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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선택이 대선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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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선택이 대선을 좌우한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안철수, 민주주의 회복 위해 나서달라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됐다. 그 동안의 여론조사 추세로는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더라면 박근혜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이 높아보였으나,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서 당장은 박근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보다 약간 앞서고 있다는 보도다.

그러나 이것은 안 후보의 예상외 사퇴 충격으로 여론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시간이 좀 흐르고 안철수 지지층이 평정을 찾게 되면, 그리고 안 후보가 사퇴회견에서 약속한대로 문재인 지지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여론의 향방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안철수와 그의 지지자들이 다수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실현하기 위해 조금만 생각의 틀을 바꾼다면 원만한 단일화가 됐을 때처럼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민주주의 혁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대선의 성패는 여전히 안철수에 달려 있다. 지난 9월 19일 출마 기자회견 중인 안철수 전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국민에게 떠밀려 나온 '국민후보' 안철수

안철수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적대적 반응을 보였다. 그가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을 가로막을 위협 인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에 맞설 대항마가 없었다. 그런데 엉뚱한데서 안철수라는 다크호스가 튀어나와 박근혜를 미래 대통령 후보 1위의 지위에서 밀어냈다. 안철수는 작년에도 여론 지지도 5%에 불과한 시민운동 지도자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 여당 후보 나경원을 제치고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안철수 현상이었다.

정계의 원로들이 멘토를 자처하면서 그의 대통령 출마를 권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의 뜻을 물어봐야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기다리다 짜증이 난 멘토들은 떠났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강한 불만 분위기에서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한나라당)에 패했다. 정권교체를 염원하던 다수 국민들이 실의에 빠졌다.

이때 안철수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펴냈다. 자신의 살아온 길과 정치관을 국민에게 알리는 편지였다. 국민들의 열광적인 호응으로 안철수 현상이 선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 특히 2030세대가 안철수에 환호했다. 안철수는 국민의 뜻을 신중하게 타진하고 국민의 진심을 확인한 끝에 9월 19일, 마침내 대선 출마를 발표한다. 안철수를 밀어주는 정당은 없었다. 그를 출마하도록 불러낸 것은 국민이었다. 그는 정말 국민의 후보였다. 그가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국민의 지지도를 여론조사 항목에 넣자고 고집한 것도 이런 확신이 작용했다고 본다.

국민과의 약속, 꼭 지켜야 할 가치

안철수 후보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말을 자주 했다. 후보 단일화 협상 사퇴 회견문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그 동안 자신이 국민을 향해 한 말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행동해 왔다. 선거 때면 표를 얻기 위해서 국민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정치인 이미지와는 크게 달랐다. 이런 이미지에 국민들은 더욱 안철수에게 마음이 끌리고 그를 신뢰하게 됐다고 본다.

우리의 민주주의 운영체제는 대의민주주의다. 주권자가 직접 주권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선거로 뽑은 대표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국정을 운영하는 제도다. 국민의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배신하면 민주주의는 껍데기 민주주의, 사기 민주주의로 전락한다. 우리가 세계 도처에서 보는 현상이다. 이명박 정부, 새누리당도 그런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 후보만 해도 대선 기간 동안 자주 말을 바꾸고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을 남발했다.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들이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언론자유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 검찰부패, 경찰부패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여당에 대한 불만이 국민의 목에까지 차올랐다. 국민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이유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국민의 지탄을 피하기 위해 슬며시 당의 이름까지 바꿔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박근혜 후보를 비롯해서 모든 당원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당명만 바꾼 것이다. 살인자나 강도가 이름을 바꾸면 무죄가 되는가? 이건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사술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낙하산 사장이 장악한 방송과 친MB 신문 조중동이 이것을 문제 삼지 않으니 국민들에게는 뉴스가 되지 않았다. 많은 국민의 불만 대상은 유령처럼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단일화 성패는 안철수에 달렸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가 다소 불만 섞인 어조로 단일화협상을 접고 후보를 사퇴하자, 통합민주당의 구태정치에 가로막혀 그의 정치실험이 실패했다고 비웃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갈라놓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나 웃으면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단일화 협상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사퇴 이유가 국민과의 단일화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의 모범을 보인 안철수인 만큼 그는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후보가 승리해 정권 교체를 이루도록 선거지원에 나설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지금 40% 정도로 예상되는 안철수 지지자 이탈표는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문재인 지지로 돌아올 것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대통령을 바꾸는 선거가 아니라 언론자유와 인권보호를 비롯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킨 정권을 민주정권으로 교체해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역사적인 선거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낙하산 사장을 통해 모든 방송을 장악하고 보수 우익 언론을 동원해서 여론을 좌지우지했다. 편파 보도로 선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보수 매체가 언론 시장을 장악하고 선거에 간여하면 민주세력이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실현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이 우리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공영방송 기자, 피디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무엇 때문에 봉급을 받지 못하고, 파면 징계까지 당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100일이 넘는 파업을 벌였는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중대한 위기에 처해있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와 지지자들은 안 후보가 사퇴회견문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정권교체를 꼭 실현할 수 있도록 문재인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안철수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문재인 후보의 패배는 곧 안철수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18대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성패는 후보직을 사퇴한 안철수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안철수와 그의 지지자들의 손에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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