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이다. 정부예산과 국내총생산에 견준 국방비 지출도 매우 높다. 군사적 긴장의 두 축은 이스라엘-이슬람국가들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중동의 군사력 균형에 결정적 붕괴를 몰고 왔다. 이슬람연합군이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다 해도 이기기 어렵다. 중동 군사력의 불균형 지도를 그려본다.
***지구상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
중동 지역은 세 가지 잣대로 볼 때 지구상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이다. 국내총생산(GNP)과 정부총예산(CGE)에서 국방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 수출입 통계에서 총수입액 가운데 무기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앤서니 코즈만의 신간 ‘중동의 군사적 균형’에 따르면, 중동지역 국가들 대부분이 엄청난 국방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중동지역 국가들의 국방비는 평균적으로 GNP의 6.8%, CGE의 21.4%이고, 총수입액 가운데 무기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이른다(1999년 통계).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비는 CGE의 43.2%, GNP의 14.9%, 총수입액 가운데 무기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3%로 가장 높다. 이스라엘 국방비 만만치 않다. CGE의 18.5%, GNP의 8.8%가 국방비고, 무기수입액 비중은 총수입액의 7.2%다. 가장 흔한 비교잣대인 GNP로만 살펴보면, 이집트의 국방예산은 2.7%, 요르단 9.2%, 시리아 7.0%다(참고로 2003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GNP의 3.16%).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이 해마다 미국으로부터 무상으로 건네받는 엄청난 군사원조가 이 통계에 잡혀있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들 3개국의 군비증강 비율은 더욱 높다.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은 지금껏 6차례 전쟁을 치렀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 1956년 이집트 가말 나세르 대통령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선언으로 비롯된 군사적 충돌, 1967년 6일전쟁, 1970년과 1973년의 욤 키푸르전쟁, 1982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침공이 그러했다.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모세 다얀 국방장관의 전격전(blitzkrieg)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이스라엘의 숙적 이집트와 시리아의 군사력이 이스라엘에 절대 열세인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균형상태를 유지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는 이스라엘에 대한 합동 기습공격을 벌였고, 전쟁 초반에 이스라엘 군은 패전을 거듭해 붕괴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평화협상 = 미 원조 봇물**
그로부터 30년,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 사이엔 군사력 불균형이 커져갔다. 욤키푸르전쟁에서 고전했던 이스라엘은 국방력 강화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미국의 신무기들을 들여왔다. 군비증강과 아울러 이스라엘은 미국의 도움을 빌린 외교전략으로 주변 적성국가들을 중립화시켰다. 1979년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중재 아래 이집트와 맺은 평화협정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남서부전선(시나이 사막)의 방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1994년 레바논 후세인 국왕과 맺은 평화협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집트-요르단 두 나라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해마다 막대한 양의 경제-군사원조를 받아왔다.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1980년대와 90년대에 매해마다 18억 달러, 1999년 18억6천만 달러, 2000년 28억 2천만 달러, 2001년 19억 7천6백만 달러 어치의 무기를 무상으로 원조받았다. 이집트는 해마다 13억 규모, 요르단은 1억 달러 안팎으로 이스라엘보다는 훨씬 적은 규모다(미 대외원조 규모로 보면 1위 이스라엘, 2위 이집트).
이러한 외교전의 승리와 더불어 이스라엘의 안보환경에 도움이 된 것은 아랍권의 분열과 전쟁이다. 1980년대 8년 동안 치러졌던 이란․이라크 전쟁이 그 한 보기다. 1982년 이스라엘 당시 국방장관 아리엘 샤론(현 총리)이 야세르 아라파트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분 아래 레바논을 침공, 베이루트를 넘보았던 것도 이러한 아랍권의 분열에서 ꡒ더 이상 욤키푸르의 악몽은 없다ꡓ는 자신감을 가졌던 데서 비롯됐다.
***후세인 몰락으로 불균형 더 커져**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 뒤 이라크에 친미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스라엘의 위협국가 명단에서 이라크는 사라졌다. 이로써 중동의 군사적 균형은 이스라엘에 매우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군사적 불균형이다. 욤 키푸르전쟁 때 병력을 파견했었고,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을 사정권 안에 두는 미사일을 보유했던 유일한 비(非)중동국가였다. 실제로 1991년 걸프전쟁 때는 이스라엘을 향해 스커드 미사일을 쏴올리기도 했었다.
이라크는 지난 1973년 아랍국들이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해 벌어졌던 2003년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기 전 이스라엘의 동부전선에 자리잡은 시리아와 요르단, 그리고 이라크의 병력 규모를 합치면 이스라엘보다 훨씬 많았다. 1990년대 이스라엘 군부는 동부전선에서 아랍연합군과 이스라엘 군이 정규전을 벌일 경우, 군사력의 양적인 측면에서 이스라엘은 열세에 놓여있다고 판단했다. 아랍연합군이 39개 사단을 동원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이스라엘 군은 16개 사단을 동원할 수 있을 뿐이었다. 대포에서는 아랍연합군이 3배, 탱크에선 2배 앞섰다. 전투기, 전투헬기도 아랍연합군이 이스라엘군을 압도했다. 이런 양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이스라엘 군은 전투력의 질적인 우세를 지킨다는 전략을 세워왔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지금, 양적인 면에서도 이스라엘은 동부전선을 그리 걱정하지 않게 됐다. 시리아와 요르단이 동원 가은한 사단 규모는 16개. 이는 이스라엘군 동원규모와 똑같은 숫자다. 대포 숫자는 시리아-요르단 합쳐 이스라엘보다 많지만, 탱크, 전투기, 전투헬기에서 엇비슷한 규모다. 후세인 몰락으로 이스라엘은 양적인 전투력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질적으로는 우세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테면 이스라엘 탱크의 주력인 1,790대의 머카바(Merkava)는 중동의 지형에 알맞게 적응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머카바 탱크는 현재 이스라엘 인접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어떤 탱크와 맞서도 깨뜨릴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한가지 예외는 이집트가 보유하고 있는 550대의 미국산 에이브럼스 M1A1다. 이스라엘 군부는 장기적으로 머카바 탱크 의존도를 크게 줄여나가면서, 에이브럼스 M1A1의 다음 모델인 M1A2를 미 해외군사원조법 규정에 따라 무상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이스라엘-아랍 국가 사이의 군사적 불균형은 이미 1990년대 초에 결정됐다. 그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걸프전쟁으로 이라크의 군사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다른 하나는 아랍국의 주요 군사물자 공급원이었던 옛소련의 붕괴다. 소련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서냉전 구도 아래서 우방을 확보한다는 전략적 목표 아래 아랍국들에게 막대한 군사물자를 댔다. 그러한 소련이 무너짐으로써 러시아-아랍국의 군사적 관계는 일반적인 상거래(무기수출입)로 바뀌었다.
***시리아, 이스라엘 적수 못돼**
이라크 후세인 정권 몰락으로 40만 이라크군이 해체된 지금 그나마 아랍쪽 균형을 메우고 있는 국가가 시리아다. 그러나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정규전을 펼친다면, 시리아가 이기기는 어렵다. 병력 숫자에선 시리아(31만9천명)가 이스라엘(16만7천6백명)보다 앞서지만, 시리아의 무기체계는 지난 1980년대 옛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에 속했던 동구 공산권 국가들로부터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라 낡았다. 군 현대화가 시리아로선 시급한 과제지만, 미국이 시리아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무기체계를 바꿔 전력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 야페전략문제센터(텔아비브대 부설)가 펴낸 ‘중동의 군사력 균형 2000-2001년’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는 1987년 옛소련으로부터 20기의 미그-29기와 55기의 MI-25 전투 헬기를 구입한 뒤부터는 보다 성능이 향상된 전투기들을 전혀 사들이지 못했다. 오래된 구식 전투기들뿐이다. 이스라엘의 최신예 전투기는 미국에서 들여온 F-15와 F-16을 주축으로 345기다. 전체 전투기 가운데 최신예 전투기의 비율이 절반에 이른다. 제공권에서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시리아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집트와 요르단이 중립을 지킬 것인가에는 확신을 못하는 상황이다. 반이스라엘 국민정서를 정치권에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절반이 팔레스타인 난민들로 채워진 요르단의 반이스라엘 정서는 매우 높다. 특히 이스라엘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국가는 아랍권의 군사강국 이집트다. 이집트는 미국의 군사원조 덕에 상대적으로 다른 아랍국가들에 비해 무장력이 강하다. 이집트는 지난 1980년대 옛소련으로부터 들여온 낡은 무기체계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 비율은 이집트 전력의 3분의 1쯤이다. 3분의 2는 미국 원조로 현재화된 무기체계다. 그런 점을 이스라엘은 걱정한다. 현재 이집트는 오래 전에 만들어진 소량의 화학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요르단은 미국 군사원조를 바탕으로 군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병력을 줄이고 양보다는 질을 추구해왔다. 그렇지만 첨단군사력 부분에서 이스라엘이나 이집트에는 턱 없이 못 미친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적수가 못된다. 시리아의 속국 소리를 듣는 레바논도 정규전이란 잣대로 보면, 이스라엘에 그다지 위협이 못된다. 군사력에서 상당부분 시리아에 의존하는 레바논 정부군은 타국과의 정규전 개념보다는 국내치안 확보 쪽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사태는 중동의 군사력 불균형을 상징한다. 미국의 군사원조로 더욱 강화된 이스라엘군의 압도적인 군사력은 비무장 팔레스타인 민간인들 또는 엉성한 수준의 팔레스타인 무자헤딘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했다. 이런 모습은 미디어 보도를 타고 아랍국가들로 퍼져 반 이스라엘, 나아가 반미감정의 씨를 뿌려왔다.
이스라엘로서도 어려움이 없지 않다. 지난 4년 동안을 이어온 팔레스타인 인티파다(intifada, 봉기)의 영향으로 ‘소모적인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인티파다가 이스라엘 입장에선 ‘저강도 전쟁’(low intensity combat)이긴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젓는다는 격언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그 저강도 전쟁에 들어가는 인력관리 등 제반비용에 이스라엘 군은 전체예산의 절반 가량, 그리고 현역과 예비역 합쳐 전체병력의 25%를 투입하고 있다. 이런 부담을 줄이려고 이스라엘 국방부가 세운 것이 ‘켈라(Kela) 2008’이란 이름의 5개년 긴축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2008년까지 5년 동안 지상군 병력을 20% 감축하기로 돼있다. 이스라엘 극우 강경파 쪽에선 이 감축계획이 이스라엘 군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이스라엘 핵무기, 불균형의 상징**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 사이의 군사적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스라엘이 지닌 핵무기는 불균형의 단적인 보기다. 이스라엘은 이미 1960년대 말 핵무기 개발에 성공, 세계 6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500쪽 가량의 두꺼운 책 『이스라엘과 핵폭탄』(Israel and The Bomb, 1999년판)을 쓴 애브너 코언(미 국제안보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대 300개 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코언은 유대인 출신이면서도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비판적으로 서술, 찬사와 비판을 함께 받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다. 1968년에 비준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만 가입했을 뿐이다. 미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구실 가운데 하나가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였다. 그러나 숱한 인력과 예산을 들이고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라크 현지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하산 알리 사브티 교수(바드다드대 ․역사학)는 “이스라엘에 가서 찾았으면 벌써 찾아냈을 것”이라며 미국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시비가 나올 때마다 “아랍이란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처럼 고립된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해선 무엇을 못 가지랴”는 논리로 대응해왔다. 아울러 “이웃 이슬람 국가들은 핵무기는 아니지만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WMD)라는 점에선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반론을 펴왔다. 예루살렘에서 만났던 제럴드 스타인버그 교수(바르일란대, 국제정치학)의 핵무기 보유논리는 이러했다.
"이스라엘은 매우 작은 국가다. 비행기로 날아서는 2분, 차로는 1시간 이내에 이스라엘을 가로지를 수 있다. 이스라엘 주변에는 수억명이 거주하는 거대한 국가들이 있다. 엄청난 땅덩이에 수십억 달러의 석유 매출을 자랑하는 곳이다. 어떻게 이스라엘 같은 작은 나라가 그렇게 많은 국가들을 위협할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은 억지력(deterrence)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무기(핵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주변 국가들에게 파괴되고 말 것이다. 한국 국민이라면 서울이 북한의 공격에 얼마나 큰 위협을 받는지 잘 알 것이다. 우리는 그보다 더욱 취약하다. 남한은 북한의 공격을 미국의 억지력을 통해 막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고, 국토도 더 좁으며, 인구도 더 적다. 따라서 핵무기를 갖는다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렇다고 위협용으로 제시된 일도 없다. 다만 최후의 수단이자 보험으로써 보유하고 있는 것뿐이다. 아랍 국가들이 평화를 원한다면, 이를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다”
***이란, 이라크와 북한이 거울**
이스라엘의 핵보유 사실은 중동지역 이슬람 국가들에게 핵개발 야망을 부추기는 결정적 요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핵무기비확산협정(NTP)엔 서명했지만, IAEA엔 가입하지 않았다. NPT 비준국은 당연히 IAEA 회원국이 돼야 하는데도 사우디는 이를 미룬 상태다. 이스라엘은 사우디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핵무기를 사들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야망은 매우 강하다. 이란을 ‘악의 축’ 국가로 꼽은 부시 미 행정부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점, 중동지역에서 군사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란은 2001년 9.11사건 뒤 국가안보에서 위기를 느껴왔다. 동쪽에 자리한 아프간이 미국에 점령당한 데 이어 서쪽의 이라크마저 미국이 점령, 동서 양쪽으로 협공당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여긴다. 그런 안보위기를 핵무기 개발로 돌파한다는 것이 이란의 국가전략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분쟁관련 국제적인 싱크 탱크인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약칭 ICG)의 로브 말리 소장을 비롯한 국제문제전문가들이 “이란 핵위기를 푸는 길은 미국이 이란에게 안보위협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 제안하는 것도 이란의 안보위기의식에 초점을 맞춘 얘기다.
이란은 이라크와 북한을 거울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후세인은 미국이나 이스라엘로 하여금 이라크가 핵무기를 보유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리기 앞서인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그리고 그 뒤 혹독한 무기사찰을 당했다. 따라서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할 때 후세인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란은 이를 후세인의 결정적 실수라고 여긴다. 현재 이란이 목표로 삼는 것은 북한처럼 국제사회로 하여금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군사 퍼레이드로 핵무기 보유사실을 요란하게 선전할 필요가 없다. 진짜(real) 핵무기 보유보다는 북한처럼 사실상의(virtual)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스라엘, 이란 공습할까**
관심은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을 공습을 포함한 무력사용으로 막으려들 것인가다. 미 국립전쟁대학 교수이자 공군대령 출신인 샘 가디너는 이와 관련한 모의실험(simulation)을 해 본 결과, “이란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매우 어렵고, 아주 많은 비용이 들기에 비현실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선택 폭은 매우 제한적”이란 것이 샘 가디너의 결론이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고전 중인 사실로 머리가 아픈 펜타곤 지휘부다. 그런 상황에서 이라크보다 훨씬 덩치가 큰 이란을 상대로, 제한적인 공습이든 정규전이든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 공군도 가상 모의전쟁 결과 “이란 공습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한 가지 열린 가능성은 이스라엘의 공습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지난 1981년 미국이 무상으로 원조해준 F-15, F-16 전투기를 동원,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를 공습한 역사적 전례를 만들어놓은 상태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이란이 최신형 중거리 샤하브-3 미사일의 사거리가 2천km에 이른다고 발표한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용 성격이 짙다. 이 미사일은 북한 노동미사일 제조기술을 수입, 여기에 러시아의 정밀발사 기술을 덧붙여 나름대로 개량한 것이다.
지구촌의 화약고 중동은 국력을 쏟아 붓는 군비경쟁 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과 같다. 그 긴장상황의 중심엔 이스라엘의 핵무기가 있고, 이에 맞서 중동 이슬람국들의 핵개발 야망이 이글거리는 모습이다. 초점은 이스라엘이다.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핵개발 야망을 누그러뜨리려면, 이스라엘이 핵폐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란 지적들이 있어왔지만, 이상론에 지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핵을 포기할 확률은 0%다. (추신: 위의 글은 시사월간지 <신동아> 신년호에 실린 글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아울러 이 주제와 관련, <프레시안>에 실린 필자의 '중동 현지르포' <9> ‘디모나 핵발전소와 오시라크 원자로’를 참고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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