점으로, 이 나라의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결집했던 세력을 분열시켜감으로써 오늘날 노무현 정권 시대에 우리 사회에는 민족 통일과 관련된 정치적 담론이 거의 완전하게 사라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대통령 노무현의 입에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고뇌와 희망, 그리고 시대적 노력에 대한 간절한 충정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없다.

이에 더하여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그의 굴종적 처신으로 마침내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파병동조까지 함으로써, 한반도가 인류적 평화의 근거지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김대중 정권 이후 이 땅에 가까스로 형성된 역사적 전망을 뿌리 채 뽑아버리고 말았다. 주권국가의 양보할 수 없는 존립근거인 자주를 한낱 명분으로 착각하고 있는 대통령의 발상으로는 대미굴종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 영남패권주의 시도 의혹 깊어**

지역주의와 같은 내정의 분열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극복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대통령 노무현은 비주류 영남세력의 새로운 주도권 확보에 그의 정치적 노력을 집중시킴으로써 또다시 지역 맹주의 봉건적 정치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열린 우리당을 통한 전국당을 내세우지만 그 중심에는 부산을 정치적 근거로 하는 신 영남패권주의의 확보라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의혹이 깊다.

뿐만 아니라 이미 민주당 후보 경선 시절 그에 대한 압도적 지지라는 광주의 선택으로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정치적 활로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정치적 의지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은 채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을 지역주의에 물든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지역주의의 갈등 양상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한 대통령 노무현에게 서민대중들의 정치경제적 권리는 보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저항과 그에 따른 죽음을 “투쟁의 수단” 운운으로 모욕하고, 농민들의 생존투쟁을 무력진압의 방식으로 대응해나갔으며 이 나라 경제의 식민화를 더욱 가속화시켜 빈익빈 부익부라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신자유주의 정책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다.

***중요 정책과 관련한 민초들의 주체적 참여 공간 봉쇄하는 반민주성**

하여 칠레와의 자유무역 협정(FTA)을 비롯하여 이제 이를 계기로 파도처럼 밀려들어올 각종 개방요구와 압박에 대한 주체적 대응책도 없이, “민영화(privatization: 민영화가 아니라 자본의 사적 소유화가 정확한 뜻)”라는 이름 아래 이 나라 자원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사유화와 독점체제로 귀결이 분명한 길을 가고 있다. 거대한 초국적 자본이 요구하는 내부질서를 확보하는 작업에 진두지휘를 하는 식민지 정권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체의 중요한 정책결정과 관련하여 민주적 공론의 전개와 민초들의 주체적 참여의 공간을 봉쇄함으로써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사에 중대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 당장에 이라크 침략 전쟁 파병 문제를 비롯하여 부안 핵 폐기장 건설 문제 등에서 보인 반민주적 자세는 노무현 정권이 얼마나 독단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렇게 보자면 노무현 정권 등장 이래 이 나라는 자주의식의 약화, 민주적 권리의 훼손, 분열의 심화, 서민대중들의 생존권 위기 등으로 깊은 혼란에 빠져 있다고 하겠다. 권력이 민중들의 역사의지를 배신한 결과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일부 정치보복의 혐의가 짙은 방식과 총선을 앞둔 집권전략이 혼재된 이른바 개혁국면에 몰두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민족사적 과제들을 하위단위로 만들고 있다. 가령, “전쟁을 지지하는 개혁”이라는 모순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의 핵심은 민주정치이며 온전한 민주정치의 광장에서 전쟁은 거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노무현 정권의 소위 개혁은 븐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식민지 체제내부의 권력투쟁**

정치개혁의 가치와 중요성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개혁적 도전은 변명과 정략으로 차단하면서 진행하는 개혁 작업은 본래의 정치개혁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정작의 중요한 민족사적 과제는 외면한 개혁이란 결국 식민지 체제 내부의 권력투쟁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은 엄연한 위장 개혁이다.

그리고 그 투쟁의 목표는 민족사의 근본적 모순을 해결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파세력의 권력 기반 확장이라는 것 외에는 없다는 점에서 이 나라의 역동적 에너지를 갉아먹는 병충해적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들이 개혁을 내세운 집권 유지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과정이 된다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1주년을 통해서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최대의 불행은 집권세력과 이를 지원하는 세력의 '가공할 철학부재와 민족사적 사명의식이 없는 권력의지'이다. 무엇 때문에 집권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그 근본이유가 허망하기 짝이 없는 실체를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철학부재와 민족사적 사명감 없는 권력의지**

가령, 정동영 열린 우리당 의장은 4월 총선의 의석 확보 목표를 탄핵 저지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총선의 의미가 노무현 옹위 전략임을 스스로 증언하고 있다. 이 나라의 장래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 것인가를 놓고 깊은 고뇌와 집단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정치적 선택 앞에서 집권여당의 수장이라는 인물이 기껏 내세우는 것이 이 수준이다. 뿐인가?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하여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는 금지하고 기업의 자금은 허용하겠다는 발상을 들이밀고 있는 그에게서 우리는 개혁정치의 위선적 정체를 보게 된다.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정치경제적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 어떤 정치적 결단과 각오가 필요한지, 이 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 어떻게 사고하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체의 생각이 빠져 있다.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파병 동의를 앞장서서 지지한 집권세력, 민족 통일의 장래에 대하여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정파, 서민대중들의 정치경제적 권리를 위해 어떤 국가적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주장이 존재하지 않는 정권과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정당. 이를 압도적으로 지지해달라니 지난 1년의 자가당착적 모순을 계속 연장하라는 말인가?

게다가 노무현 진영을 지지한다는 특정 인터넷 매체와 일부 지식인 출신의 정치인들의 견강부회는 논리의 일관성이라는 점에서도 어불성설이라 정치에 대한 깊은 혐오와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전투병 파병에 대한 반대를 열을 내고 주장하다가도 대통령 노무현의 결정이라면 그대로 따르는 맹목적 지지로 일관하는 이들의 자세는 정치적 동원대상으로서의 우중(愚衆)의 양산(量産)을 기획하는 파시즘적 정치범죄가 아닐 수 없다.

***대안, 있다**

하여 열린우리당의 파병 동의 당론 결정은 그 안에 속해 있는 일부 유능하고 소중한 정치인들의 존재가치마저 함께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권의 집권유지 전략이 가져오고 있는 해악의 진상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때 민주세력의 희망 가운데 중요한 핵심의 하나였던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김근태의 오늘날 정치적 위상이 서 있는 역사의 자리는 얼마나 처연한가? 실로 대통령 노무현은 집권 여당 열린 우리당의 근거이기도 하지만 그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 위장개혁의 연장을 호도하는 상황은 종식되어야 한다. '노풍'이라는 정치적 상징에 현혹되어 한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 해도 그것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대안이 없는가? 아니다. 분명 있다. 기성의 정치권에만 시야를 한정시킨 안목으로는 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현실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의지를 최선을 다해 이 땅에 체화시키려는 진보세력의 정치적 존재가 있다. 더 이상 보수 정치의 기만에 속지 말을 일이다. 지금 혹여 그 능력이 부족하게 여겨진다 해도 역사의 요구를 담은 힘을 차근차근 모으면, 그것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한꺼번에 되지 않는다면 하나씩이라도 이루면 된다. 노무현 정권 1년이 남긴 이 깊은 역사적 상처와 정치적 비애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일에 우리가 눈을 새롭게 뜬다면, 지난 12달의 세월은 우리에게 값진 교훈과 지침을 제공해줄 것이다.

역사는 스스로 배우는 자에게 새 길을 연다. 이걸 믿는다면 새로운 시대는 우리 손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종국적으로 신념과 의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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