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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논의해보자"는 금감위원장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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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금산분리, 논의해보자"는 금감위원장의 속내는? [기자의 눈] 금산법의 '친재벌 개정' 위한 애드벌룬인가
"외국자본이 절실하다"는 말도 들리고, "외국자본이 천사는 아니다"라는 말도 들린다. "금융자본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말도 흔히 들을 수 있지만,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가 능사는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요즘 이 모든 말들이 한 곳에서 나오고 있다. 바로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기를 좋아하는 우리 금융당국이다.

9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올해 업무계획에 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국제시장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한 차단벽을 두는 방안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며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렇게 될 경우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보기에는 '금산법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윤 위원장의 발언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윤 위원장은 "시민단체들은 금산분리 원칙이 무너지면 은행이 특정 산업자본에 넘어가게 된다는 흑백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성숙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산분리의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면) 우리가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워크아웃을 끝낸 많은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 국내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오히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한다"며 "국내 산업자본이 밉다고 (국내 금융기관들을) 외국자본에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윤 위원장의 발언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의 기능차이' 등 최근 국내에서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위원장의 발언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8000억 원 기부로 재부각된 '금융산업 구조개선을 위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 KT&G(전 한국담배인삼공사)의 경영권 탈취를 위한 미국계 사모펀드들의 연합 공격,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논란 등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뉴스를 장식하는 사안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핵폭탄급 발언'이다.

금감위는 일단 이같은 윤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여론을 살펴본 뒤 향후 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국회에서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로비를 해 왔다는 의혹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8일 8000억 원짜리 '여론 달래기용' 대책까지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금융당국이 금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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