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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약품 특허 5년만 연장해도 한국에 1500억 이상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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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美약품 특허 5년만 연장해도 한국에 1500억 이상 손해" [한미FTA 뜯어보기 82] 건약 "미국은 싱가포르 협상에서 '특허기간 연장'에 집중할 것"
국내에서 판매되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약품들 가운데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제품의 특허기간을 5년씩만 연장해도 우리나라에 약 1500억 원의 손실이 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는 21일부터 이틀 간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우리나라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인 포지티브 시스템(의약품 선별등재 제도)을 수용해주는 대가로 의약품 특허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18일 '한미 FTA에서 미국 측 의약품 분야 특허부분 요구안(예상)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번 싱가포르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우리나라에 △의약품 특허인정 지연에 대한 보상 △해치-왁스먼법과 유사한 법의 제정 △유사의약품의 자료독점권 인정△특허 추가에 의한 특허 연장 △특허와 의약품 허가 업무의 연계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약은 "이런 미국 측의 요구사항들이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현재보다 최소 5년 이상의 실질적인 특허 연장이 이뤄지며, 브랜드 의약품은 추가로 5년의 독점기간을 확보하게 된다"며 "특허기간이 5년만 연장됐을 때 발생될 수 있는 손실액은 전체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다국적 제약기업의 톱 10 품목을 기준으로 153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의약품 관련 미국 측의 예상 요구사항들 1>

△의약품 특허인정 지연(Regulatory delay)에 대한 보상= 미국은 호주와의 FTA에서 호주 당국이 특허 의약품에 대한 판매를 허가하는 데 '비합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경우 그 시간만큼 특허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하는 조항을 삽입시켰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는 의약품 허가 과정이나 특허 신청에 있어서 시간이 지연될 경우 이를 빌미로 특허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해치-왁스먼(Hatch-Waxman)법과 유사한 법의 제정=1984년에 제정된 이 법은 제네릭(복제의약품) 생산회사가 제네릭의 허가를 미국 식약청(FDA)에 신청했을 때 그 신청 사실을 신청 날짜로부터 20일 이내에 오리지널 의약품 생산회사에 통보하고, 오리지널 의약품 생산회사가 45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면 최대 30개월까지 제네릭 제품의 발매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이다. 이런 법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실질적으로 연장되는 효과는 물론이고 국내의 제네릭 생산회사들의 제네릭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독점권 인정 및 전담 기구의 설치=현재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신약 재심사 제도'는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 재심사 시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자료에 대해 4~6년 간 보호해 주고 있다. 미국 측은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 제약회사들의 자료에 대해서도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전담 기구를 설립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 추가에 의한 특허 연장(에버그리닝, Evergreening)=하나의 의약품에는 화학적 조성물 관련 특허, 의약적 용법 관련 특허, 생산과정에 대한 특허 등 다수의 특허조항들이 들어갈 수 있다. 에버그리닝은 제약회사들이 새 특허조항을 하나만 추가해도 특허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TRIPs에는 이런 조항이 없지만 미-호주 FTA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에 의해 이 조항이 삽입됐다.

△특허와 의약품 허가 업무의 연계=미국 측은 신약이 미국 약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특허청'에서 입증된 경우에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해당 제품을 승인하도록 두 기관의 업무를 연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 특허권을 관장하는 특허청과 의약품의 안전성 및 효능 심사를 관장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업무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 업무를 연계하기 어렵고 그럴 이유도 없다는 것이 국내 보건의료단체들의 지적이다.

의약품의 특허기간 연장 외에도 미국 측은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e)의 제한 △병행수입의 금지 △가교실험의 철폐 등과 같은 다양한 요구들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거나 앞으로 진출할 예정인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건약은 예상했다.

건약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브랜드 의약품에 대한 특허가 강화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매년 다국적회사 제품의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고 다국적회사 1개가 국내 회사에 비해 평균 4배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며 "미국이 요구하는 특허기간 연장 등이 국내에 도입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런 격차는 훨씬 더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약을 포함해 20여 개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번 싱가포르 협상을 '반국민적 굴욕협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와 함께 정부 협상단이 싱가포르로 출국하는 시간인 19일 오후 1시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싱가포르 협상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의약품 관련 미국 측의 예상 요구사항들 2>

△강제실시의 제한=강제실시는 정부나 정부를 대신하는 제3자가 특허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특허권을 임시로 침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뜻하며, 주로 국가 긴급사태, 극도의 위기상황, 또는 공공적·비영리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된다. 가령 한국에서 대량으로 사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가 사스 치료제에 대한 특허권이 없는 제약회사들에도 사스 치료제를 만들라고 강제하는 것이다. 미국은 FTA를 통해 이런 강제실시의 조건 및 범위를 최대한 축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병행수입의 금지=대부분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똑같은 의약품이라도 각 나라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을 매기는 가격차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병행수입은 이런 의약품을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국제시장에서 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TRIPs는 병행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미-호주 FTA에서는 이를 금지하는 조항이 삽입됐다.

△가교실험의 철폐=한국의 식품의약안전청은 개발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개발국 외의 시판국이 없는 의약품에 대해 국내 임상실험, 즉 가교실험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일민족인 한국인들에게만 미치는 고유의 약효가 있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에 따른 규정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규정을 아예 폐지하거나 다른 아시아 국가의 임상실험 결과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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