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7개 외국계 대형투자펀드 세무조사

신임 이주성 국세청장이 지난 12일 '모든 유형의 음성탈루소득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국세청이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대형투자펀드 7곳에 대해 대대적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계 투자기관에 대해 국세청이 종합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처음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은 제일은행을 매각하며 최근 1조원이 넘는 차익을 거두면서도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은 뉴브리지캐피탈, 지난해말 한미은행 매각으로 역시 6천억원의 차익을 얻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칼라일, 재작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등 미국계 투자펀드들을 비롯해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그룹, 파이낸스 빌딩 등을 인수한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7곳이다.

국세청은 12,13일 이틀에 걸쳐 7개 외국계 투자회사의 11건의 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거둬왔는지 조사하기 위해 이들 자본의 한국 사무소를 급습해 자료를 수거해 갔다.

이번 조사에서 골드만삭스, J.P.모간, GE캐피탈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14일 7개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 "국세기본법에 따라 개별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국내.외인을 가리지 않고 국내에서 이뤄진 영업행위와 관련 탈루된 부분이 있으면 조사하는 게 원칙"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주성 국세청장은 지난 3월 인사 청문회에서 "외국 자본이 조세회피 제도를 남용하는 일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외국 자본에 대한 과세 요건이 성립되는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어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국내든 해외든 탈루된 세금에 대해서는 차별없이 원칙을 세워 나갈 것"이라며 "음성 탈루소득은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척결해 나가겠다"며 강조한 바 있어, 이번 조사가 조세회피지를 이용한 탈루 혐의에 대해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들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 국내의 전직 고위관료들을 고문 등으로 위촉하며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소문도 나돌던 과정에 이같은 전격적인 세무조사가 단행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한차례 뜨거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