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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판 로마제국'이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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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판 로마제국'이 되려는가 "후세인 축출후 수년간 이라크에 美 군정 계획"
미국은 진정 ‘현대판 로마제국’이 되려는가.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미 부시행정부의 위험한 야망이 점차 그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킨 후 이라크에 최장 수년간의 미 군정을 계획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2차대전후 연합군 태평양지구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6년반동안 군사통치했듯이 제2 걸프전을 현장에서 총지휘할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 또는 그 대리인으로 하여금 이라크를 군사통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부시행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빌어 현재 백악관이 2차대전후 일본에 대한 미 군정을 모델로 후세인 축출후 이라크에 미국 주도의 군사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라크에 대한 미 군정은 이라크인들에 의한 민간정권이 세워질 때까지 수개월에서 최장 수년간 계속될 것이며 군정의 초기 단계에서는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 등 미군 장성이 군정을 책임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 의회가 압도적 표차로 부시 대통령에게 대이라크 전쟁권한을 부여한 10일, 이같은 계획이 밝혀진 데 대해 뉴욕타임스는 “오늘(10일)로써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이라크 장기점령을 계획하고 있음이 처음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이같은 군사) 점령 계획이 밝혀짐으로써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정벌 후 수일, 또는 수주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이라크를 통치하면서 대량살상무기를 색출해낼 의도임을 처음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이에 따라 미군은 1년 이상 이라크를 통치할 것이며 그 기간동안 미국과 동맹국들은 대량살상무기들을 찾아내는 한편 이라크의 유전들을 관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와 같이 현지인에 의한 친미 정권을 세우지 않고 이라크를 직접 군사통치하려는 이유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후세인 축출 후 이라크의 혼란과 분열을 막아 ‘민주정부’로의 이양을 준비하며, 둘째 그 기간동안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철저히 무력화시키고, 셋째 이와 함께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라크인들에 의한 후속정권으로는 이라크의 정치적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의 망명 반체제세력들에게 후세인 이후를 맡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들의 연합조직인 이라크국민평의회(INC)의 아메드 찰라비 의장이 이라크의 차기 지도자로 거론돼 왔었다.

그러나 이번 뉴욕타임스 보도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현지인들에게 맡기지 않고 미국이 직접 관리할 계획임이 드러난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부시 행정부는 이같은 이라크 군정 계획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부시행정부가 미 군정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 이유로는 첫째, 아프간에서의 경험에서 현지인에 의한 정권은 정치적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지난 해 탈레반 축출 후 아프간 정권을 인수한 카르자이 정권은 수도 카불만 간신히 통치하고 있을 뿐, 지방은 군벌들의 세력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둘째, 이라크의 전략적 중요성이 아프간에 비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현재 밝혀진 석유매장량만 1천1백20억 배럴(전세계 매장량의 11%)로 사우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석유자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아직 탐사되지 않은 석유자원까지 합치면 사우디를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있다.

따라서 부시행정부로서는 이 어마어마한 자원의 보고를 이라크인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의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군정 계획은 부시 대통령의 중동지역 담당 고위 보좌관인 잘마이 칼리자드에 의해 마련됐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소속인 칼리자드는 아프간 출신으로 미국내 강경파의 일원이며 지난해 아프간전쟁 이후 카르자이 정권 출범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칼리자드는 이미 지난 5일 워싱턴 주재 중동지역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미국의 이라크인들이 민주정부를 출범시킬 역량을 키울 때까지 이라크 국정을 책임질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주권국가에 대해 수년간 군사통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이같은 계획을 영국 등 동맹국들과 협의했는지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한 영국 관리의 말을 빌어 부시 행정부가 이같은 계획을 입안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영국정부는 이같은 계획에 동의한 바 없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이 계획은 극우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 내 주류(mainstream)의 생각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외교의 정통파를 대변하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미국의 이라크 군정계획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청년시절로 미군 장교로 독일 미 군정에 참여한 바 있는 키신전 장관은 “회교권의 한복판에 위치한 나라에 대해 서방국가가 (민주주의를) 가르치겠다며 장기간 점령하는 계획에 대해 나는 본능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디언은 미국의 한 군사 싱크탱크를 인용, 미국이 이라크를 군사통치하기 위해서는 약 7만5천명의 미군이 이라크에 상주해야 하며 연간 1백60억 달러 정도의 경비를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2차대전 직후 일본, 독일, 한국 등에 대해 군정이 실시된 이래 사상 유례가 없는, 외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통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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