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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재처리, 과연 200조원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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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핵연료 재처리, 과연 200조원 가치가 있을까? [핵연료 재처리 진단과 대안 ⑤]
작년 말 UAE에 원전수출이 확정된 후, 원자력산업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된 것처럼 과대포장되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계약당시 소수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언론들은 제대로 된 분석과 비평 기능을 실종한 듯 했다. 계약당시 흘러나왔던 파병설은 최근의 특전사 파병으로 확인되었지만 여전히 계약서는 공개되지 않은 채 저가공급은 물론 고정가격 계약, 완공연기에 따른 손해배상 등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해외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편, 2014년에 종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연장하기 위한 실무 협상테이블이 시작된 후로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새로운 재처리 방식으로 핵확산 걱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핵주권론'까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에서는 미국산 원전설비와 핵연료를 미국의 허가 없이 변형・가공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올 10월부터 시작한 차기협정 교섭을 통해 한국의 재처리 추진파는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협정문을 개정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핵무기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국내의 재처리 추진파들은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새로운 재처리방식은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추출할 수 없으므로 핵확산에 연결되는 위험성이 적고, 재처리한 후의 우라늄도 재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도 높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재처리와 떼놓을 수 없는 새로운 원전인 고속로를 개발하면 사용후 핵연료속의 우라늄자원의 재활용률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거의 무한정의 자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듯 특정 이해집단들의 주장과 잘못된 정보만 일방적으로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의 주장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장정욱 교수는 일본에서 재처리와 원전의 경제성을 연구한 학자다.

장 교수는 연재를 통해 1) '파이로 프로세싱' 재처리방식도 핵확산에 연결될 수 있다는 점 2) 사용후핵연료의 93~94%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비해 사실은 플루토늄의 1~1.2%의 재활용에 불과하다는 점 3) 어떤 형태의 재처리라도 몇백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4) 고속로 개발 역시 경제성과 안전성이 없으며, 홱확산에 연결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짚어갈 예정이다. <편집자>

핵연료 재처리의 천문학적인 비용, 우라늄자원의 고갈(?)

핵연료는 원전에서 3~4년정도 사용한 후, 가동 18개월 후에 있는 정기검사 시에 우라늄(235U) 농축도가 낮아 진 연료의 3분의 1씩을 새로운 핵연료로 교환하는데, 이 때 나오는 연료가 사용후 핵연료이다.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3~4년 동안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발출한다. 이때 우라늄의 핵분열과정에서 중성자를 흡수하는 성질의 핵분열 생성물(Fission Product)이 대량으로 발생하는데, 이것들이 많이 축적되면 우라늄의 핵분열을 방해하므로 핵연료는 일정기간 사용하면 새 연료로 교환하여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처분방법으로서 [직접처분]과 [재처리]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최종처분장의 확보에 관한 논의는 없는 상태에서, 건식방법의 파이로 프로세싱을 이용한 재처리의 추진만이 유달리 강조되고 있다.

재처리의 경우, 경제성, 안전성, 핵확산의 저항성, 실현가능성 등의 문제도 고려하여야 되나, 여기서는 경제성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현재 원자력연구원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직접처분과 재처리의 경제성에 대한 비교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국보다 앞서 재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들어 본다.

일본의 습식의 재처리 공장은, 연간 최대처리능력 90t의 토카이(東海) 재처리공장과, 현재 건설중인 상업용 규모(800t)의 롯카쇼무라(六ヶ所村) 재처리공장이 있으나, 이 공장의 완공시기는 당초 예상됐던 1997년에서 13년이 지난 2010년 10월이었다. 공장완공의 연기는 무려 17번이었다.

건설비용이 당초계획(7,000억엔)의 3배인 2조 3,000억엔(약 27조6,000억원)으로 늘어 나 단일 공장으로서는 세계 최고(最高)액의 비싼 공장이다. 그런데 올 9월에 들어 다시 18회째의 2년간의 연기가 발표되었다. 더우기 재처리공장의 핵심인 유리고화체시설의 근본적인 개조가 들어 갈 경우에는 7~8년의 연기도 예상되고 있어, 막대한 추가비용의 투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재처리공장의 회사(日本原燃)는 전력사업자 및 중공업의 회원회사에 4000억엔(약 4조8000억엔)의 추가적인 출자를 요청했다.

또, 재처리 즉 핵연료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재처리공장 하나가 덜렁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규모의 복수의 관련시설이 필요하므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즉, 핵연료주기의 완성에는 재처리 공장뿐만 아니라, 우라늄농축공장, MOX(혼합산화물)연료의 성형가공공장, 초우라늄(TRU)원소의 중간처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수송, 관련 시설들의 해체 등을 위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2003년에 일본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40년간의 무사고(?) 운전을 가정한 상태에서 재처리의 관련 비용은 합계 18.8조엔(약 225조 6,000억원)이었다.

게다가 재처리의 경우에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유리고화체)의 최종처분장이 필요하므로 건설비 등을 고려하면 총 40조엔(약 480조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또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처럼 완성시기의 연기 등이 발생하면 40조엔을 훨씬 넘을 것은 확실하다. 참고로 여기에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재이용할 고속로의 개발비용은 빠져 있다. 앞서 말했듯이 재처리공장에서도 벌써 3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게 된 상태이다.

그리고 일본의 경제산업성의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재처리가 직접처분보다 약 4배의 비용이 든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연구보고서에서도 직접처분이 더 경제적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가령, 일본의 내진(耐震)비용 및 인건비 등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한국에서는 50% 정도의 비용으로 가능하더라도 200조원이상의 재원을 재처리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편, 국내의 재처리 추진파가 주장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은, 1983년에 미국이 제안한 원전부지 내에 발전소(고속로), 재처리공장, 재처리후의 핵연료의 제조(성형가공)공장을 건설하는 자기 완결형 즉 [통합형 고속로(Integral Fast Reactor)]계획에서 출발한 것으로, 고속로의 상용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파이로 프로세싱의 연구개발은 여전히 초보단계로 그 실현가능성 및 비용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이로 프로세싱의 재처리는, 사용후 핵연료를 금속전해(電解)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플루토늄을 우라늄, MA(Minor Actinide)및 일부의 핵분열 생성물 (Fission Product) 등과 함께 추출하여 고속로의 금속연료로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플루토늄의 이용과 함께, 재처리과정에서 방사선량이 높거나 장수명 핵종(核種)을 분리하여 고속로에서 변환 또는 소멸시킨다는 이론이다. 가령 연구의 성과가 있다고 할 경우에도 완벽한 조건의 연구실과 현실 즉 상용화는 언제나 많은 차이를 가져 올 것을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또 이론대로 고속로에서의 장수명 핵종의 변환 및 소멸로 방사능이 낮아 졌다 하더라도 최종처분장의 관리기간은 여전히 인간의 관리능력을 넘는다.

사용후 핵연료의 핵종 중에서 MA와 핵분열생성물 핵종중의 약 30가지가 처분시에 문제가 되는데, 현재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 겨우 MA(특히, 초우라늄원소)를 중심으로 한 몇가지의 핵종의 분리실험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100%의 분리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특히 장수명 핵분열 생성물의 방사성물질을 비방사화(非放射化) 또는 반감기의 단축을 할 변환은 아이디어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령, 핵종의 100% 분리가 가능하더라도 그것을 변환 또는 소멸시킬 고속로의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설령 고속로가 이용가능하더라도 핵확산문제, 경제성, 안전성 등의 고유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파이로 프로세싱에서 사용하는 용융염(Molten salt)의 섭씨 약 500~800도의 고온부식에 견디는 재료개발과 작업경험의 부족 등, 해결하여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높은 방사능에 대한 재료개발도 있지만, 산소와 습기를 완전 차단한 시설의 확보가 필요하며 또 높은 방사능 때문에 시설의 유지・보수도 매우 곤란하다.

파이로 프로세싱의 재처리의 연구가, 갑자기 활기를 띄게 된 배경은, 2006년에 미국정부가 제안한 GNEP(Global Nuclear Energy Partnership)가 주요한 계기였다. 핵확산방지에 기여하는 새로운 핵연료주기기술의 개발 및 제4세대원자로(선진연소로, ABR)의 개발 등을 중심주제로 하는 국제적인 공동프로그램으로서 한국도 참가하였다. 그러나 오바마 정권의 등장으로 2009년도에 종료발표와 함께 2010년도의 예산이 완전히 삭제되어 중지되었다. 즉GNEP는 플루토늄의 단독추출이 어렵도록 방사성이 강한 물질을 인위적으로 혼합하는 재처리기술을 개발하려고 하였지만, 실현가능성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국내의 재처리 추진파들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한 재활용은 준(準)국산연료의 확보이며, 세계적인 원전의 확대(?)에 따른 우라늄자원의 수급핍박과 가격상승의 대책으로서 기여한다고 한다. 그러나 2030년에 현재 세계의 3억7000만kW의 원전이 최대 약118% 늘 수 있다는 IAEA의 전망은 자주 소개되는데 비해 최소의 약 38%는 그다지 소개되지 않는 것 같다.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의 2008년도 보고서는 미발견 우라늄자원 등을 고려하면, 2008년 말의 세계의 가동 중인 원전432기의 3배 즉 약 1,200기의 연료를 100년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바닷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거의 무한정의 약45억t의 우라늄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재 군비축소의 진행과 함께 1993년부터 20년간에 걸쳐 러시아의 핵무기의 해체로 나오는 우라늄을 희석한 핵연료가 미국원전의 핵연료의 약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13년 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가령 중지된다 하더라도 러시아제의 농축우라늄이 그 부족분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처리의 경제성, 안전성 등의 고유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원자력산업은 세계 어느 곳의 원전사고 및 정치적인 판단으로 중지될 수도 있는 리스크가 높은 산업이라는 점, 그리고 독일, 스위스 등 원전 폐쇄정책을 취한 국가들의 우라늄자원의 수요가 준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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