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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의 현대중공업, 조직적 산재 은폐?

"11일간 조사한 결과 106건 적발"…현대중공업 "은폐할 이유가 없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일어난 '산재 은폐' 사례가 조사 기간 11일 만에 106건이나 적발됐으며, 회사 관리자가 산재 은폐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산재를 당하고도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노동자의 대다수는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민주당 은수미·장하나 의원과 민주노총,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등 노동 단체들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 하청 사업주와 사내 병원이 유착해 산재를 집단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지난 3월 12일부터 22일까지 울산 동구 지역 정형외과 10곳을 방문 조사하고 사례를 접수해 산재 은폐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산재를 당하고도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노동자 106명 가운데 97명이 사내 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9명은 정규직 노동자였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사내 병원들의 행태가 심각하다"며 "하청 노동자가 다쳐서 사내 병원에 가면 같이 간 관리자가 '집에서 개인적으로 다쳤다'고 허위 사실을 적도록 강요하고 사내 병원이 이를 용납한다"고 비판했다.

하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관리자의 강압적인 태도로 아무 말도 못하지만, 차후 재발하거나 후유증으로 산재를 신청하려고 하면 초진 자료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산재를 신청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내하청지회는 "정규직의 경우 산재를 처리하면 3년간 인사고과에서 최하등급을 받고 연장 근로를 통제받는다"며 "게다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도입한 '산재 3회 이상 발생 하청업체 아웃 제도'는 산재 은폐 기재로 작동한다"고 고발했다.

하 지회장은 "사고가 나도 119 응급 차량으로 이송하면 기록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트럭이나 자가용, 오토바이 등으로 이송한다"며 "지난해 9월 심장질환으로 쓰러져 트럭으로 이송되다가 응급조치 미비로 사망한 노동자도 있다"고 밝혔다.

울산광역시 동구청이 연구 용역을 통해 지역 사내 하청 노동자 5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산재를 당했을 때 산재 처리를 했다는 응답자는 5.7%에 불과했다. 공상 처리하는 경우가 54.3%였고, 개인 비용으로 치료한 경우도 17.9%였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산재 은폐 사례 40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집단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나머지 66건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추가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부서장이나 협력업체가 산재를 은폐하면 오히려 적발해 처벌하고 있다"며 "회사로서는 산재를 은폐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안전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재 처리 시 3년간 최하위 고과를 주거나 산재 3회 이상 발생 하청업체를 아웃하는 제도는 없다"며 "(다만) 산재 예방을 위해 부서장이나 협력업체가 안전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인사고과에 반영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최대 주주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액 25조550억 원, 영업 이익 1조2847억 원, 당기 순이익 1조1051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의 자산 총액은 30조6379억 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배우 안성기 씨를 내세워 "평균 근속 연수가 19년이 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홍보했다가 사내하청지회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에서 1990-2009년에 정규직은 14.7% 느는 데 그쳤지만, 사내 하청 노동자는 무려 931.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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