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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예산 증가?…거짓 홍보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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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복지 예산 증가?…거짓 홍보를 멈춰라!" [오건호 칼럼] "GDP 대비 복지 비중, 사상 첫 하락"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2011년 예산안이 의결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예산안의 목표를 '재정건전성 회복'으로 설정하고, 예산편성의 방향을 '서민희망 예산'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예산안 자료를 보면서 서민 희망 대신 서민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명 박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내년 예산안이 담고 있는 '재정건전성 회복'과 '서민희망'의 실체를 살펴보자.

재정건전성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적반하장

먼저 재정건전성을 둘러싼 이명박 정부의 적반하장을 보자. 올해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관리대상 재정수지가 마이너스 30.1조 원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명박정부는 내년 정부총지출 증가율(5.7%)을 총수입 증가율(8.2%)보다 낮게 설정하고, 이를 통해 내년 재정수지를 마이너스 25.3조 원으로 줄이는 예산안을 마련했다. 내년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해 2013~2014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수지가 연이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관리의 핵심 목표를 '재정건전성'으로 잡은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2013년 재집권을 위해서도 재정수지 개선 문제는 정권 사활이 걸린 사안이기도 하다.

문제는 재정수지 적자의 원인이 제대로 짚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처방도 엉뚱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정부는 재정수지 개선을 위해 정부총지출을 억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과연 재정건전성이 지출 부문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4대강사업에 따른 불필요한 지출이 있지만 총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국가재정 규모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작은 게 현실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는 GDP 33.8%로 OECD 평균 44.8%에 비해 무려 11% 포인트나 작다. 금액으로 치면 약 110조 원이나 부족하다.

내년 재정수지 적자 원인은 MB 부자감세

이렇게 정부총지출의 절대 규모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수입 부문에 있다. 특히 내년 재정적자는 전적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부자감세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2008년 부자감세로 올해부터 20조 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항구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년 25조 원의 적자가 문제인가? 해법은 간단하다. 2008년 부자감세를 원상회복하면 된다. 그러면 내년 재정수지는 거의 해소된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초래한 재정건전성 문제를 오히려 무기로 삼아 재정지출 통제를 국민에게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균형 재정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지출증가율을 수입증가율보다 매년 2~3% 포인트 낮게 유지하는 '재정준칙'까지 도입하겠다고 한다.

일반적인 재정준칙이야 적극적으로 검토할 내용이지만, 지금 이명박정부가 이야기하는 재정준칙은 재정적자를 야기한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고 그것의 부담을 민생지출 부문에 돌리려는 독소조항이 될 위험이 크다. 복잡한 이야기로 재정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만들 이유가 없다. 2008년 부자감세를 원상회복하라. 모든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복지지출 증가율이 6%대로 뚝 떨어져

이제 내년 예산안이 과연 '서민희망 예산'인지 살펴보자. 이명박정부는 내년에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지출 통제에 나서고 있는데, 이 때 복지지출이 가장 큰 희생양이 되고 있다. 당장 복지지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되었다. 2007년 이후 9~10% 증가율을 보이던 복지지출이 내년 6.2%로 뚝 떨어졌다.

이는 복지 형성기에 있는 우리나라 복지지출 구조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아직 내년 예산안 세부자료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복지 분야 의무지출 증가분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다른 복지사업에서 예산이 동결되거나 일부는 삭감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비중은 오히려 역대 최초로 낮아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

혹 필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미 정부 예산안 홍보자료나 언론 보도를 접한 독자들은 다소 의아해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2011년 예산안을 홍보하면서, 복지 분야 예산은 86.3조원으로 올해 81.2조 원에 비해 5.1조 원이 증가하고 이는 전체 정부총지출 309.6조원의 27.9%로 역대최고 비중이라고 자랑했다. 보통 그러하듯이, 상당수 언론들도 "내년 예산안 복지예산 비중 역대 최고"라는 제목을 달거나 비슷한 취지의 내용을 기사로 되풀이했다.

▲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복지 예산 증가"로 평가한 기사.

의무지출 외 다른 복지사업은 동결 혹은 삭감 불가피

하지만 실제는 이렇다. 우리나라 재정지출 중 복지분야에는 법령으로 정해진 의무지출분이 상당규모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젊었을 때 보험료를 낸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연령수급 자격을 얻게 되면 의무적으로 연금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최저생계비가 결정되면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생계급여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예산편성 정책과 무관하게 제도적으로 정해진 것으로,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행정부의 의무이다.

과연 내년에 이러한 의무지출 증가분이 얼마일까? 아직 복지 분야 지출을 구성하는 159개사업의 세부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상태라 정확이 산정할 수 없지만, 정부가 어제 발표한 예산안 기본개요 자료만 보아도 내년 의무지출 증가분과 거의가 융자금이어서 복지사업으로 보기 어려운 주택분야 지출증가분이 내년 복지 분야 증가액 5.1조 원을 거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예를 들어, 의무지출 증가분으로는 공적연금 지출 2.2조, 보훈보상금 0.7조, 건강보험 지원금 0.3조, 의료급여 0.2조, 기초노령연금 0.1조, 노인장기요양보험 0.1조 등 3.6조원이 눈에 띄고, 주택분야 증가분도 1.3조 원이 존재한다.

이렇게 의무지출과 주택분야에서 내년 전체 복지지출 증가분이 상쇄되고 있다면 다른 복지사업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대부분의 사업은 물가인상분도 반영되지 못한 채 예산이 동결되거나 일부 사업은 올해보다 예산이 삭감되었을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서민희망 예산'으로 명명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 노인 사회참여 촉진 등 총 8대 핵심과제만을 홍보하고 있다. 앞으로 예산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선 정부가 159개 복지 사업 증 증액된 일부 사업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예산이 늘어나는 사업, 동결되는 사업, 삭감되는 사업을 모두 정리한 일람표를 제시하고 각각의 사유를 밝혀야 한다.

내년 복지 지출, '역대 최고 비중'일까, '역대 최초 하락'일까

한편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본연의 보고는 무시하면서도, 내년 복지지출 규모가 정부총지출 대비 '역대최고'라고 강조한다. 많은 복지사업이 동결, 삭감되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왜 역대최고가 될까?

이미 의무지출과 주택분야 증가분이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이 6.2%에 달한다. 반면 정부총지출 평균증가율은 재정지출 통제에 따라 5.7%로 낮게 설정되었다. 결국 의무지출과 주택분야 만으로도 정부총지출 증가율을 넘으므로 복지 분야 규모는 항상 정부총지출 대비 역대최고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어떠한 반복지정권이 들어서도 복지 비중은 '역대 최고'가 된다. 이는 정부의 특별한 예산편정 정책에 따른 것이 아니고 복지 형성기에 있는 나라에서 존재하는 구조적 현상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자신의 작품인양 홍보하는 것은 지나치게 유치하다.

정말 이명박 정부가 복지지출 규모를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싶다면 한해 부가가치 총량인 GDP를 기준으로 복지 비중을 보아야 한다. 필자의 추계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복지지출 비중은 약 GDP 9%로 추정된다. 우리가 가입해 있는 OECD 국가들의 평균 약 GDP 20%에 무려 11%포인트가 작다. 금액으론 약 110조 원이다. 앞에서 언급한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의 부족분 110조 원이 사실상 복지지출 부족분인 셈이다.

그런데 내년에 GDP 대비 복지 비중은 오히려 낮아지는 일이 발생한다.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 6.2%가 GDP 명목성장율 7.6%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복지 형성기에 있는 나라에서 복지지출 증가율이 전체 국내총생산 부가가치 증가율에도 이르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GDP 대비 복지 비중은 점진적이나마 꾸준히 상승해 왔는데, 이명박정부 들어 '역대 처음'으로 낮아지는 일이 벌어졌고, 이러한 하락 경향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어제 내년 예산안과 함께 발표된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요약'을 보면 향후 5년간 복지 지출 평균증가율은 5.9%로 GDP 평균 명목증가율은 7.6%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다.

▲ 지난 14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2009 회계연도 세입세출에 대한 결산심사가 이뤄지는 장면. 정부는 다음달 1일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다. ⓒ연합뉴스

자의적 예산안 홍보 그만하고 GDP 대비 복지 비중 최초 하락을 보고하라

이명박 정부가 10월 1일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할 것이다. 국정운영자가 의도적으로 국민들에게 착시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자의적인 홍보자료 대신 객관적인 설명자료이다.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내년 관리대상 재정수지 적자액 25.3조 원은 거의가 2008년 부자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건전성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부자감세를 원상회복하면 된다.

둘째, 내년 예산안이 '서민희망 예산'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159개의 복지사업 예산 각각의 증감 내역을 종합 정리해 보고하고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체 복지 지출에 대한 총괄수치만 발표하고 각 복지사업들을 해당 9개 부처예산으로 분산해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할 뿐, 이를 하나의 문서로 종합해 국민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 전체 복지 지출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봉쇄되어 온 것이다.

셋째, 앞으로 의무지출 분야가 아니라 정부의 예산편성정책이 관여할 수 있는 재량사업에서 획기적으로 예산이 증액되지 않는 한 더 이상 '역대 최고 복지 비중' 홍보를 중단해야 한다. 대신 이명박 정부 들어 역대 처음으로 GDP 대비 복지 비중이 낮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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