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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진정 국면?...다음 쇼크가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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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진정 국면?...다음 쇼크가 대기 중! ['현재진행형' 서브프라임 쇼크①] 위기의 '뇌관'
지난 3월과 8월에 이어 또다시 발발한 3차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가 일단은 '장기 추세'가 아니라 '단발성 쇼크'로 지나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쇼크를 일으켰던 근본 원인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이에 대응해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머지않아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강조했던 "경제는 심리"란 말을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전후맥락 없이 '위기가 온다'면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쇼크가 닥친 후 차분히 그 쇼크의 경로와 파급효과를 진단하고 그 향방을 점쳐 보는 것은 '비관론에 대한 비판론'에 묻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다.

이런 취지에서 <프레시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뇌관으로 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다각도로 짚어보고,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과 향후 전망을 약 5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블랙 먼데이' 20주년을 맞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를 강타한 후 전 세계 증시로 퍼져나간 3번째 '서브프라임 쇼크'가 일단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2일 뉴욕 증시가 반등한데 이어 23일 홍콩, 인도 등 아시아의 주요 증시가 회복세를 보였고, 같은 날 코스피 시장도 1940선으로 올라서며 전날의 낙폭을 3분의 2 이상 회복했다.

대외 악재로 인한 일시적인 조정 국면이라면서 주가의 '번지점프'를 점쳤던 국내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은 '그것 보라'며 의기양양한 기색을 띄었고, "블랙 먼데이의 재현"이라며 호들갑을 떨면서도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강조하는 걸 잊지 않았던 국내 언론들도 다시 잠잠해졌다.

그리고 한국경제는 대내적으로는 '주가 2000 시대',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로의 도약'이라는 꿈을 향해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직 느껴야 할 고통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이번과 같은 쇼크가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같은 대표적인 미국경제 비관론자들은 물론이고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 연준 부총재 등 미국의 주요한 경제 운용자들이 포함됐다. 이보다는 완곡한 뉘앙스이긴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도 잇따라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비관론은 확산되고 있다.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회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언론과 주식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해) 최악의 사태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느껴야 할 고통이 많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의 비관론자'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아예 "세계경제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3차례의 쇼크가 그저 단발성 쇼크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위기를 '여전히' 언급하는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아직 '본 게임'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으로 집값을 계속 떨어지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는 상승 추세다. 대출금을 못 갚을 사람들이 더욱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또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 수익을 배분해 왔던 투자은행들이 최근 드디어 수익 배분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라는 것이다.

최첨단 금융연금술의 '역공'?

모기지(mortgage)는 우리말로 '주택담보대출'로 번역되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대출은 아니다. 모기지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돈(원리금)을 갚으라'고 청구할 권리를 의미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는 그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높은 금리에 제공하는 대출에 연계된 원리금 청구권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시행한 미국의 저축은행은 이 원리금 청구권을 정부저당금고, 주택금융공사 등 정부기구들과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투자은행들에 판매한다. (저축은행들은 이렇게 해서 생긴 현금으로 다시 주택담보대출을 실시한다.)

정부기구와 투자은행들은 이런 모기지들을 사들이고, 한데 모으고, 표준화한 후 이를 담보로 각종 주택저당증권(MBS)을 만들어 전 세계의 뮤추얼 펀드, 헤지펀드, 연금, 보험회사 등에 판매한다.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 자산담보부증권(ABS),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2006년 말 기준으로 대출액의 68%(약 6880조 원)가 이런 형태로 자본시장에 공급됐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최첨단 '금융연금술'이 어떻게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전 세계 금융시장의 구석구석으로 연계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지금처럼 미국에서 집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 대출금을 못 갚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로 인한 혼란은 모기지를 기초로 만들어진 각종 파생상품이 팔려나간 경로를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이런 경로를 추적만 할 수 있어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동시에 망가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파생', 또는 '파생의 파생', 심지어는 '파생의 파생의 파생'을 거듭한 이런 첨단 금융상품들은 너무 복잡해서 누가 얼마만큼 가지고 있는지를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불확실성(uncertainty)'이 지금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들이 지난 1~2차 쇼크 발발 당시 주가 폭락을 겪지 않고 굳건히 세계시장을 지켰던 것도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이 같은 금융연금술의 영향력이 그만큼 덜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란 해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심지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서브프라임 쇼크를 계기로 세계의 유동자금이 국채, 은행 예금과 같은 단순한 투자처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세계의 유동자금은 미국을 탈출해 이들 '안전한' 신흥시장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가 '과열'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속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서브프라임 쇼크' 덕분(?)이다.

그러나 이들 유동성은 '돈'뿐 아니라 '리스크'도 전달한다. 1~2차 쇼크로 인한 전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과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선진국 경제들이 허덕일 때도 승승장구 했던 중국과 인도 증시가 이번 3차 쇼크에는 휘청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금융세계화 시대, 최초의 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단지 금융시장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와 긴밀히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와 신용 경색과 맞물려 미국인들의 소비를 감소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자동차와 소비자 내구재 소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고용 창출도 주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내수 부진은 전 세계 실물경제 시장에 큰 타격을 준다. 집을 담보로 빚을 얻어서라도 전 세계 상품들을 수입하고 소비했던 미국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당장 '세계의 공장' 중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아시아 수출국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돼 있는 구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약한 달러'는 '더 약한 달러'로 추락해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서브프라임 대출이 오직 모기지 하나뿐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에는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이 있고, 서브프라임 신용카드 대출이 있다. 주택담보 대출금을 못 갚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자동차나 신용카드 대출금을 못 갚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금 미국에는 잠재적인 빚꾸러기들이 쑥쑥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한 혹은 비롯할 일련의 연쇄 작용들을 하나로 통틀어 "금융 세계화의 신(新)세계에서 발발할 수 있는 최초의 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드랜딩? 소프트랜딩?

지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세계경제의 골칫덩이인 미국의 쌍둥이 적자(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동시 적자)와 글로벌 불균형(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아시아 국가들이 대미수출을 통해 획득한 달러로 보전하는 것)을 폭발시킬 수 있는 뇌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엄청나게 발전한 금융공학이 만들어낸 파생 경로는 이 폭발을 세계시장 구석구석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문제는 화산의 폭발 여부가 아니라, 폭발의 속도와 강도에 있다. 즉, 조금씩 간헐적으로 폭발할 것이냐, 아니면 한꺼번에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하드랜딩이냐 소프트랜딩이냐,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가지 요인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미국 주택담보 대출시장의 붕괴 조짐 및 부동산발(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달러 가치의 하락 △유가 상승세 지속 △중국 시장의 과열과 조정 정도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종료 및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초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 청산의 시작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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