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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재처리, '밀실 결정'에 맡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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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핵연료 재처리, '밀실 결정'에 맡길 건가? [핵연료 재처리 진단과 대안 ①]
작년 말 UAE에 원전수출이 확정된 후, 원자력산업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된 것처럼 과대포장되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계약당시 소수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언론들은 제대로 된 분석과 비평 기능을 실종한 듯 했다. 계약당시 흘러나왔던 파병설은 최근의 특전사 파병으로 확인되었지만 여전히 계약서는 공개되지 않은 채 저가공급은 물론 고정가격 계약, 완공연기에 따른 손해배상 등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해외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편, 2014년에 종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연장하기 위한 실무 협상테이블이 시작된 후로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새로운 재처리 방식으로 핵확산 걱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핵주권론'까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에서는 미국산 원전설비와 핵연료를 미국의 허가 없이 변형・가공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올 10월부터 시작한 차기협정 교섭을 통해 한국의 재처리 추진파는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협정문을 개정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핵무기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국내의 재처리 추진파들은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새로운 재처리방식은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추출할 수 없으므로 핵확산에 연결되는 위험성이 적고, 재처리한 후의 우라늄도 재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도 높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재처리와 떼놓을 수 없는 새로운 원전인 고속로를 개발하면 사용후 핵연료속의 우라늄자원의 재활용률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거의 무한정의 자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듯 특정 이해집단들의 주장과 잘못된 정보만 일방적으로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의 주장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장정욱 교수는 일본에서 재처리와 원전의 경제성을 연구한 학자다.

장 교수는 연재를 통해 1) '파이로 프로세싱' 재처리방식도 핵확산에 연결될 수 있다는 점 2) 사용후핵연료의 93~94%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비해 사실은 플루토늄의 1~1.2%의 재활용에 불과하다는 점 3) 어떤 형태의 재처리라도 몇백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4) 고속로 개발 역시 경제성과 안전성이 없으며, 홱확산에 연결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짚어갈 예정이다. <편집자>

Ⅰ.핵연료의 재처리, 대국민 공론화가 시급하다

2000년 국내의 연구소가 레이저를 이용하여 불과 0.2g의 우라늄을 농축했다. 그런데 이 농축을 놓고 2004년에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을 받은 적이 있다. 2003년에 일본의 재처리공장에서는 핵무기원료인 플루토늄이 약 60kg이나 행방불명이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 한국이 국제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꽤 있었다.

비록 실험 목적이었다고 하나 국제협정을 위반하였고, 또 0.2g이라는 양보다는 그 농축방법 때문에 더 주목을 받지 않았나 한다. 우라늄 농축은 일반적으로 가스확산법과 원심분리법을 이용하는데, 핵무기급의 농축우라늄을 얻기 위해서는 농축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공정을 반복하여야 하므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면 레이저 농축법은 바로 핵무기급의 농축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 당시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방법인데 국내 연구소가 이 방식으로 농축을 해 관심을 끈 것이다.

1940년대 미국의 맨해턴 계획은 핵무기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공장과 함께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로를 건설했다. 원자로의 사용후 핵연료에서 재처리로 추출한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폭탄이 일본의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던 것이다. 이 플루토늄의 생산을 위한 원자로는 잠수함의 엔진, 그리고 오늘날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로 모습을 바꾸어 왔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에 플루토늄이 포함되어 있는 점은 변화가 없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20기의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의 대부분은 원전부지내의 약10m깊이의 수조(水槽)에 저장해 왔다. 그러나 2016년부터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다른 원전들의 수조도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시설이 없다면, 원전도 가동할 수 없게 되는 소위 [화장실 없는 맨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일시적인 해결책으로서는 수조의 신・증설 또는 원전부지밖에 집중적인 중간저장시설의 건설도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수조에 30~50년이상 보관하여, 핵연료의 붕괴열이 낮아진 후에 최소 300m이하의 깊고 안정된 지층의 최종처분장에 보관하는 [직접처분] 방식과 화학적인 공정 등을 이용하여 우라늄 및 플루토늄 등을 추출한 후에 나머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최종처분장에 보관하는 [재처리] 방식이 있다.

재처리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은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 원자력기술과 핵연료 등을 제공했던 미국은 한・미원자력협정으로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를 제한해 왔다. 그런데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 발표이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2014년)을 통해 한국도 재처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소위 [핵주권론]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재처리의 방법으로서 아직도 실험실에서 연구개발단계에 있는 건식(乾式)방법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도 거론되고 있다.

플루토늄을 다른 핵분열생성물 등과 함께 분리하므로 핵무기원료로의 전용 가능성이 적다는 파이로 프로세싱방식의 재처리는, 추출한 플루토늄을 원전 특히 소듐냉각고속로(SFR)의 핵연료로서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처리과정에서 [분리]한 반감기가 긴 일부의 장수명 핵종(核種)을 고속로에서 반감기가 짧아지도록 [변환]시킴으로서, 최종처분장의 부피의 축소 및 안전관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재처리 추진파는 주장한다. 즉, 자원빈국인 한국의 준(準)국산 에너지자원의 확보와 협소한 국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주장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주장으로 그저 [하면 된다]는 식의 과학만능주의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는 겨우 연구실 수준에서 몇가지의 실험을 하고 있을 정도로 장래의 기술적인 실현가능성과 그 시기를 누구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원자력연구원에는 파이로 프로세싱의 실험시설로서 2006년에 완공된 차세대 핵연료 재활용 실증시설(ACPF)가 있으나, 미국의 승인 없이는 실제의 사용후 핵연료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모의재료(이산화우라늄)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 대신 미국의 한 연구소(INL)에서 한국의 비용부담으로 실제의 사용후 핵연료을 이용한 공동실험을 하여 왔다. 한편, 파이로 프로세싱의 적극적인 개발에 대해서 우려하는 원자력공학자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를 들면, 1990년대초부터 원자력연구원은 고리원전같은 경수로(LWR)의 사용후 핵연료를 가공하여 월성원전 같은 중수로(CANDU)의 핵연료로서 재이용하려는 [두픽(DUPIC)]계획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이 계획이 작년에 중지(실패?)된 것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졌다는 말을 듣은 적이 없다. 최초부터 두픽은 사용후 핵연료의 높은 방사능 때문에 재이용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반대와 우려가 많았으나, 일부의 관계자들이 밀어붙였던 것이다.

물론, 최근 해외에서는 상업적인 규모의 재처리공장에서 습식(濕式)방법으로 추출한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섞은 MOX(혼합산화물)연료를 원전의 핵연료로서 극히 일부가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자원의 재활용률, 경제성,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일본같은 외국의 사례에서 이미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상업적인 원전의 핵연료로써 플루토늄을 이용하는 것은 재처리산업의 유지, 플루토늄의 축적에 대한 국제적인 의혹 및 비난 등을 회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상업적인 재처리공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뿐이다. 반면 미국은 직접처분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스위스 등은 종래의 재처리에서 직접처분으로 정책을 전환하였을 정도로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직접처분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사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재처리추진의 적극적인 주장이 나오는 배경으로서,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에 부각된 핵주권론, 원자력・화학분야의 과학자들의 학문적인 요구, 몇백조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거대시설과 운영에 대한 산업계(건설・화학・중공업 등)의 이해(利害),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재처리의 해외위탁을 받거나, 재처리공장의 시설 및 기술을 한국에 수출할 해외기업의 이해 등을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정부는, 직접처분과 재처리중의 어느 방식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작년에 원자력학회와 방사성폐기물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였으며 올 12월에 최종보고서가 제출될 전망이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학회의 최종보고서의 내용은 아마도 재처리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원전부지내의 수조의 포화상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중간저장시설의 건설문제가 중심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올 10월부터 시작된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교섭에서 재처리가 민감한 내용이 될 수 있기에 우선 중간저장시설의 건설로 시간벌이를 하자는 의도일 것이다. 중간저장시설의 건설에 관한 논의는 찬성한다. 하지만, 필자는 국내의 재처리를 위한 연구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채 이미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원자력산업계의 홍보단체는 국내의 주요매스컴의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을 프랑스의 재처리공장에 견학시키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외국이라면 대선공약 또는 국민투표로 정해야 할 정도의 중요한 재처리와, 재처리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존재의미조차 없는 고속로의 연구가 일부 관계자의 결정만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원자력연구원 등이 직접처분과 재처리의 경제성비교에 대한 용역을 하고 있다. 일본의 예를 보면 재처리는 최소한 480조원의 비용이 드는데다 안전성도 보장하지 않는다. 4대강 정비사업조차 비교대상이 아닐 정도로 막대한 비용의 투입이 필요하며, 또 몇천년 혹은 몇만년동안 국민의 안전에 관련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는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이러한 사업의 실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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