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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도, 먹구름도 없었다…전초전이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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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도, 먹구름도 없었다…전초전이었을 뿐" [한미FTA 뜯어보기 312] 1차 고위급 협상 종료…'공'은 통상장관급 회담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고위급 협상이 협상 개시 사흘 만인 21일(현지시간) 종료됐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이번 협상이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오는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2차 고위급 협상에서 '최종 주고받기'를 하기 위해 서로 꼭 받아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쟁점별 마지노선을 제시하는 것으로 협상 타결의 밑그림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이날 협상을 마친 후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이룬 분야도 있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분야도 상당수 있다"면서 "진전이 없는 분야의 경우 한미 양측 모두 다음 주 통상장관급 회담을 의식해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 다소 소극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이번 주 우리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면서 "우리는 다음 주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끝낸다는 목표와 각오로 다음 주에 서울로 돌아갈 것이다. (…) 성공은 여전히 가시권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커틀러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미 하원에서 열렸던 공청회를 의식한 듯 "이것(한미 FTA)는 한국의 농업 시장을 개방시켜야 한다. 자동차를 포함한 공산품에 대한 실질적인 시장 접근을 제공해야 한다. 미국 기업들이 통신, 의약품 그리고 서비스와 같은 분야에서 한국 시장에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력한 투자 보호를 포함해야 한다. 강력한 노동 장(chapter)과 환경 장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미 양측 협상단이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 진전이 없는 분야로 꼽은 것은 자동차, 투자, 방송·통신, 지적재산권 비위반제소 등이었다. 반면 의약품 허가-특허권의 연계 문제, 우체국 보험에 대한 정부 특혜 시비, 외환 세이프가드의 도입 등 몇몇 쟁점에서는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워싱턴 시내의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린 1차 고위급 협상과 별도로 미 무역대표부(USTR) 사무실에서 열린 섬유 분야의 고위급 협상 역시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해내지 못했다. 한국 측은 원사 기준 원산지(얀 포워드)의 예외 대상 품목수를 기존 85개에서 또 줄여 미국 측에 제시했으며, 미국 측도 이에 상응해 개선된 수정 양허안(관세철폐 계획안)을 제시했다.

섬유 협상의 한국 측 대표인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 수정 양허안은 굉장히 진척된 안이지만 앞으로 더욱 협의할 여지가 있으며, 미국 측도 더 수정된 양허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면서 "남은 쟁점들은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장관급 회담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고위급 회담은 없다"

이처럼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 눈에 확 띄는 '돌파구'나 '합의사항'이 나오지 않자 "결국 이번 협상이 지지부지했다는 것 아니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다음 주에 '끝장 협상' 형식으로 열릴 2차 고위급 협상을 위한 '예비 협상'의 성격이 지닌 만큼 특별한 협상 진척사항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혜민 단장도 "선샤인(햇빛)도 없었지만 먹구름도 없었다"면서 "(이번 협상은) 다음 주에 열리는 통상장관급 협상의 전초전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2차 고위급 협상은 '통상장관급' 협상으로 격상돼, 오는 26일부터 협상이 타결되는 시점까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양측 협상단은 늦어도 30일까지는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고위급 협상에는 한국 측에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가, 미국 측에서는 캐런 바티야 미 USTR 부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가 참여한다. 또 잔여쟁점이 남아 있는 일부 분과의 분과장 회의도 이 기간 동안 동시에 진행된다.

이혜민 단장은 "통상장관급 회담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고위급 회담은 없다"고 말해 사실상 이 협상이 마지막 협상이 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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