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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노예 상인'의 하수인이 되려는가"

[한미FTA 뜯어보기 187 : 기고] 한미FTA '빅딜'은 노예 몸값 흥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이 15일 시작되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첫날부터 "미국산 쇠고기 시장의 재개방 문제는 한미 FTA와 별개의 사안이긴 하지만 협정의 현실화를 위해 중요하다"는 앞뒤가 맞지 않은 해괴망측한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서 마치 점령군 사령관이나 되는 듯 "쇠고기 재개방을 위해서 한국 측과 협력할 것"이라는 발언도 덧붙였다.

한미 FTA 협상의 회수가 늘어갈수록 한미 간의 이익 불균형이 사채 이자처럼 엄청나게 불어 가고 있다. 미국은 무역구제, 개성공단 협상 등에서 단 하나의 양보도 하지 않은 채, 한국 측에 쇠고기, 자동차, 의약품 협상 등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의 경제주권과 사법주권을 송두리째 앗아갈 투자자 국가 소송제라는 전리품을 이미 확보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 가스, 우체국 택배 등 공공서비스, 우체국 예금보험 및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금융서비스, 온라인서비스 및 VOD 시장과 방송편성쿼터, 그리고 한국방송광고공사 등 시청각미디어, SAT 등 평가서비스와 원격교육 개방 등도 모두 챙겨갈 태세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땅에 살아가는 90% 이상의 사람들이 한미 FTA 체결 이후에 노예보다도 못한 비참하고 끔찍한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6차 협상에서 의약품, 자동차, 위생검역 같은 골치 아픈 핵심쟁점들은 협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했다.

아예 미국과의 고위급 밀실협상을 통해 이른바 빅딜을 시도하겠다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빅딜이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 한미 FTA를 구걸하는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에 불과하다.

한미 FTA 협상을 보며 노예 무역선을 떠올리다

그동안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된 과정을 돌이켜 보면,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사냥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팔아넘겼던 노예 무역선의 평면도가 떠오른다. 당시 노예 상인들은 흑인들의 손과 발을 굴비 엮듯이 묶어서 배 밑창부터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이윤에 눈이 먼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 상인들은 흑인을 그저 '상품'으로만 취급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선적할 수 있는 갖가지 묘안을 짜냈다. 노예들을 채워 넣은 배는 층과 층 사이를 50cm가 될까 말까 하도록 설계했으며, 노예들이 몸을 움추리거나 돌아눕지 못하도록 목과 발에 쇠사슬을 묶었다. 거대한 무덤 속의 관과 같은 공간은 도살장과 흡사했으며, 많은 흑인들은 차라리 이런 끔찍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바다에 몸을 던져 상어 밥이 되기도 했다.

흑인 '상품' 다섯 중의 둘은 아프리카 내륙에서 해안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죽었다. 남은 상품 셋 중에서 하나는 서아프리카에서 잉글랜드의 리버풀을 거쳐 대서양을 횡단해 서인도제도에 이르는 기나긴 항해를 하는 동안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상품 둘은 플랜테이션이라고 불리는 대농장으로 팔려가 커피, 담배, 사탕수수, 목화 따위를 재배하는 노예가 되었다. 노예들의 노동으로 플랜테이션에서 생산된 커피, 담배, 설탕, 면화는 세계상품이 되어 유럽과 미국의 백인들에게 엄청난 이윤을 남겨 주었다.

동족 팔아먹은 노예 상인의 하수인

이 과정에서 동족들을 사냥해 불에 달군 인두로 낙인을 찍은 다음 백인 노예상인들에게 팔아먹은 현지 하수인들이 있었다. 노예무역의 초창기 백인 하수인으로 유명한 사람이 바로 콩고 강 유역에 살던 바콩고 족의 왕이던 은징가 음벰마(?~1543)다.

그는 이름을 '알폰소 1세'로 바꾸고, 포르투갈이 보내준 무기들을 이용해 이웃 종족들을 붙잡아 노예로 팔아먹었다. 또한 노예 사냥으로 돈을 벌어 자신의 권력 강화와 사치 향락에 쏟아 부었다.

훗날 우간다 대통령 오웨리 무세베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빼놓고는 식민주의를 논할 수 없다. 식민주의는 활짝 열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강도들이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안에서 문을 열어 준 것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알포소 1세가 되려는가?

바야흐로 노예 무역선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깃발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바꾸어 달고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번에는 노예 대신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에 쇠고기와 의약품을 비롯한 온갖 물건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게다가 특허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서비스라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까지 챙겨서 더 많은 이윤을 짜내겠다고 한다.

노예 상인들의 후예들은 광우병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국민들에게 쇠고기를 팔아넘기겠다고 아우성이다. 게다가 뼛조각은 덤으로 주겠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노예협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 여성단체, 문화단체, 보건의료단체, 환경단체 등이 연대하여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정 이러한 저항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기어이 동족을 노예로 팔아먹은 알폰소 1세를 꿈꾸는가?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먹는 굴욕적인 한미 FTA 협상을 고집대로 강행한다면 그 이후엔 어떤 불행한 사태가 생기게 될지 알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은 흑인들을 사냥해 불에 달군 인두로 낙인을 찍은 다음 백인 노예 상인들에게 팔아먹은 흑인 하수인들의 악행을 역사가 확실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판돈으로 걸고 한미 FTA라는 위험한 도박판을 계속 벌인다면, 이번에 미국으로 반송ㆍ폐기될 대상은 뼛조각이 검출된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 재삼 강조하건대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더 소중한 국익은 결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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