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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가 아닌 '핵으로부터의 안보'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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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가 아닌 '핵으로부터의 안보'를 원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대응하는 야당·시민단체 모임 발족
핵무기와 핵발전에 반대하는 야당·시민단체들이 모여 다음달 26~27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항하는 공동운동을 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핵안보정상회의가 '핵 없는 세상'이 아닌 핵무기와 원전을 보유한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는 목적을 띠고 있다며 회의가 개최되는 즈음 핵군축과 원전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42개 노동·시민·환경단체가 모여 결성한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은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핵안보정상회의가 핵확산과 핵갈등을 더욱 가중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는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이 땅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게 아니라 미래의 자손에서 빌려온 것"이라며 "자본주의 사회가 성장 일변도로 왔다는데 대한 반성과 녹색운동의 가치가 결합해 이제는 핵발전이 '옳지 않다'를 넘어 '가능하지 않다'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비롯해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강대국 정상들은 자신들이 가진 핵무기를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성실하고 진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핵물질 거래와 핵테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이 문제의 근원임을 감추려는 위선은 그만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발족 기자회견. ⓒ연합뉴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 노벨평화상을 앞당겨서 받았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각국 정상들은 핵무기가 다른 국가나 테러집단에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이는 지난해 후쿠시마(福島) 사태를 경험하면서 '핵안보'가 아닌 '핵으로부터의 안보'를 필요로 하는 일반 대중의 상식과는 무관하다"라고 핵안보정상회의 취지를 비판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원전 산업국들이 오히려 원전 수출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나 미국 등 몇몇 선진국들이 정상회의를 원자력 산업 확대 및 수출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우려를 표한다"며 "한국보다 앞서 핵산업을 강조했던 일본도 이제 후쿠시마 앞바다에 해상 풍력 발전단지를 설치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우석균 반핵의사회 집행위원장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핵산업계 정상회의가 별도로 열리게 되는데 이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재생에너지로의 이행이 아닌, 원전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고 핵발전 산업의 중흥을 모색하는 회의"라며 "전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수준인 한국 등의 문제를 은폐한다는 점에서 핵안보정상회의와 산업계의 논의에 모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핵 문제에 대한 보수세력의 색깔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대표는 또 "핵안보정상회의의 문제점은 핵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들이 다른 곳에서 핵이 더 만들어지는 것만 문제삼는데 있다"며 "핵 테러를 일으키려는 이들은 핵보유국의 위협에 맞서 핵을 만들고픈 유혹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은 다음날 19~27일을 집중행동 기간으로 정하고 국제포럼 등 정상회의에 항의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후쿠시마 참사 1주기에 즈음한 다음달 1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관련 행사도 열린다. 23~24일에는 경남 합천에서 원폭피해자들이 모여 '핵 없는 세상'을 요구하는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도 개최된다.

한국이 의장국을 맞는 제2회 핵안보정상회의는 전 세계 50개국 정상과 유엔(UN),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들이 모여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핵물질 악용 예방 등 핵안보 강화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정부는 한류 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등 정상회의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관심은 지난 G20 정상회의보다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핵안보정상회의 대응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안보 문제에 관한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 개최라며 국격을 운운하는 정부가 핵안보정상회의를 빌미로 표현의 자유와 민중생존권을 탄압한다면 이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 당시 벌어졌던 정부의 통제가 재연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상회의 기획단, 기자회견 직후 즉각 반박자료 내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이날 기자회견 내용이 보도된 후 즉각 반론자료를 내고 참가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준비기획단은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하지만 핵무기 완전 철폐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핵을 사용한 테러, 나아가서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회의"라며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결과문서인 '워싱턴 코뮤니케'에도 핵군축 및 핵 비확산이 참가국들의 공동 목표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비기획단은 정상회의의 친원전 성향에 대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보장된 권리로서, 각 국가의 주권적인 결정사항인 만큼 이번 정상회의의 논의 의제가 아니다"라며 "핵안보정상회의에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유보적인 국가들도 참가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목표가 되기 때문"라고 해명했다.

준비기획단은 또 정상회의와 같은 시기 열리는 핵산업계 정상회의에 대해 "정부 주관행사가 아닌 한국수력원자력이 주관하는 행사"라며 "이 행사의 취지도 업계 차원에서 테러 방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데 있지 원전 산업을 장려하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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