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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도 '기독교의 국가지배'를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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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도 '기독교의 국가지배'를 꿈꾸나"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美 기독교 우익 닮아가는 한국 개신교
10.26 서울시장 선거가 시민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잔 중에 드러난 문제도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던 사건은 시민단체 출신 박원순 후보에 대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기도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김 목사는 선거 직전 일요일 예배 중에 나라의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 마귀와 같은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시장이 되도록 기도하자"고 했다는 보도다.

목사의 기도라기보다는 한나라당 지도자의 상대방 후보 공격 발언에 가까웠다. 기독교 보수 교회가 얼마나 정치화 됐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미국 기독교 우익들의 행동을 연상시키는 행동이었다.

"한국 개신교, '신권주의' 미국 기독교 따라하나?"

미국 기독교 우익은 기독교의 간판을 내걸고 기독교를 욕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싼 조직이다. 그런데 한국 개신교가 반면교사로나 삼아야 할 이들 조직의 행동을 본뜨다니 한심스럽다. 우리는 미국에서 배울 것이 많다. 그러나 배워서는 안 될 것도 적지 않다. 기독교 우익의 행동은 배워서는 안 될 것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본다.

미국의 기독교 우익(Christian Right)는 기독교 근본주의, 복음교회, 오순절교회, 거듭난 교회 운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성경의 가르침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가르친다(dominionism). 나라의 정치도 성경의 가르침을 법으로 삼아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권통치(神權統治)주의다. 2006년 미국에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던 <미국의 신권통치(American theocracy)>의 저자 케빈 필립스는 이 책에서 신권통치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를 갈파한다. 적어도 민주주의와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케빈 필립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미국인들이 기독교 우익에 얼마나 시달리고 그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로스 두테트는 지난 8월 "신권통치의 재탐방"이라는 칼럼에서 미국의 많은 리버럴과 교회를 안 다니는 일반 시민들이 종교적 보수주의자, 다시 말하면 기독교 우익을 단순히 정치적 반대자로 여기는데 그치지 않고 "일종의 실존적인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 종교적 우익이 정상적인 정치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책이 나온 지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신권통치를 '재탐방'한 것은 오늘날도 미국 사회가 기독교 근본주의의 망령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음을 상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지난 8월 당시 내년도 대선의 가장 유망한 공화당 후보로 거론된 미셀 바크맨과 릭 페리가 기독교 우익에 속하는 티파티의 열렬한 지도자들인 것이 드러나면서 기독교 우익이 다시 여론의 화두에 올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의 편집인 지리를 퇴임하는 빌 켈러는 <뉴욕타임즈> 매거진에 실린 기고에서 앞으로 대선 후보를 다루는 기사를 쓰는 기자는 후보의 신앙 문제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되며 후보의 종교관을 철저히 취재해서 보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종교관이 그의 공공 정책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독교 우파가 대통령이 될 때 민주주의 가치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경고한 글이다.

이렇듯 기독교 우파의 정치관은 민주주의 가치와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미국 지성인 언론인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독교를 국교처럼 신봉하는 보수 기독교 목사와 신자들이 하나님과 성경을 내세워 자기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사탄이니 종북좌파니 하고 함부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그런데도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서울시를 하나님에게 봉헌한다"고 공언한 기독교 보수파 대통령의 당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들 신자들이 다수 유권자층에 속해 있어서 그런지 이들의 발언을 질타하는 논평이 없다.


▲ 설교 중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기독교 우익 끌어들인 공화당, 이제는 종교조직?"

기독교 우익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구성돼 있다. 근본주의는 기독교나 이슬람이나 그 위험성이 비슷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는 도화선에 불 붙은 폭탄처럼 위험시하면서도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위험하게 보지 않는다. 그러면 미국의 기독교 우익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는지 한번 살펴본다.

기독교 우익을 처음 정치무대로 유인한 것은 공화당이었다. 미국 공화당은 64년 배리 골드워터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라 출마했다가 참패한 후 큰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화당의 장래가 비참하리라는 판단 아래 당의 기반을 넓히는 전략을 짠다. 기독교 보수와 손을 잡게 되는 계기다. 공화당은 기독교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반 확대의 일환으로 기독교 우익과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그 이전의 50년을 돌아보면 공화당은 열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4번 밖에 이기지 못했다. 의회는 24회기 중 두 차례 밖에 장악하지 못했다. 당의 기반 확충이 절실했다.

기독교 우익과는 공통점이 많다고 본 공화당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끌어들였다. 공화당 지도부는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 기독교도 연합(Christian Coalition) 같은 조직을 이용하고 라디오 토크쇼와 설교를 통해서 보수의 정치 어젠더를 전파했다. 수 백만에 이르는 유권자 집단을 확보함으로써 공화당은 그 후 실시된 여섯 번 대통령 선거에서 네 번 이겼고 상원의 12회 회기 중 7회, 하원은 10년 간 내리 장악하는 성과를 올렸다.

공화당과 제휴한 기독교 우익은 90년대가 되면 당의 동반자에 만족하지 않고 당의 권력구조 장악에 나선다. 교회 조직을 이용해 지방 카운티의 공화당 조직에서 시작해서 주(州)의 당 중앙조직을 장악하고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력으로 성장한다. 공화당은 이제 기독교 우익의 의사에 반해 정책을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 공화당의 한 간부는 "이제 공화당은 정치조직이라기 보다는 종교 조직의 분위기를 풍긴다"고 말할 정도로 기독교 우익이 공화당 내에서 행사하는 역할이 커졌다.

미국에서 기독교 우익은 유권자는 7인 중 1인정도로 추산되지만 이들은 평균 적으로 일반 시민보다 더 열심히 투표하고 정치적으로도 더 열성적이어서 공화당의 정치적 어젠더를 결정하는데 참여하여 그 영향력이 크다. 부시가 다수 국민의 비판을 받는 이라크 전쟁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기독교 우익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는 열세에 몰려있었는데 민주 공화 지지도 차이가 근소한 주에서 부시를 당선시켜 준 것은 기독교 우익의 조직표였다. 부시의 정치참모인 칼 로브가 기독교 우익 교회 목사들에게 전화해서 기독교 근본주의 표를 부시에게 몰아줘 그의 재선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정책이다. 낙태, 이혼, 동성애, 줄기세포연구, 환경 문제 등에서 기독교 우익의 주장은 절대적이다. 기독교 우익은 이 분야에서 민주당 좌파나 진보 세력과 대립한다. 선거에서 이들 기독교도들이 공화당에 투표하는 주요한 이유의 하나다. 얼마 정부터는 기독교 우익은 성경의 가르침을 현실 정책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슬람교가 코란의 샤리아를 국법으로 정한 것과 유사하다. 기독교 우익은 그 조직과 그것이 선거에 미치는 위력을 근거로 미국 정치 특히 공화당 정권의 정책에 무시 못 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독교 우익이 오만해질 수 있는 근거다. 미국 기독교 우익은 선거 때가 되면 3~4천만에서 1억을 넘는 투표 안내서를 교인들에게 돌리기도 한다. 교회의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다. 교회와 정치조직의 경계선이 분명치 않다.

한나라당과 한국의 기독교 보수파와의 관계가 미국의 공화당과 기독교 우익과의 관계만큼 밀접한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특정 종교가 정치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것은 종교나 민주주의에 다 같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한국기독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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