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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하나-DBS, 외환은행 입찰 제안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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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하나-DBS, 외환은행 입찰 제안서 제출 외은 입찰, 3파전…검찰-감사원 조사, 변수 될까?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경위에 대해 검찰과 감사원이 13일 일제히 조사에 들어갔음에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절차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13일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공시 요구에 응해 이날 외환은행의 매각주간사 회사인 시티그룹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와 관련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아직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가 오후 늦게 공시 내용을 수정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도 이날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대한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일로 정한 날이다. 업계의 관행상 입찰제안서 제출기한이 지난 후 1주일까지도 입찰제안서 제출이 가능하지만,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에 열을 올려 온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DBS가 일제히 론스타가 지정한 날짜에 맞춰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셈이다.

***하나,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지원사격 받는다**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기금과 제휴했고,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다른 국내 연기금들도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민연금 측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와 제휴하기로 했다"며 "국민연금에서 지원되는 자금 규모는 약 1조20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온기선 운용전략팀장은 "하나금융이 국민은행에 비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으나 "하나금융이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는 하나금융이 국민연금에 0.5%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에 인수자금이 부족해 '쩔쩔맨 것'으로 알려진 하나금융은 이제 외환은행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게 된데다, 이달 24일로 예정된 하나은행 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이 실시되면 하나금융지주가 벌어들이게 될 수익도 외환은행의 인수자금으로 투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과 손잡을 듯**

한편 하나금융이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제휴한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등의 외국계 대형 기관투자가들과 제휴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실제로 어느 외국계 자본과 손잡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유자금이 충분한 도이체방크는 최근 몇 년간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자 외환은행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골드만삭스도 내부 회의에서 외환은행 인수가 자사에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 중 자산규모 1위인 국민은행은 74조 원의 자산을 지닌 외환은행과의 인수합병(M&A)에 성공할 경우 총자산이 273조 원으로 불어나 단숨에 세계 60위 은행으로 뛰어오른다. 100억 원대의 자산을 가진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합칠 경우 하나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치고 국내 2위로 도약하게 된다.

***외국계 은행인 DBS도 단독 인수에 나서**

한편 애초에 하나금융과 손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DBS는 단독으로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어 이날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DBS는 국내 은행인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에 대한 국내 여론을 감안해야 하지만 외국계 은행인 자사는 이런 여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들어 론스타 측에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외환은행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외환은행의 매매에 관여하지는 않겠지만 외환은행을 인수할 대주주의 적격성 여부는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실제로 DBS가 외환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는 DBS의 대주주로 DBS의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테마섹펀드가 국내법상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금융당국이 이런 사유를 들어 DBS를 '비금융주력자'로 분류할 경우 DBS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

***인수대금 6조 원대 예상…론스타는 3조 차익 남길 듯**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조건으로 론스타의 지분 50.53%에 수출입은행 지분 13.85%, 코메르츠방크 지분 6.50%, 한국은행 지분 6.12%을 더해 총 77%의 지분을 일괄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외환은행 인수대금은 6조 원 수준이다. 이는 외환은행 주식의 9일 종가인 1만2000원대에서 계산한 가격이다.

6조 원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면서 매매가격 목표치로 잡았던 액수로, 이 수준에서 인수대금이 결정되면 론스타는 지분비율에 따라 4조여 원의 매각대금을 받게 된다. 2003년에 1조3800억 원을 투자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불과 2년 남짓만에 3조 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승자도 지는 게임?**

지난해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론스타가 제시한 6조 원대의 인수대금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져진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국민과 하나가 최근 검찰의 수사, 감사원의 감사, 국세청의 조사 등으로 론스타가 난관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잘 활용해 매매가격을 최대한 낮출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매 예상가격은 그동안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론스타의 계획대로 6조 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통상 외환은행 매매와 같은 대형 M&A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경쟁자들이 긴밀히 협조하기 마련인데,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은 이와 반대로 인수경쟁에서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포문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금이 없다'고 공격한 국민은행이 먼저 열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든 하나은행이든 6조 원대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이런 막대한 인수비용이 향후 경영을 크게 압박할 것이라며 이른바 '승자의 재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물론 인수에 실패한 쪽도 주가 하락 및 업계 내 위상 실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로서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돼 대주주 자격을 잃기 전에 최대한 빨리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국외로 빠져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인수대금을 할인해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론스타는 늦어도 4월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구체적인 매매가격에 대해 협상을 벌인 후 5월 말까지는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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