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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엔 복지국가된다'는 슬픈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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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엔 복지국가된다'는 슬픈 농담" [오건호 칼럼] "한국의 복지 지출은 경제력 비슷한 나라의 절반 수준"
예산안 날치기와 복지 지출 삭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명박 대통령이 나름의 '복지재정론'을 폈다. '복지지출이 재정 대비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니 이제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게 요지다.

대통령이 복지국가에 대해 기본 이해라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언급이다. '역대 최고'는 분모에 해당되는 정부총지출 증가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발생한 일종의 '착시현상'이고, 실제 국민에게 중요한 GDP 대비 중앙정부 복지지출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말이다.

기획재정부, 2050년에 복지지출 GDP 20% 도달한다!

대통령이 언급이 쑥쓰러웠는지,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논리가 '2050년 공공복지지출 GDP 20% 자연도달론'이다. 비록 지금은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이 낮지만 앞으로 복지제도가 성숙될 것이므로 40년 후엔 현행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GDP 20%에 도달한다는 내용이다. 가만히 있어도 2050년에는 대한민국이 '복지국가'가 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 주장은 지금 기획재정부와 조세연구원이 공동작업중인 복지지출 장기재정 전망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 업무추진 계획'에서도 "고령화 등으로 인해 지출 급증이 예상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2050년까지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조세연구원이 인구, 거시경제, 재정부문을 통합해 만든 '한국의 장기재정모형'을 토대로 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보육,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10개 사회복지 지출의 미래 규모를 추계했는데, 현행 복지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인구 고령화 등에 의해 공공복지지출이 2050년에 GDP 20.8%로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40년 후의 불확실한 참고자료로 지금의 취약한 복지를 정당화할 수 없어

장기재정을 전망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고, OECD, IMF 등 국제기구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작성해 미래에 대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다음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장기재정전망은 향후 40년 후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 인구, 경제성장, 임금 등의 변수를 잠정적으로 가정하는 일이다. 그만큼 불확실한 작업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현재와 같은 낮은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될까? 40년 후 GDP, 임금 추계 결과가 얼마나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가? 지금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닌 정부가 단지 미래 '참고자료'의 위상을 지닌 장기재정 전망 결과를 절대시하여 현재의 취약한 복지 실태를 정당화하거나 방치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게다가 설사 정부의 예상대로 2050년 복지지출이 GDP 20.8%, 즉 현재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통계청 인구전망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 고령화율은 38.2%로 예측된다. 현재 평균 GDP 19.3%를 복지지출에 사용하고 있는 OECD 국가들의 평균 고령화율은 14.8%이다(2009). 과연 한국이 2050년에 GDP 20%의 복지지출로 고령화율 38.2%를 지탱할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 주장 내부에 논리적 충돌이 존재한다.

2050년 복지지출, 정부 전망보다 낮아질 개연성 커

▲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실제 향후 복지지출이 정부의 재정전망에 못미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래에 복지지출이 늘어난다고 주장하면서도 세입확충 계획을 내놓기는커녕 거꾸로 부자감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 21.0%로 올라갔던 조세부담률은 올해 19.3%로 낮아졌고, 이명박 정부의 2010~14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도 여전히 19%대에 머물러 있다. 세입확충 방안이 신속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현행 재원구조에서 향후 복지지출이 감당될 수 없기에 복지제도의 급여 하향 조치가 불가피하다.

이미 우리는 2007년에 미래 재정 여력을 이유로 국민연금 법정급여율이 60%에서 40%로 무려 1/3이나 낮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도 현재는 노인의 70%에게 지급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노인의 40%에게만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불씨를 안고 있다. 만약 앞으로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7세, 70세 등으로 상향할 경우 국민연금 지출은 또 줄어들고, 또한 고령의 판단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릴 경우 기초노령연금 지출도 감소할 것이다.

2008년 기준 62.2%에 불과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도 현재는 50%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어찌된 일이지 이명박 정부는 아직까지 2009년 건강보험 보장성 수치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재정확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의 재원은 가입자, 사용자, 국고 몫 등 3개인데 모두 건강보험료율과 연동되어 있다. 이명박정부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던다는 명분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에 소극적인데(2009년에는 건강보험료율 동결), 이는 언뜻 보면, 가입자의 이해를 반영한 듯 하지만, 사용자와 정부는 건강보험료율이 작게 오를수록 추가부담이 줄지만, 가입자는 건강보험료 대신 수배의 민간의료보험이나 본인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앞으로 40년간 복지제도는 고령화 진행도, 재정상황, 정부 성격 등에 따라 수정될 수 밖에 없고, 현재와 같은 재정구조에서는 전망보다 하락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미 2009년을 전환점으로 한국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정체하거나 감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령화율 통제해도 한국의 복지지출은 OECD 비교국가의 55% 수준

현재 우리나라 복지지출은 OECD 회원국에 비해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우리의 현주소를 확인해 보자.

우선 한국과 OECD 평균을 단순비교하면, 현재 OECD 기준 한국의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GDP 9% 수준이고, OECD 평균 공공복지지출은 GDP 19.3%이다(2007년). 우리나라 복지지출은 OECD 평균에 비해 약 GDP 10%, 경상 금액으로 무려 120조 원이 부족하다(2011년 명목GDP 1240조 원).

간혹 국민소득의 차이를 무시한 복지지출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OECD 회원국의 국민소득을 통제하고 공공복지지출 비중을 비교해 보자. <표 1>을 보면, 2006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8천만불이었고, 공공복지지출 규모는 GDP 7.3%였다. 반면 OECD 회원국들이 1만8천불에 도달한 시점에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평균 18.9%였다. 다른 나라들은 1만 8천불 소득 수준에서 이미 복지국가를 이룩했다. 경제력의 차이로 한국의 취약한 복지를 변명하는 논리는 근거가 없다.

복지지출 국제 비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항목은 고령화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전체 복지재정의 2/3를 연금과 의료 분야에서 지출한다(연금 GDP 7%, 의료 GDP 6%). 연금과 의료는 모두 고령화와 관련이 큰 분야이기에, 복지지출 국제비교에서 고령화 수준을 통제하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다.


2011년 한국의 고령화율은 11.3%이다. <표 2>는 OECD 국가들이 고령화율이 11.3%일 때 지출했던 공공복지지출 규모를 정리한 것인데, 1980년 이후 고령화율 11.3%에 도달한 11개 국가들의 평균 공공복지지출은 GDP 16.3%이었다(현재 OECD 공공복지지출 수치는 1980년 이후 자료만 확보 가능).

결국 고령화율을 통제했을 때, 한국의 공공복지지출 GDP 9%는 비교국가들의 복지지출 GDP 16.3%의 55%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GDP 7.3% 포인트, 2011년 경상금액으로 약 90조원을 더 복지에 지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복지지출 90조원의 부족,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풀어야할 핵심 과제이다.

복지회피용 변명 대신 복지재정 확충에 나서야

이제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복지지출이 너무 작아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2006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1%로 OECD 평균 13.3%보다 3배나 높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2008년 기준으로 62.2%에 불과하다. 기초생활보장 급여 대상은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고, 아동수당은 아직 도입되지 못했으며, 2010년 취업자 2,400만명의 약 60%인 1,400만명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2007년 전체 주택의 3.7%로 OECD 국가 평균 약 20%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복지회피용' 변명이 아니라 '복지재정 확충'이다. 무엇보다 2008년 부자감세를 원상회복해, 올해 예상되는 25조원의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나아가 진보진영에서 제안하는 사회복지세 제정, 사회보험료 인상 등 적극적인 복지증세 방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피어오르는 보편 복지 열망을 복지국가로 향하는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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