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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성범죄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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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성범죄의 '악몽'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제2, 제3의 '조두순 사건' 막으려면…
'조두순 사건'의 악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서울에서 또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대낮의 학교에서 여자아이가 납치돼 성폭행 당한 것이다. 학부모들의 충격이 크다. 요즘엔 아이를 집에 두고 직장에 나가는 엄마들이 많아 잇따른 아동 납치와 성폭행 소식만으로도 큰 충격인데, 심지어 안전하다고 믿었던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접하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그 이후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과거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성범죄자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어떻게 대낮,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건이 발생한 7일 오전, 피해 아동은 학교가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방과 후 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에 갔다고 한다. 아이는 마침 같은 장소를 배회하던 용의자에 의해 커터칼로 위협을 당한 채 끌려가 그대로 성폭행을 당했다.

이따금 예고없이 실시하는 학교의 '재량 휴업'에,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힘들 때가 많다고 한다. 1~2주 전, 갑자기 재량 휴업을 한다고 하면 평일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평일 재량 휴업일을 반드시 학년 초에 공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학교 운동장과 시설이 지역 사회에 개방됐다. 학교는 지역 사회의 중심인데, 군대 막사처럼 학교 담장을 경계로 지역 사회와 유리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에 녹지와 주차장, 체육 시설이 부족한 경우, 학교 시설을 공유하자는 요청 역시 높아졌다.

그러나 개방에 따른 안전 관리는 뒤따르지 못했다. 최근 일선 학교들은 경비 절감 등을 이유로 정문 수위실의 인원을 줄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로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제지받지 않고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로 직행할 수 있다. 과거엔 교직원 숙직 제도 등이 있었지만, 요즘은 주로 무인 경비 시스템을 이용하는 추세다. 정문 수위 아저씨가 사라진 대신, 요즘은 '스쿨 폴리스제'를 운영해 지역의 노인들이 하루에 몇 차례씩 학교 곳곳을 순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납치의 장소가 학교 운동장이라는 점에서 비판 여론의 초점이 오로지 학교에만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학로, 동네 놀이터, 아파트 승강기까지 많은 여학생들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김모 씨는 20여 년 전에도 성범죄로 실형을 살았다고 한다. 경찰은 10대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만큼, 범죄의 정도가 심한 경우 이들을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아동 성범죄 근절책 등,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줄 세우기' 교육과 무한경쟁은 '사회적 낙오자'만 양산해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성범죄에 대한 예방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지난번 김길태 사건에서 보듯이 '사회적 낙오자'가 늘어나면 잔혹 범죄도 같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힘으로 짓밟으려는 태도로 이어지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늘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교육 현장은 일제고사 및 각종 '성적 줄 세우기'로 학생들에게 무한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무한 경쟁의 학교에서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에 대한 사회의 멸시는 도를 넘는다. 아이들은 학교를 곧 '감옥'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들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부족하면 학생들의 자존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학교는 학생이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질타하고, 그중 일부는 거리로 내평겨쳐 진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사회적 낙오자'들을 만들고, 그들을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점차 사라지고, 타인을 '정복'과 '추월'의 대상으로만 사고하는 교육 현장의 분위기가 계속될 때, 각종 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정부와 경찰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잊을만하면 다시 터지는 것이 아동 성폭력 사건이다. 그리고 성폭력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일하는 엄마는 항상 '죄인'이 된다. 그러나 아이를 안전한 환경에서 키울 의무는 부모뿐만 아니라 온 사회가 짊어져야 한다. 천안함 침몰, 지방선거, 나로호 실패, 그리고 월드컵…. 모두가 이러저러한 사회 이슈로 허둥대며 사는 동안, 우리 어린아이들은 성폭력 공포와 무한 경쟁의 압박으로 울부짖고 있다. 아이들의 인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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