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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저지 넘어, 이젠 '무상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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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저지 넘어, 이젠 '무상의료'!" [복지국가SOCIETY] "건강보험, '더 내고 더 받는' 개혁 필요"
지금까지 우리는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지속해왔다.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저지 투쟁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제주대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이제 '저지'를 넘어 '대안'을 쟁취할 것을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총선을 앞두고 진보개혁 정치세력은 사실상의 '무상의료 시대'를 열겠다는 확고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고,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관제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하의 글에서는 '건강보험 하나로'를 통한 '무상의료' 쟁취 전략의 내용, 중요성, 정치적 의미 등을 짚어본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의료민영화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08년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시장만능주의 논리와 정책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국민적 의구심을 자극하였고, 마침내 의료 등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 대한 시장주의 또는 민영화 노선을 천명함으로써 민심의 이반을 초래하였다. 당시 이러한 무지막지한 '작은 정부' 노선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불만은 2008년의 촛불집회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의료민영화를 의료선진화로 포장했다. 즉,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확충하여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그것이다. 사실인 즉,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의료선진화는 우리나라 국가의료제도를 유럽 '선진국'처럼 공공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된 공적의료보장체계로 만들겠다는 의미의 '선진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존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에 자본의 논리를 강화하여 영리 의료시장을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선진화"라는 좋은 말을 미국식 의료시장주의를 포장하는 데 동원했던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선진화 담론의 핵심 내용은 내국인(재벌과 국내금융자본)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설립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인데, 시민사회는 이것을 '의료민영화'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6곳의 경제특구와 제주도에 외국인과 외국자본이 자유롭게 영리법인 병원(주식회사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이들 7개 권역이 전국의 주요 대도시를 배경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전국적으로 '외국인' 영리병원은 허용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의료민영화 추진세력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국내자본도 직접 영리법인 병원, 즉 주식회사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요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시종일관 내국인에게도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을 허용하자는 내용의 전면적 의료민영화 기획을 추진해왔다. 이로 인한 충돌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주도에서 벌어졌고, 이명박 정부와 의료민영화 세력, 이에 대항하는 제주도민과 전국의 의료민영화 저지 세력 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던 바, 이게 바로 '의료민영화 제주대첩'이고, 여기에서 우리가 승리하였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전선을 잘 사수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의료민영화의 다른 한 축인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이미 상당하게 진행되어 버렸다. 즉,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건에 대해서는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이 매년 30% 이상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바, 이명박 정부와 의료민영화 추진세력의 의지가 상당부분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고, 삼성생명 등 보험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성장하면 국민건강보험은 쇠락하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민간의료보험은 영리성이 강한 민간병원들, 특히 주식회사 영리병원들과 짝을 지어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공공성이 강한 의료서비스가 금융자본과 영리의료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국민의료는 양극화되어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미국의 '식코'형 시장주의 의료제도에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보건복지부도 인정하는 것처럼, 의료민영화는 국민의료비의 급증을 초래한다. 병원의 93%가 영리추구 성향이 강한 민간소유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국민건강보험의 위축으로 인해 국민의료비에 대한 통제 효과가 약화되고, 그 틈을 타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시장을 넓히면, 국민의료비의 폭증과 의료비 불안의 심화는 막을 길이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축소하고 있다. 이에 의료비 불안을 느낀 국민들은 자구책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계의 80%가 1개 이상의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구입하고 있으니, 이미 그 뜻을 상당부분 이룬 셈이다. 그 결과, 국민의료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국민의 의료불안은 더욱 심화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전년 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연평균 2-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연평균 11%의 폭증을 이어가고 있다.

올바른 해법은 의료민영화의 저지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대안을 제시하고 쟁취해야 한다. 의료공공성의 획기적 확충, 즉 사실상의 무상의료가 그것이다. 첫째,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해 전체 병원 중 공공병원의 비중을 현재의 10%에서 30% 수준으로 높이고, 비영리 민간병원의 공적 성격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과 재정지원이 요구된다. 병원이 영리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본래 목적사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이끌어주는 복지국가의 개입주의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의료재정체계의 공공성을 높여 의료비 불안을 없애야 한다. 서민가계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매년 두 자리 수로 폭증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해법이 못 된다. 의료재정에서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의 획기적 보장성 강화를 서둘러야 하며, 그래서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사실상의 병원비 무상의료'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역동적 복지국가의 의료보장정책이다.

그래야 국민의료비의 폭증을 막고, 서민과 중산층 가계의 총 보험료(국민건강보험+민간의료보험) 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의료비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가입자인 국민, 사용자인 기업, 그리고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기꺼이 더 부담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바, 이는 한국의료의 진정한 선진화와 복지국가를 앞당길 시대적 과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금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가 각별하게 중요한 이유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국가의 공적의료보장으로 의료비의 대부분이 해결되므로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보험에 별도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가계의 이중부담과 소득계층 간 의료이용의 형평성 문제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의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다. 무상의료는 공짜의료가 아니다. 돈을 낸다. 다만, 국가의료재정의 대부분을 능력에 따라 미리 내는 것이다. 그래서 의료서비스 이용 시점의 의료비 부담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소득계층 간 의료이용의 형평성이 높아진다. 의료재정의 공공성, 즉 국가의료보장제도에 의한 의료비 보장 수준이 높을수록 소득계층 간 건강수준의 격차와 의료이용의 불평등이 최소화된다. 또 이렇게 의료시스템 전체가 재정적으로 국가의 공적 통제 하에 들어가고, 이에 따라 시장실패로 인한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국가의료제도의 거시적 효율성도 높아진다. 국민의료비의 급등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상향평준화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이 확충되므로 경제성장의 우월한 조건을 확보하게 된다. 건강한 국민이 유능하고 창의적인 노동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를 통해 '사실상의 무상의료'를 실현하게 되면, 우리도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처럼 높은 형평성, 높은 거시적 효율성,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가진 공공성 높은 국가의료제도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를 30% 정도 더 내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기업)와 정부도 기존에 내던 것보다 30%를 더 부담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2012년 기준으로 연간 42.9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57조 원으로 늘어날 것인데, 이 돈(건강보험료 30% 인상으로 인해 추가로 마련된 14.1조 원)으로 ① 상급병실, 고가의 진단·치료, 선택진료, 환자간병, 노인틀니 등 현재의 비급여 항목을 국민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할 수 있고, ② 입원 중심 병원진료비의 90% 이상을 보장할 수 있고, ③ 환자의 연간 총 진료비가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할 수 있고, ④ 저소득층과 중소영세사업장의 건강보험료를 면제하거나 지원함으로써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네 가계의 의료비 불안이 해소되고, 주요 질병에 대한 '사실상의 무상의료'가 실현되는 것이다.

▲ <식코> 포스터.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면하기 위한 '건강보험 재정관리'에 정책적 관심을 집중해왔다.

참으로 좁은 소견이라 하겠다. 묻고 싶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줄여 얻어낸 건강보험 재정안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의료서비스의 공적 보장이 줄어든 만큼 시장에서 초래되는 국민의 사적 부담은 몇 배나 더 늘어나는 법이다. <식코>의 나라 미국이 반면교사이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가 아니라 실제 국민이 부담하는 '국민의료비'의 폭발적 증가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전년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2~3%로 경제성장률과 엇비슷한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전년대비 10~13%씩 국민의료비가 폭증하고 있다.

이렇게 지출이 급증하는 것은 첫째,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둘째, 고가의료기술의 급속한 확산과 소득증가에 따른 국민의 의료욕구 증대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요인들은 구조적인 것이어서 정책적 개입의 여지가 매우 좁다.

더불어,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국민의료비 증가요인으로는 첫째, 우리나라의 현행 의료보수 지불방식인 '행위별수가제'를 들 수 있다. 행위별수가제는 의료행위 하나하나를 단위로 각각 정해진 의료수가를 지불하는 의료보수 지불방식인데, 여기서 의사(의료기관)는 기대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의료행위를 늘리려는 과잉진료의 동기를 갖게 된다. 둘째,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들 수 있다. 질병 발생 시 보험회사가 미리 약정된 금액을 일시에 지급하는 정액형 민간의료보험과 달리 실손형은 국민건강보험처럼 실제 발생하는 의료비를 보상해준다.

영리추구 경향이 강한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우리나라 의료공급 구조에서 행위별수가제는 '불에 기름을 끼얹듯' 과잉진료와 고가진료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행위를 많이 할수록, 그것도 비급여 중심의 고가진료를 할수록 돈을 더 버는 지불제도 하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여기에 활성화된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기름을 더 끼얹고' 있는데, 대형병원에서 진료 받는 환자들의 대다수는 실손 민간의료보험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서 규제되지 않는 과잉진료와 의료자원의 심각한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 전형적인 시장실패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이미 세계사적 경험을 통해 도출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대대적인 확충을 통해 의료재정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일수록 국민의료비는 더 효과적으로 잘 통제되고 관리된다. 이에 더해, 행위별수가제를 더욱 포괄적인 보수지불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또, 불법이지만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의학적 임의비급여' 진료와 정부가 인정한 '비급여' 진료에 대한 공적 개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정치권과 정부는 의료계와 국민의 눈치만 본다. 그러는 동안 의료민영화의 시계는 계속 째깍거리며 돌아가고 있다. 시간이 없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사회적 대타협이 요구된다. 정부(정치권)-의료계-국민(시민사회) 간의 정치사회적 공론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의료민영화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의료민영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제 의료민영화의 저지를 넘어 '사실상 무상의료'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고 혜택을 적게 받으면서(저부담-저급여 체계), 개별적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가계의 부담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30% 정도 더 내고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함으로써 더 이상 민간의료보험료를 내지 말 것인지, 이번 총선을 통해 우리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재벌과 금융자본, 우리사회의 엘리트 기득권 세력과 깊이 유착된 정치사회세력일수록 의료민영화를 끊임없이 추진하려 하고, 사실상의 무상의료를 한사코 반대할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의 과정을 통해, 이미 전선은 명확해졌다. 이명박 정부와 친 재벌, 친 금융자본 정치세력은 '사실상의 무상의료' 전선에서 우리 국민을 배반하는 편에 설 것이다. 그들의 지지기반과 정치적 토대가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개혁 정치세력에게는 절대다수 국민과 같은 편에 설 졸은 기회를 될 것인 바, 이제 하기에 달린 것이다.

끝으로, 무상의료는 공짜의료가 아니라 국민, 기업, 정부가 모두 자신의 능력만큼 국민건강보험료와 재정을 부담하고, 국민 모두가 필요한 만큼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연대의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대의 수준을 높이려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하고,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새로운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정치가 중요하다. '사실상의 무상의료' 없는 선진국은 없고, 더욱이 우리가 꿈꾸는 선진 복지국가는 불가능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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