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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올랑드 정부의 출범과 유럽 좌파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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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올랑드 정부의 출범과 유럽 좌파정당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올랑드 '깨끗한 정부' 실험의 의의

지난 15일 취임 이후 일주일 동안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이 신선하다. 미테랑 이후 17년 만에 우파 정권을 퇴출시킨 올랑드 정부는 한 주라는 짧은 기간에 그의 좌파정권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남녀동수(同數) 내각을 발표해 세계 언론의 각광을 받는가 하면, 장관의 행동 기준을 정한 '각료 윤리헌장' 선포로 좌파정권의 도덕성을 과시하고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우파정권의 부패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우선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각료진이 남녀 장관 동수(同數)인 내각을 발표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장관 수가 남녀 각각 17명이다. 사르코지도 5년 전 대선 때 남녀동수 내각을 공약했으나 이행하지 못했다. 장관 수를 남녀가 똑같게 배정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올랑드는 선거운동 때 내건 공약을 이행했다. 자유·평등·박애를 3대 혁명목표로 제시한 좌파정권에 남녀 동수 내각 구성은 우파 정권의 그것과 다른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원의원 후보 수를 남녀 똑같게 배정하는 정책도 사회당 정부의 공약이었다. 다만 이는 발표된지 십 여 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 달 실시될 하원의원 선거에서 사회당은 후보자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울 것이란 보도다. 아직 50%에는 미달이지만 국회의원 후보 남녀평등 원칙을 실현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모양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비록 동수는 아닐지언정, 현재 프랑스 좌파 정당의 여성 국회진출자는 우파 정당보다 훨씬 앞서 있다.

올랑드 정권이 임명한 장-마르크 에이로(Jean-Marc Ayrault) 총리의 새 내각은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민자 출신 4명과 해외영토 출신 3명을 입각시켰다. 역시 자유·평등·박애의 프랑스 혁명이념을 잊지 않은 좌파정의 행동이다. 외국인 이민을 제한하고 이민자 차별을 외쳐 온 우파의 사르코지 정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올랑드가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신뢰였다. 올랑드는 취임사에서 국민과 정부 간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신뢰는 정부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에서 시작된다면서 정치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또 신뢰는 말과 행동의 일치를 통해 쌓이고 굳어지는 것이라며 자신이 수범하겠다고 다짐했다. 올랑드 정권의 앞날에 기대를 걸게 하는 이유다. 사르코지가 언론 플레이에 기대는 여론정치인이었다면 올랑드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걸 목표로 정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사르코지는 올랑드에 비해 말을 잘하는 정치인이었다. 그의 발언은 늘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텔레비전에도 크게 보도됐다. 그러나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언론의 달인 사르코지가 선거에서 올랑드에게 패배한 중요한 이유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대통령은 언행일치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올랑드가 취임 일주일 동안 보여 준 또 하나의 언행일치 실례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과 전 각료의 보수 30% 삭감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올랑드는 각료의 월급을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5년 임기 동안 장관들의 행동기준이 될 '각료 윤리헌장'을 선포했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17일 올랑드 대통령 주제 하에 엘리제 궁에서 열린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34명의 장관은 각료 윤리헌장을 채택하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전원이 헌장에 서명한 다음, 관보에 내용을 공고했다.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겸허한 정부가 되겠다는 새 내각의 대국민 서약이었다.

30% 감봉 정책으로 올랑드 대통령과 에이로(Ayrault) 총리의 월급은 1만4000유로(2100만 원)에서 9200유로(1380만 원)로 크게 줄게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받던 월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올랑드가 선거운동 기간 중 보수를 줄이겠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 흔히 하는 빈 말이겠거니 하고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올랑드는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대통령의 봉급이 처음 문제로 부각된 건 5년 전이다.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월급을 7000유로에서 1만7000유로로 140% 올린 게 발단이었다. 대통령의 보수는 대통령 자신이 정하게 돼 있는 관례에 따랐다고 사르코지는 변명했지만 여론의 비판이 많았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야당은 경제위기 와중에 인상된 각료의 높은 보수를 문제 삼았다. 그러자 사르코지 대통령의 피용 총리는 작년 11월 국무회의에서 각료의 월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대선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서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이를 두고 사르코지는 정부가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려는 정권 차원의 배려를 했다고 생색을 냈다. 이를 두고 올랑드는 고생하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동결이 뭐 대단한거냐? 나는 집권하면 대통령과 각료의 월급을 30% 삭감하겠다"고 받아쳤다. 이 발언이 공약이 돼버렸다. 경위야 어떻든 올랑드는 말을 행동으로 옮겨 말과 행동이 다른 사르코지와 대비되게 됐다.

깨끗한 정부 다짐하는 '각료 윤리헌장' 선포

민주주의의 원활한 기능은 시민과 정부 간 신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믿는 올랑드가 그 방편으로 제시한 게 '각료 윤리헌장'이다. 사르코지 정권 말년에 각료들이 외국 독재정권의 초청으로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고, 그들과의 불미스러운 거래설이 언론에 보도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것도 각료 윤리헌장 선언의 한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관보에 보도된 5개항의 각료 윤리헌장은 한 마디로 각료들이 국민의 의혹을 받을 수 있고 국민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금하고 있다. 장관은 개인의 사적인 초청에 응해서는 안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동차로 이동할 때 경찰의 오토바이 경호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로 이동할 때는 도로규칙을 준수하고 행인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무 수행에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자산 운영은 법적으로 관리 기능을 인정받은 제3자에게 위임해야 한다. 한 마디로 '청백리'의 준칙을 담았다.

가정이지만 올랑드 정부 각료들이 각료 윤리헌장을 준수한다면 좌파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좌우를 떠나 유럽 정당들이 올랑드 정권의 성공 여부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올랑드 정권에 대한 평가가 그들의 정치적 운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막 출범한 올랑드 정권은 유럽 좌파정권의 운명까지 짊어진 정치실험에 들어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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