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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 검사', 비리 의사'가 판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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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떡값 검사', 비리 의사'가 판치는 세상 [민미연 포럼] '전문직(profession)'이 '비즈니스(business)'가 되면?
영어에는 '직업'을 표현하는 말들이 참 많다. 가장 일반적인 표현인 'occupation'을 비롯해서 천직으로서의 직업을 의미하는 'calling'과 'vocation', 목수나 석수 같이 손의 기술과 훈련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의미하는 'trade', 일생의 일이라고 할 전문적 직업을 의미하는 'career' 그리고 일자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job', 'work', 'employment' 등이 있다.

그리고 이밖에 직업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영어 표현 중 주로 '전문직'으로 번역되는 'profession'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보통 이와 대비되어 쓰이는 'business'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직업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profession'이라는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이는 그 종사자들 자신이 "헌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profess), 즉 고백(confess)한 활동이나 직업”을 말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전문직은 그 종류가 다양해졌으나 전통적으로는 의사, 법률가, 성직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각각의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스스로 헌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거나 고백한" '삶의 방식들'이란 당연히 헌신할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방식'일 것이다. 그래서 법률가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을 우러러보면서 자신의 의뢰인들을 위해 부정의를 바로잡는데 헌신해야 하고, 성직자는 성스럽고 신성한 것을 우러러보면서 자기 교구민들의 영혼을 돌보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는 건강과 생명의 가치를 우러러 보면서 환자들의 치료에 헌신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02월 27일 개정된 '변호사윤리장전'의 첫 번째 항목에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고, 한국의사협회에서 2017년 04월 23일에 개정한 '의사윤리강령' 첫 번째 항목에도 "의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며, 의료를 적정하고 공정하게 시행하여 인류의 건강을 보호 증진함에 헌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어원적으로 보더라도 전문직 종사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자가 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그것은 우리의 도덕적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직은 어원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윤리적인 직업이다. 흔히 여러 학자들은 "전문직에게는 해당 분야에 대한 높은 수준의 기술과 지식을 필요로 하며 일정한 자격이 요구"되고 "공공에 대한 봉사를 주된 목표로 삼으며 기술과 지식을 사회적으로 유익하게 사용할 책임을 지닌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전문직은 "금전적 보수를 일차적인 목적으로 추구하지 않으며 물질적인 부를 획득하는 것을 자신의 직업상 성공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학자들은 전문직의 조건으로 '자율성', '공식적인 조직', '윤리강령의 준수'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전문적인 업무는 그들만이 지니고 있는 특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에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전문직은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 등과 같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하나의 통일된 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며, 전문직에게는 저마다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실제로 의사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직업이 다른 직업과 차별화되는 특성에 대해 물었더니 대부분 '이론적 지식에 기초한 기술'을 요구하고 '교육 훈련을 통한 준비'가 필요하며 '공식적인 조직'과 '윤리적인 행동강령'을 가지고 '이타적인 서비스'를 한다는 것을 대표적 특성으로 꼽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얘기들은 공자님 말씀처럼 교과서에나 나오는 한가한 소리라고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 사회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비리 행위가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사실 전문직 종사자들은 전문지식을 통하여 사회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들의 특정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그로 인해 주어지는 자율성이나 권세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얼마 전 "과잉진료 동료 치과의사의 면허를 취소해 달라"는 현직 치과의사의 청와대 청원이 있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관련 기사 : 9월 2일 자 <쿠키뉴스> '') 얘기인즉슨 한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쓸데없이 이를 갈고 뽑고 하는 등 범죄 수준의 과잉진료로 6살짜리 어린아이부터 89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백 명의 환자들에게 끔찍한 피해를 줬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그 의사는 본인이 잘못한 것이 없고 정상 진료를 했으므로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피해 환자들에게 소송하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과잉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치과의사로부터 병원을 인수하여 운영 중인 동료치과의사 김 씨가 "악행을 저지르는 의사의 면허를 어렵게 취소시켰다 하더라도 다시 1~3년 뒤 보건복지부의 심사를 통해 의사면허가 재발급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런 의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할 것을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했다는 것이다.

사실 치과의사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몇 해 전 '양심 치과의사'로 알려진 강창용 원장이라는 분은 이른바 치과계의 과잉진료 행태의 실상을 폭로해 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강창용 원장은 이일로 일부 업계 사람들에게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곤욕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 최근 강창용 원장은 아예 과잉 진료 치과 의사의 영업기술을 전하며 그 기술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한 <치과의사의 거짓말 : 과잉 진료 치과 의사가 절대 말하지 않는 영업의 기술>(강창용 지음, 소라주 펴냄)이라는 책을 출간하기까지 했다. 치과의사는 물론 의료인들은 전문직 종사자들로 그들 나름의 윤리강령이 있고 사실 많은 의료인들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이런 사건들은 접하고 보면 과잉진료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게 있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흔히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직업의 이런 비리 행태는 의료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의 '과잉 진료'라는 말 못지않게 우리는 또 다른 대표적인 전문직인 법조계의 비리 행태를 나타내는 '전관 예우'니, '스폰서 검사'니, '떡값 검사'니 하는 등의 말들을 쉽게 접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과 연관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말이다. "돈이 있을 경우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을 경우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말"이다. 이런 말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비리 행위는 돈이라는 것과 결부되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러한 비리들은 관행적 비리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일부 이러한 비리를 '법조계의 관행'이니 '문화'니 하는 말들로 표현하며 당연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실제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략 10명 중 9명(88.8%) 꼴로 여전히 한국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라는데 공감"을 했고, "법보다는 주먹이나 돈의 힘이 더 세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64.7%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2018년 11월 11일 자 <세계일보> '') 게다가 전체 응답자의 85.8%가 권력자들은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바라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종교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삶을 사는 성직자들도 많지만 일부 성직자들의 비리도 만만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대형 교회의 횡령 등 재정비리 및 교회 세습 문제는 단골 메뉴다. 그리고 교회 사유화와 재벌형 기업화 등이 적폐로 지적되기도 한다. 불교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불교계에서도 부처님보다 돈을 더 섬기고 주지가 모든 재정과 권력을 독점해 승가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종교인들조차도 일부 성직자들의 비리는 종교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할 지경이고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기보다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이렇듯 오늘날 도덕성에 뿌리를 두고 있어 주로 공공이나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특성으로 하는 전문직 종사자들과 관련한 비리 행각들이나 행태들이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통해 보듯이 이들의 이런 행태들은 세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즈음 벌어지는 촛불집회에서 보듯, 우리는 전문직 종사자들 개인뿐만 아니라 검찰과 같은 전문가 집단 자체가 우선적이고 핵심적인 개혁대상으로 지목되는 현상을 목도하기도 한다. 물론 어찌 우리 사회에 개혁대상이 검찰뿐이겠냐 마는, 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강한 도덕성이 요구되기에 그 잘못이 특별히 더 부각되어 크게 조명을 받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저마다 이런 비리 행위가 저질러지는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앞서 늘어놓았던 전문직의 본분을 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란 자신들이 강령을 통해서든 선서를 통해서든 "스스로 헌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거나 고백한 삶의 방식들"을 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앞의 사례에서 보듯 이러한 삶의 방식들을 저버리고 이들이 주로 추구하는 것은 주로 금전적 이익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들은 앞서 말한 "공공에 대한 봉사를 주된 목표로 삼으며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사회적으로 유익하게 사용할 책임"을 지니고, "금전적 보수를 일차적인 목적으로 추구하지 않으며 물질적인 부를 획득하는 것을 자신의 직업상 성공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전문직의 조건에 반해, 고의적이든 부지불식간이든 그런 본분을 저버리고 영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로서의 직업인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환자나 의뢰인들 혹은 교구민들의 건강이나 정의, 영혼의 평화라는 최선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영업이익에 보다 집중하게 되고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문직 종사자들은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방식을 저버림으로써 바로 윤리적인 직업으로서의 전문직을 영리 추구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로 만들어 버리고, 따라서 금전적 이익에 치중하게 만들며, 이것은 바로 그들을 필연적으로 잘못된 삶의 방식에 이르도록 만들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오늘날처럼 이윤의 획득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고 물질적 및 금전적 가치가 중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문직이 무슨 봉사활동도 아니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늘날 현실에서 보통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나 법대에 진학하고 의사나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어 부와 권세를 누리는 꿈을 꾸고 실제로 그렇게 사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일반적이고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전문직 종사자도 직업인인 이상 생계가 유지 되어야 한다.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는 봉사활동을 직업이라고 할 수 없듯이, 전문직이 무료봉사만 한다면 그것 또한 직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한 비즈니스가 영리 추구를 주요 목적으로 한다고 윤리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도 아니다. 비즈니스가 윤리성을 구비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직업이 아니다. 이는 마치 도둑질이나 강도질, 사기 혹은 도박, 매춘사업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직업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어떤 직업이든 그것이 바람직한 직업이려면 생계유지는 물론 윤리성을 갖추어야 한다. 거기에다가 자아실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요지는 우리의 현실이 어떠하든 전문직은 어원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본질적으로 윤리적인 직업이기에 영리나 이윤 추구가 주목적이 되는 이른바 사업, 즉 비즈니스가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특히 본질적으로 윤리적이어야 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우 그것은 필연적으로 범죄적 수준의 비리로 연결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보건대 틀림없이 전문직은 특성상 금전적이거나 물질적인 가치와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냥 '직업'이거나 '비즈니스'가 아니라 '전문직(profession)'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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