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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빅딜설에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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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종훈 "빅딜설에 동의하기 어렵다" 협상 둘째날…'고위급' 날개 달고 '순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 둘째 날인 16일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의 '빅딜'설이 협상장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8개 분과의 '실무급' 협상과 4개 분과 및 작업반의 '고위급' 별도 협상이 무난히 진행됐다.
  
  이날에는 상품무역 분과, 농업 분과, 통신·전자상거래 분과, 환경 분과 등 4개 분과의 협상이 새로 시작됐다. 또 투자 분과, 서비스 분과, 금융서비스 분과, 지적재산권(IPR) 분과 등 4개 분과의 협상이 계속됐다.
  
  협상장 밖에서는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전날과 마찬가지로 2차례의 비공식 회담을 갖고 무역구제 분과, 자동차 작업반,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쟁점들에 대해 논의했다. 또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과 스캇 퀴젠베리 미 무역대표부(USTR) 수석협상관이 17일 개시될 섬유 분과의 협상을 위해 별도의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이혜민 "무역구제-자동차 세제-자동차 관세 얽혀 있다"
  
  현재 세간의 이목은 온통 김종훈 대표와 웬디 커틀러 대표가 연속 이틀 비공식 회담을 갖고 이번에 협상이 열리지 않는 무역구제 분과와 자동차,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협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에 쏠려 있다.
  
  한미 양국 수석대표가 이 비공식 회담에서 우리 측 요구사항인 '미국의 반덤핑 조치 완화'와 미국 측 요구사항인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 세제의 개편' 및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한 미 제약회사의 발언권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빅딜'설에 대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날 저녁 '한미FTA 민간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협상단 환영 만찬에서 "빅딜설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양측 의견 차가 고비로 등장한 것이지 그게 과연 빅딜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빅딜'이 아닌 이상 이 분과 및 작업반들의 협상이 굳이 고위급에서 다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미국의 반덤핑 조치 남용(무역구제 분과),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우리 측 자동차 세제(자동차 작업반), 우리 측 약값 결정 정책에 미 제약업계의 이해관계 반영(의약품 작업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완화(위생검역 분과) 등 한미 양국의 전통적인 4대 통상마찰 분야가 '빅딜'의 가능성 없이 한꺼번에 논의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이날 리셉션에서 "무역구제와 자동차 관세 및 배기량 기준 세제가 다 얽혀 있기 때문에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대표도 전날 브리핑에서 "무역구제 분과에서 미국 측은 진전을 이룰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양자 간 FTA에서는 자동차와 의약품의 해결이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美, 외환 세이프가드 '조건부' 수용
  
  협상 분과별로는, 농업 분과의 협상에서는 미국 측이 '고위급 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대표는 "아직 실무선에서 풀 수 있는 것은 풀어야 한다"며 이런 미국 측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서비스 분과에서는 미국 측이 우리 측이 요구한 '일시적 외환 세이프가드(safeguard)'를 수용하는 대가로 요구한 '조건' 목록에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중앙은행에 강제로 예치되는 미국인 자금에 대해서도 '정상적 수익'을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미국 측은 이미 외환 세이프가드의 도입에 합의해 주는 조건으로 △세이프가드 발동 시 6개월 내 해제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 금지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에서 주식투자자금 및 차입금의 제외 △세이프가드 발동요건 등 집행의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미 민주당 집권 영향 가시화됐다"
  
  한미 FTA 협상이 전체 협상 일정 상 이미 종반부에 접어들었지만 이날 협상에서는 미국 측 사정에 의해 '새로운 곁가지'들이 나오기도 했다.
  
  환경 분과에서는 미국 측이 '대중 참여(public participation)' 제도와 관련해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거나 기존 규제를 변경할 때 시민단체와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환경 관련 위원회와 (상대방) 정부에 이를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요구를 '최초로' 해 왔다.
  
  이에 대해 환경 분과와 노동 분과의 분과장인 박석범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은 "이미 양측이 시민단체와의 협의는 제외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우리로선 난감하다"면서 "드디어 미 민주당이 집권한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노동 분과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금융서비스 분과에서는 미국 측이 국경 간 금융거래 대상에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 회사가 제공하는 '신용평가 서비스'를 포함시켜 달라고 최초로 요구했다. 또 이 분과에서 미국 측은 정부 예금의 은행 예치, 국고 수납 대리 등 정부의 금융서비스 조달을 국제입찰에 붙여달라는 요구를 해 왔다. 우리 측은 일단 이 요구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재계 최대의 한미 FTA 지지단체인 '한미 재계회의'의 한국 측 대표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이날 리셉션에서 "미국 측은 민관이 하나가 돼 협상을 조리 있게 이끌어가지만 우리 측은 정부는 정부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따로 노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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