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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덕 있고 통 큰 진보정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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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덕 있고 통 큰 진보정치'를 위하여 [손호철 칼럼] 김민웅 교수에게 보내는 답변
김민웅 교수, 잘 지내지요. 학기말 성적 처리 등 바쁜 일은 다 끝냈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펜을 든 것은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내가 얼마 전 이 지면에 쓴 글("유시민, 추파 던지지 말고 제 갈길 가라", 2011년 6월 20일자)과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의 김세균 상임대표의 인터뷰와 관련해, 김 교수가 나와 김 대표를 비판하는 글("좀 더 통 큰 진보정치는 없는가?" 2011년 6월 24일자)을 썼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나는 글에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의 5. 31합의가 문제가 많지만 중요한 역사적 합의이므로 이에 비판적인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이를 승인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진보신당이 이 문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이에 대한 진보신당의 주요결정이 있기 바로 전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합의문을 왜곡하면서까지 이 합의문의 의의를 당내 설명하고 있는 조승수 대표를 공격하는가 하면, 연석회의에서 합의한바 없는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유 대표 체제 하의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등 민주당보다 보수적인 정치세력이라 진보대통합 대상으로는 부적절하며 단순히 선거연합의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세균 대표 역시 이와 유사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통 큰 진보정치를 세우는 것만이 진보정치의 미래를 보다 굳건하게 만드"는 것이며 진보정치가 "그에 대해 무엇보다도 덕이 있는 정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나의 글과 김 대표의 인터뷰가 그렇지 못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대표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고,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에 대한 나의 비판이 그러하다(덕이 없고 통이 작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 역시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진보정치'라는 김 교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내가 '통'과 '덕'이 부족한 것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고 '통'과 '덕'을 더 갖추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내가 문제의 글을 쓴 이유가 정확히 김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정치'를 위해서였다는 사실입니다.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진보대통합에 반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합의문이 북한문제 등에서 너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비판이 진보신당 내에 거세다는 것, 이 같은 비판과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 조승수 대표가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 대표도, 김 교수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글을 쓴 것은 그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의 주요결정이 있기 바로 전날 이정희 대표가 합의문을 왜곡하면서까지 이 합의문의 의의를 당내에 설명하고 있는 조승수 대표를 공격하는가 하면, 연석회의에서 합의한바 없는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고 판을 깨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김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정치'를 위해서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좌)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연합

김 교수에게 묻습니다. 진보신당의 주요결정이 있기 바로 전날 이정희 대표가 합의문을 왜곡하면서까지 진보대통합을 위해 합의의 내용을 당내에 설명하고 있는 조승수 대표를 공격하는가 하면, 연석회의에서 합의한 바 없는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정치'라고 생각하십니까? (합의내용 중 북한관련 부분의 해석이 누가 맞는가는 여기에서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합의주체로 합의현장에 있었던 김세균 대표가 확인해주었듯이 이 대표의 인용은 잘못된 것이고 이 대표가 잘못된 문구에 기초해 합의문을 해석해 조 대표를 공격했다는 것이 김 대표와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한 진보교연의 성명서였다는 것만 밝혀둡니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김 교수가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정치'를 주장하면서도 왜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 대표의 행태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김 교수가 다른 글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대표의 행태가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정치'에 어긋나며 그 결과 진보통합과 진보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나의 글에서 대해서만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정치'를 위해 "집고 넘어가야"겠다며 비판하고 나섰느냐는 것입니다.

나는 학자도 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자의 주된 덕목은 덕이 아니라 비판적 지성이며 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의 주된 덕목이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김 교수도 동의할 것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나보다 '통'과 '덕'이 더 필요한 사람들은 김 교수가 글에게 옹호하고 있는 이정희 대표, 유시민 대표와 같은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김 교수는 그들의 통과 덕 부족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이들의 통과 덕 부족을 비판한 나의 글을 덕 부족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 문제를 집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우선 유 대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추파'니, '사기'니 '잔머리'니 하는 표현들이 나오는 것은 진보정치의 자세답지 않다"고 김 교수는 비판했습니다. 나 역시, 글이 때로 통렬한 풍자 때문에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내가 글에서 비판했듯이 유 대표처럼 표현만 과격한 '스타일의 급진주의'는 극복해야 합니다.

이 같은 전제에서 김 교수의 비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김 교수 비판 중 '사기'는 내 표현이 아니니 논외로 하고, '추파'와 '잔머리'라는 표현에 대해 살펴봅시다. 물론 나의 글의 제목에 '추파'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는 편집자가 단 제목이며, 직접 내가 쓴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참여당은 단순한 정치공학적 이유 때문에 이념적으로 거리가 너무도 먼 진보정당들에 추파를 던질 것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훨씬 가까운 민주당과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 즉 진보정당들은 진보대통합을 이루고 같은 자유주의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자유주의대통합을 이룬 뒤 내년 선거와 관련, 선거연합 등에 대해 고민하면 된다.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도 이념적으로 너무 달라 동거가 불가능하다면서 어떻게 진보정당과 당을 같이 하겠는가? 그리고 같은 자유주의세력인 민주당과의 통합이 싫다면, 독자노선을 추구하면서 오는 선거에서 진보정당, 그리고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급할수록 정치공학적으로 잔머리를 돌릴 것이 아니라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급할수록 정도를 가야한다.

글이란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은 김 교수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추파, 잔머리라는 단어가 단어만 떼어놓고 보면 상스러운 표현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체 맥락 속에서 읽을 때, 내가 상스러워서 그런지, 다시 읽어봤지만 그렇게 격이 떨어지고 상스러운 글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특히 유 대표의 독설에 비하면 말입니다. 그리고 잔머리 부분은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에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라는 주어가 잘 알려주듯이 나를 포함하여 진보진영전체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김 교수의 비판을 읽고 나자 오히려 잔머리 부분을 유시민 대표와 연결시켜 더 강하게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나의 글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있는 유 대표의 이미지가 '잔머리', '싸가지', '덕 부족', '통 좁음'이라는 점에서, 김 교수나 나 같은 사람들이 이 같은 이미지를 불러온 유 대표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유 대표가 덕을 갖춘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지적해주는 것이 유 대표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노무현의 이미지가 '바보 노무현'과 '진정성'이라면 유 대표의 이미지는 이와는 거리가 먼 '재승박덕'입니다.

그렇게 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하나, 유 대표는 2002년 대선국면에서 정당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개혁당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뽑는 것보다 민주적으로 뽑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원이 중심이 된 상향식 공천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다가 고양에서 보궐선거가 열렸는데 민주당은 지구당에서 상향식 민주적 선거에 의해 후보를 뽑았습니다. 그러나 중앙당이 선거연합에 의해 개혁당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로 해 이를 무효화시켰고 이에 지구당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이를 받아 들여 야당연합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강조해준 상향식 공천을 스스로 부정한 것입니다.

둘,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쟁점이 됐지만 적지인 부산으로 내려갔던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유시민 대표는 2008년 선거에서 대구에서 출마하며 이곳을 지키겠다고 해놓고 불리해지자 경기도로 선거구를 옮겨 철새라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셋, 얼마 전 있었던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과정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기싸움만 벌리다가 결국 노 전 대통령의 텃밭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덕 없음, 잔머리 정치가 최근에도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번 글에서 인용한 한미 FTA 문제에 대한 유 대표의 대답입니다. 그는 진보신당이 진보대통합의 조건으로 한미 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 것에 대해 "신앙고백을 하듯이 타인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로 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에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유 대표가 덕이 있는 정치인이었다면 다음과 같이 답했어야 합니다. "한미 FTA가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수출을 주로 하는 한국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이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며 이는 우리가 논의를 통해 조율할 수 있고 조율해나갈 문제이지 이에 대한 입장차이 때문에 같이 하지 못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 대표는 이렇게 답하는 대신 역시 그답게, 재승박덕하게 "양심의 자유 운운"하고 나왔습니다. 아니 이 문제가 양심의 자유 운운할 문제입니까?

마지막으로 '통 큰 진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통 큰 진보, 좋습니다. 통 큰 진보가 필요하기에 나는 문제의 글에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진보대통합에 합류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통이 커야 통 큰 것이고 어디까지가 진보냐는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제안했듯이 한나라당과의 연정도 통 큰 진보일까요? 내가 주장하는 국민참여당과의 선거연합은 통 좁은 진보이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만 통 큰 진보인가요. 국공합작과 통일전선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연합이 아니라 왜 꼭 통합의 형태여야 하는지요.

나아가 김 교수 식으로 국민참여당까지 한 당을 하는 것이 통 큰 진보이고 이에 반대하는 것은 통 좁은 진보라면 진보정당들이 국민참여당에 앞서 민주당과 통합을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FTA, 복지정책 등에서 민주당이 국민참여당보다 좌측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통 큰 진보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복지국가소사이어티나 정동영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를 중심으로 한 단일야당으로 나가야 하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고민해선 안 됩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김 교수가 바라는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진보를 위해 나 같은 한낱 '훈장'이 아니라 이정희 대표, 유시민 대표와 같은 국민적인 정치인들에게 '통'과 '덕'을 가르쳐주시고 잔머리 정치에 대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죽비를 내리쳐주기 바랍니다. 그것이 김 교수가 바라는 통 큰 진보정치, 덕 있는 진보를 진정으로 이루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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