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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물량 몰아주기,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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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대차그룹의 물량 몰아주기, 목표는?

[기고] 부당 내부거래, 언제까지 묵인해야 하나 <上>

올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규모 5조 원 이상 53개 재벌에 속하는 1139개 계열사에 '내부거래 조사표'를 작성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는 재벌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직권조사를 할 예정이었다(<한겨레21>, 2010년 4월 28일자 보도). 하지만 5월 31일 현재 공정위는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을 공시하고 있을 뿐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어떠한 조사결과도 발표하고 있지 않다.

분명 공정위는 3월 초 조사를 시작하면서 부당 내부거래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기반을 두고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추가조사를 실시한다고 공포했다. 왜 갑자기 공정거래위는 조사결과 발표를 중단한 것인가? 조사결과가 워낙 심각하여 정부와 청와대가 발표를 미루도록 압력을 가한 것인가? 아니면 그 사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된 재벌의 로비에 의해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는가?

재벌이 부당 내부거래를 극구 자행하는 이유

재벌이 부당한 내부거래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불법 행위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문어발식 경영을 통해 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의 변화를 통한 경영권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벌 일가가 대주주인 법인을 신설하거나, 타 법인을 인수한 후 계열사의 용역이나 물량을 몰아주거나 수급가격을 조작한다. 이러한 상품 및 용역의 내부거래는 해당 계열사의 거래비용을 낮추거나 초과이익을 유발함으로써 시장가격기능을 왜곡한다.

또한 내부거래를 통해 해당 계열사에 수급물품을 몰아줌으로써 규모의 경제실현을 통한 비용절감과 수익증가를 유발한다. 즉 단기간 내에 해당 계열사는 급격한 매출신장과 초과수익을 달성하고 비상장상태에 있는 계열사의 기업 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난 후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을 위해 상장을 하고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여 자본초과이득을 얻게 된다.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과 주식매각을 통해 지배구조의 장악과 경영권승계에 필수인 지분확보를 위한 종자돈을 얻게 된다.

부당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위

재벌의 지배주주간, 혹은 계열사간 부당한 내부거래는 공정거래의 기초가 되는 시장정상가격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재벌 일가 외의 수많은 이해관계자(소액주주, 소비자, 노동자, 협력업체, 경쟁업체 등)에 심각한 피해를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피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재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특정 계열사에 대해 특혜성 물량을 몰아주고 수급가격을 조작해 초과이익을 내면 다른 계열사의 수익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다시 해당 계열사의 주주와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줄어들도록 만든다.

또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비용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가격전가가 이루어지거나 특정상품의 가격을 독점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특정 계열사의 수요독점으로 인해 협력업체가 이윤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동일업종 경쟁업체의 경우 시장진입을 못하거나 더 큰 비용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한마디로 재벌의 부당한 내부거래는 산업사회의 공정한 거래행위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위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2010년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2010년 5월 31일 공시된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자료,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자체 분석자료(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 종속회사 기준)를 참고로 현대차그룹의 상품 내부거래 실태와 문제점을 조사했다.

엄청나게 높은 수준인 현대차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

▲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핵심기업인 완성차업체(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내부거래 현황은 다음과 같다. 올해 5월 31일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총매출액은 31조8593억 원이고 43개 계열사 내부매출액은 2조605억 원, 내부매입액은 6조8282억 원이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의 비율은 내부매출·총매출의 경우 6.5퍼센트, 내부매입·총매출의 경우 21.4퍼센트를 보이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총 매출액은 18조4157억 원이고 계열사 내부매출액은 3939억 원, 내부매입액은 5조1582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내부거래의 비율은 내부매출·연결매출의 경우 2.1퍼센트, 내부매입·연결매출의 경우 28.0퍼센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내부매입은 아주 높은데, 내부매출이 낮은 이유는 완성차업체이기 때문이다. 계열사로부터 상당량의 상품과 용역을 구입하는 반면 내부매출의 영역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외법인과 해외공장을 포함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에 속하는 종속회사들의 내부거래 규모에 대한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의 내부매출액은 10조4839억 원(32.9퍼센트), 기아차의 내부매출액은 7조7834억 원(42.3퍼센트)에 이른다. 또한 이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의 내부매입액은 8조4억 원(25.1퍼센트), 기아차의 내부매입액은 7조2765억 원(39.5퍼센트)에 이른다.

이와 같이 해외법인과 해외공장에 공급되는 완성차와 부품 및 용역의 판매액을 고려한다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부매출액은 아주 높게 나타난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상품 내부매출과 매입에 있어 현대차와 기아차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동차전문그룹이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계열사가 많다. 특히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대형부품을 생산하는 핵심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우 높다. 현대모비스의 총 매출액 대비 내부매출이 49.1퍼센트이며 위아는 70.5퍼센트, 현대파워텍이 96.3퍼센트, 다이모스가 84.4퍼센트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을 그룹 내부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1차, 혹은 2차 밴드에 속하는 계열사 또한 내부거래의 비중이 역시 상당히 높다. 엠시트는 총매출액 대비 내부매출이 99.9퍼센트에 이르며, 생산제품 거의 전부를 현대차와 기아차에 공급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외 케피코, 아이아, 파텍스도 내부거래 비중이 80퍼센트 이상이며, 메티아의 경우 약 50퍼센트에 이른다.

이와 같이 현대차그룹의 엔진 및 모듈공급업체는 물론, 1·2차 부품계열사는 핵심부품을 생산하여 완성차에 공급하면서 정상가격 이상의 단가결정을 통해 초과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들 부품계열사들은 기존에 완성차에 직접납품을 하던 비계열사 부품하청업체들의 단순부품을 공급받으면서 더 강한 단가인하를 강요하여 추가적인 차익을 얻고 있다.

대주주 관련 계열사의 높은 내부거래 비율, 물량몰아주기와 수급가격의 조작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자동차 관련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일정하게 높게 나타나는 것은 자동차의 연관생산이 지닌 특성을 고려할 때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자동차와 직접적인 생산관련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계열사, 특히 재벌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회사기회유용'에 의한 물량몰아주기에 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재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9년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이들 계열사에서 재벌 일가가 소유한 지분율(친족 합계 기준)과 내부거래의 비중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자료에서 나타난 대주주 관련 계열사의 내부매출 및 총매출 비중과 지분율.

특히 글로비스의 경우 2009년 말 현재 총 42개 계열사 중에서 22개사와 거래를 하고 있으며, 매출 3조1927억 원 대비 내부거래(내부매출)액이 1조5805억 원으로 약 49.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중에 기아차가 19퍼센트, 현대차가 9.9퍼센트, 현대제철이 9퍼센트, 현대모비스가 5.5퍼센트, 현대하이스코가 3.2퍼센트, 기타 2.9퍼센트로 구성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현대차그룹의 해외법인과 이루어지는 내부거래까지 포함하는 경우 내부매출 기준으로 내부거래비중은 83.4퍼센트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즉 현대차그룹의 해외거래 대부분이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점은 특히 감사보고의 의무가 약하고 공정거래위의 통제가 허술한 해외부문과의 거래에서 상당한 정도의 부당한 내부거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부당 내부거래의 증거, 동종업계 최고의 영업이익율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대부분 50퍼센트를 넘어선다. 이 회사들은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부자와 친족이대주주이기 때문에 그룹 계열사들이 이들 비상장계열사들에게 매출을 몰아주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수익성 또한 동종업체에 비해 훨씬 좋다.

글로비스의 2009년 영업이익률은 4.55퍼센트로 한진 3.00퍼센트, 현대택배 2.48퍼센트 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타나며, 이노션의 경우 창업한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이익률은 업계최고 회사인 제일기획보다 더 높다. 현대차그룹은 산하 계열사의 물류 및 광고사업 등에 있어 물량몰아주기와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글로비스와 이노션의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수익을 최대화하는 부당한 내부거래를 자행하고 있다.(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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