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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노무현의 FTA'가 아니라 '이명박의 FT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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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노무현의 FTA'가 아니라 '이명박의 FTA'다" [한·미FTA, 질주를 멈춰라!·③] "민주당에 FTA 주권법을 요구한다"
2007년 3월 30, 당시 미 대사 버시바우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난 결과를 워싱턴에 보고하면서 이렇게 보고서 제목을 뽑았다. (위키리크스 07SEOUL931)

"손학규는 자신의 원칙으로 밀고 간다"
(Sohn Hak-Kyu Sticks to His Principles)


손 대표의 원칙 앞에 놓인 한미 FTA

손 대표는 버시바우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원칙을 타협하지 않고자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고 말했다. 자신 앞에는 멀고도 험한 길('long and hard road')이 놓여 있겠지만 극복하겠다고 했다.

한미 FTA의 핵심 쟁점인 쌀에 대하여도 손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쌀 문제는 그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은 쌀을 한미 FTA에 포함하려는 미국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 만일 FTA가 한국인을 더 분열시킨다면 그 비난은 미국이 받을 것이다. (If the FTA further divided the Korean people, however, the U.S. would be blamed.)

지금 손대표의 원칙은 한미 FTA라는 중대한 순간에 놓여 있다. 그의 민주당은 독소조항 폐기라는 원칙 대신 '국내 대책'과 '통상절차법'이라는 퇴로를 더듬고 있다.

단적인 예가 김진표 원내 대표와 김동철 민주당 간사는 한나라당에게 한미 FTA 처리 과정인 법안심사소위 일정을 속속 합의해 주고 있다. 이른바 10월 17일의 '한미 FTA 끝장 토론'이라는 것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 종료 선언 불가라는 약속조차 받아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하루만의 끝장 토론은 한미 FTA 처리 속도전을 알리는 출발 신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김진표 원내 대표는 한나라당 원내 대표에게 "한미 FTA는 10월 17일의 외통위 끝장 토론회 뒤에 재논의한다"라는 합의서에 서명을 해 주었다.

손 대표는 어떻게 하려는가? 이런 식이라면 손 대표가 버시바우에게 말했던 멀고도 험한 길의 끝은 한미 FTA라는 낭떠러지가 될 것이다. 이는 손 대표 자신은 물론이고 한국인을 위해서 좋지 않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뉴시스

민주당은 왜 이것은 MB의 FTA라고 힘껏 외치지 않나?

이미 드러났듯이, 지금의 한미 FTA는 더 이상 고 노무현 대통령의 FTA가 아니다. 쌀 재논의, 개성공단 제품 수입금지, 반덤핑 장벽 제거 거부, 취업비자 실종, 자동차 관세 즉시 철폐 백지화, 한국 기업의 제소권 박탈, 미국 법과 다른 FTA 조항 무효---한미 FTA는 더 이상 참여정부의 FTA가 아니다. 이것은 MB의 FTA 이다. 한나라당의 FTA이다.

민주당은 왜 한미 FTA 주권법을 요구하지 않나?

많은 시민들이 미국과의 경제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원한다. 그러나 미국이 통과시킨 FTA 이행법처럼 한미 FTA 협정문이 미국법과 어긋날 경우 무효라고 하고, 한국 기업이 한미 FTA를 지키지 않은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하지 못하게 하는 불평등한 FTA를 원하지는 않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는 총 12개조로 되어 있는 체계적인 한미 FTA 특별법안을 준비했다. 그 내용은 한미 FTA가 국내법의 효력을 갖게 되는 시점을 해당 국내법이 한미 FTA에 부합하게 개정되는 시점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는 FTA를 근거로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한다.

이것이 미국의 FTA 이행법이 만든 불평등 문제를 우리 헌법에 맞게 해소하는 방법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한미 FTA 주권법을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은 왜 FTA 쌀 청문회를 요구하지 않나?

손 대표는 2007년 버시바우 미 대사에게 쌀은 한국인의 국민적 상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FTA는 쌀마저 미국과 재검토 재논의하기로 하면서 진행되는 한미 FTA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쌀 재협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9월 27일자 민주당 박주선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렇게 서면 답변했다.
<박주선 의원의 질의 사항>
한국이 쌀 전면개방(관세화) 시, WTO 회원국과 협의를 해야 할 주제

<외교통상부의 답변 사항>
□ 협의 주제는 관세화와 관련된 모든 조건임. 우리나라의 쌀 관련 양허표에 규정된 모든 사항이 상대국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협의 대상이 됨.
ㅇ 관세율, 수입물량(TRQ), 수입 쌀 용도 등이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봄.

충격적인 답변이다.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쌀과 관련된 모든 사항이 협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과 미국쌀 수입물량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차 밝혔듯이 이미 모든 것은 2004년 쌀 협정에서 결정되었다. 단지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이 쌀 관세율을 결정할 때 사용한 국제 쌀값 통계와 국내 쌀값 통계가 맞는지 시세표를 뒤져보는 것밖에 없다.

민주당은 왜 한미 FTA 충돌 법령 목록을 요구하지 않나?

놀라운 일이지만, 2006년 한미 FTA 협상 후 지금까지 정부는 한미 FTA로 인하여 개정해야 할 법률, 대통령령, 부령, 고시의 공식 목록을 국회에 제출한 바 없다. 한미 FTA는 한국의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을 바꾸거나 그 적용을 제한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미 FTA에 의하여 달라지는 법률, 대통령령, 부령, 고시의 공식 목록조차 아직 국회에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왜 국내대책의 효과를 검증하지 않나?

정부가 내어 놓은 FTA 국내대책이란 것은 중복과 재탕이거나 투입 예산을 일부 증액하는 것들이다. 이를 테면 2007년 11월 농수산 분야 21.1조원 규모 등의 "FTA 국내보완대책"이란 것과 2010년 "한·EU FTA 보완대책"을 보면, 그 주요 내용이 축사시설현대화 등으로 대동소이하다.

놀라운 것은 민주당은 과연 이러한 국내대책 골격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를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돈을 조금 더 달라고 할 뿐, 그것이 정말 FTA 대책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인지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

한미 FTA 재협상은 가능하다

▲ 국회 앞에서 한미FTA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
민주당은 집권했던 정당으로서, 미국에서 FTA는 미 의회의 소관이며, 미국과의 FTA 협상은 미국 의회와 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민주당 의원 중에는 전직 외교통상부 장관도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민주당은 독소조항 폐기라고 하는 당론을 전적으로 정부에 방임해 두었다. 그리고 정부의 철저한 무시전략을 사실상 묵인했다.

그러나 국회가 독소 조항 폐기를 요구하며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묶어 둔다면, 미국 의회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한미 FTA를 절실히 원하는 쪽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는 FTA가 없더라고 미국에서 잘 팔리나, 미국 자동차는 FTA가 없다면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 한미 FTA 재협상은 가능하다.

손 대표의 원칙을 기대한다

한미 FTA를 막는 척 하다가 몸싸움을 보여주면서 통과를 방치하는 것이 민주당의 길이 될 수 없다. 독소조항 폐기라는 당론을 위해 민주당의 모든 지혜와 힘을 동원해야 한다. 민주당이 끝까지 버틸 때, 미국도 결국 재협상에 응할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에 가장 절실한 것의 하나는 손 대표의 한미 FTA 원칙이다. 이것이 손 대표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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