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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본 북한 "길들여라, 고립시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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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본 북한 "길들여라, 고립시켜선 안 된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중국까지 화나게 만드는 북한
연일 북한의 호전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가 한반도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 누구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발언의 위협 수위가 상승하면서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 벌어질 위험이 커졌다. 세계 전략 전문가들이 한반도 긴장을 불안하게 보는 이유다.

이런 때 러시아 정부 기관지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 간부 회의 의장이며 <국제문제에서 러시아> 잡지 주필인 표도르 루키아노프가 러시아에서 본 한반도 사태에 관해 글을 실었다. 프랑스 <르몽드>의 국제 문제 전문 주간인 <쿠리에 엥테르나쇼날>에 실린 그의 글을 소개한다.

글에서 루키아노프는 북한이 최근 그 수위를 강화하는 벼랑 끝 전술, 곧 전쟁 위협이 전통적인 우방국까지 곤혹스럽게 하고 있으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강화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단언하고 "북한을 길들여라"고 조언했다. 이 글은 8일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선언 이전에 나왔다.


한반도에서 울려나오는 호전적인 발언들이 소란스럽다. "괴뢰들"의 영토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정기적으로 위협하는 평양 특유의 적대 발언은 더 이상 바깥 세계를 놀라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위협은 서울뿐 아니라 미국도 함께 겨냥하고 있다. "위협"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이다.

미국은 이런 선언으로 북한이 노리는 것이 외국의 행동을 억지하려는 게 아니며, 겁을 주려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큰 야심을 겉으로 드러내는 이란과 달리 북한은 공격성을 이용하지만 언제나 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이데올로기인 '주체'는 딱 한 가지 진짜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다. 아무도 북한을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불량국들"에 대한 발언이 증가하고 있지만 "성난 미치광이"라는 평판을 얻으면 생존의 기회는 커진다. 그래서 북한의 지도층은 균형 감각이 없는 위험한 분자들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북한은 8일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전쟁 위협 수위를 한 차원 더 높였다. 9일 오전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평양은 그들의 동반자까지도 화나게 한다

사담 후세인의 위협이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눈으로 보았다. 그래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건설하고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성공했다. 핵 타격력을 갖춘 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 규모가 아무리 작고 기초적일지라도 외부 개입 세력에 엄청나게 비싼 대가를 치르도록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문제는 이 사태가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터질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합리적인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다른 국가가 공격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전술을 선택할 때 허튼 과장으로 취급받지 않고 남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계속 위협의 정도를 높여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그동안의 위협이 허풍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체면 손상을 피하기 위해 위협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논리(북한의 벼랑 끝 전술)는 아주 위험할 수 있는 결과를 경고한다. 지금 상황이, 북한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며 돈줄인 중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를 화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 논리가 관심을 끈다. 중국은 김 씨 왕조 일가의 행동에 더 이상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김의 행동이 이 지역에서 미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더없이 좋은 명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북한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북한을 제재로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북한은 고립주의와 자급자족 체제를 취함으로써 스스로 제재를 가하는 정책을 수정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군사 훈련은 가장 최근의 단계적 확대(escalation, 벼랑 끝 전술의 단계를 한 수준 높이기, 즉 전쟁 위협 강화)를 단행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평양은 실제로 4월 3일 한국 전문가들의 지도로 북한 노동자들이 수출품을 제조하는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에는 중요한 외화 수입원인 이곳을, 정상적으로 판단한다면 '분규가 발생할 경우 이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는 쪽은 오히려 한국이다. 그런데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써 평양은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만약 전 세계가 북한을 전면적으로 보이콧하는 데 합의한다면, 그래서 상업 거래와 인도적 원조를 포함한 모든 관계가 단절된 완전한 고립 상태가 된다면 북한에도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주 현실성 없는 가정이다. 우선 중국이 그런 상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어떤 상황보다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포위당했다고 느끼는 심리

문제의 해결에 러시아가 기여할 수 있는 선택은 항상 같다.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조치는 아무 효과가 없으리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 교착상태를 벗어나는 유일한 출구는 북한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안착하는 길로 서서히 유도해 개방하고 교류의 길을 여는 것이다. 러시아는 어느 나라보다 이 과업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 북한 정권의 심리는 포위당한 성에 갇혀 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북한 지도층은 누구도 믿지 않는다.

1990년대 당시 미국과 조약을 체결하려던 북한의 시도는 아주 실망스럽게 좌절됐다. 게다가 북한 노동당은 동유럽과 소련 공산 정권의 붕괴에서 경험을 얻었다. 조금만 자유화하면, 조금만 통제를 늦추면 모든 것이 강물에 쓸려 가버리리라는 교훈이다.

이 나라를 길들여라

몇 년 전 러시아는 한국 시장과 태평양 지역까지 러시아 가스를 공급할 가스관이 한반도를 통과하도록 건설하기 위해 한반도와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북한은 가스 공급을 받을 뿐 아니라 가스관 관리국으로서 아주 큰 이익을 얻게 되는 계획이었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계획은 하나의 유토피아로 보인다. 미국의 구상에 따르면 미사일 문제와 핵 문제를 해결할 모든 시도는 15년 내 아무 성과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의 효과만 나타났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권의 붕괴를 기다리는데 만족할 수 있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러나) 이웃 국가들에도 그 파괴적인 결과의 영향이 클 것이다. 아니면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나라를 길들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그 방법이 결정된다면 러시아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평양은 러시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러시아는 중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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